가끔 한인 업체의 노조 결성과 관련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근로 현장에 갈등이나 긴장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생각나시는지 모르겠다. 한 때 타운의 젊은 노동 운동가들이 느닷없이 꽹과리를 치고, 구호를 외치며 식당을 급습하던 일이 있었다. 밥 먹던 손님들이 혼비백산했다. 주인과 종업원 간에 분규가 있던 식당이었다. 꽹과리 습격은 실력행사였다.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야?” 꽹과리 당사자에게 물어봤다. 괜찮을 리 있겠는가? 업소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훈방 정도에서 끝난다고 들었다. 그래선지 한동안 이 식당에서 꽹과리, 저 식당에서 꽹과리가 울리는 일이 이어졌다.
무슨 연유에서 인지 이런 ‘꽹과리 투쟁’이 자취를 감춘 다음, 플래카드 시위가 뒤를 이었다. 노동 문제가 있는 특정 업소 앞에서였다. 우선 조용해지긴 했다. 들고 서 있는 플래카드에 요구 사항이 쓰여 있었다. 주로 큰 마켓 앞에 이런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꽹과리 시위가 벌어졌던 웨스턴 가의 한 식당을 찾아 갔었다. 주방에서 어머니와 딸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종업원이 한 사람. 일하는 사람이 모두 세 명인 작은 업소였다. 장사가 안돼 제대로 임금을 쳐 주지 못했다고 한다. 온갖 일을 했을 종업원은 일하고 적정 노임을 받지 못했으니 생활이 어려웠을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생활비는 다음 문제, 체납된 전기요금과 밀린 렌트비가 급했다.
바바라는 카운티 인간관계위원회(Human Relations Commission)의 스태프, 늘 ‘우리 편’이었다. 위원회의 일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인종문제 등을 챙기는 것이긴 해도 이민 사회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다. 초기 이민자들의 형편을 이해하고, 가능한 방도를 찾아 도우려 애썼다. 영세 한인업소의 사정을 전한 적이 있다. “종업원도 그렇지만 주인도 딱하긴 크게 다르지 않아.” 그가 정색을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비즈니스를 할 자격’이 없지.”
한인 이민사회의 근간은 뭐니뭐니 해도 자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사는 아마 그렇게 기술할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다른 일을 했을 많은 이민자가 스몰 비즈니스에 뛰어 들었다. 우리끼리 만들어 낸 일자리도 많다. 세탁소집 딸이 유명 오페라 가수가 되고,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면서 아들을 훌륭한 과학자로 키워 낸 이도 있다.
변화는 늘 진행되고 있다. 속도가 느릴 뿐-. 언제부터 인지 스왑밋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100 스퀘어피트 인도어 스왑밋 한 두 자리로 이민 생활을 시작하던 이가 적지 않았다. 현직 한국 대통령의 아들도 LA의 스왑밋에서 작은 여자옷 가게를 했었다. 운영업체의 전횡과 주먹구구 관리 때문에 분쟁이 잦았다.
리커 마켓 등에는 무장 강도가 끊이지 않았다. 광역 LA권에서만 한 달에 두어 번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업소 이름과 날짜만 바꾸면 나머지는 비슷비슷한 권총 강도였다. 한인 업소를 노린 강력사건 소식은 전보다 크게 줄었다.
마켓 판도는 여러 번 바뀌었다. 한 때 압도적이던 대형 마켓 중에 소리없이 사라진 곳이 적지 않다. 큰 전자제품 업체도 간판을 내렸다. 확실한 틈새 시장이 없다면 그런 유통업은 힘든 때가 된 것이다. 자산규모 부동의 1위였던 은행도 역사 속에 사라졌다. 한국 은행의 현지법인이었다. 한국 한 경제단체가 베벌리 힐스 중심가에 열었던 전시관 형태의 점포도 흐지부지 없어졌다. 그 무성의 하고 대책 없던 운영이라니. 타산지석이 되어야 할 사례들이지만 비슷한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의 돈을 벌어 주고, 자기 돈을 버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순서가 있다. 고객을 먼저 벌게 하고, 자기가 벌어야 한다. 우선 순위가 바뀌면 생명이 길지 않다. 업계의 반짝 스타들이 사라진 데는 자기 돈이 먼저였던 경우가 적지 않다.
자수성가형 사업가는 절약이 몸에 배여 있다. 생존 과정에서 자연스레 체득된 것이다. 하지만 자기 것을 아끼면 남의 것도 그만큼 아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기 것만 절약하는 것은 탐욕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알지 못한다. 자영업 한인 중에 이런 주인이 의외로 많다. 직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이민 비즈니스의 흥망 뒤에는 원인이 있다. 물론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비즈니스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이다. 그 자격은 준법 운영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업종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 충실해야 한다. 고객이 그 집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설렁탕집이라면 무엇보다 진국을 우려내야 한다. 뉴스 매체에게 충실하고 바른 정보 전달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얼마전 문을 닫은 뉴욕의 한인업소 ‘스타라이트 델리’ 스토리가 화제를 모았다. 곧 던킨 도넛이 들어서리라는 그 집의 푸드를 맛본 적이 없지만 샌드위치와 샐러드는 신선하고, 수프는 따끈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고, 거기 주인 내외의 마음이 더해졌을 것이라는 말이다.
오래 전에 한 카운티 공무원에게 들었던 ‘비즈니스의 자격’이란 말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자격이란 말이 비즈니스에만 붙을 말인가? 사장 자격, 손님 자격, 아버지 자격, 기자 자격-. ‘자격’이 보통 말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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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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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한번도 안해본 철밥통 공무원 말을 믿다니 우습네요. 캘리포니아의 비정상적인 직원위주의 노동법과 각종 세금 더헤서 세금 잘내고 법을 준수하는 업자에게는 준엄하고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장사하고 엉망진창으로 영업하는 사업에는 관대한 이런 환경을 만든 공무원들이 할말은 아닌듯 하다. 스몰비지니스가 미국 소수계 커뮤니티 성장의 원동력이었는데 이젠 이마저 머물어 간다. 아마존만 살아남아서 장사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