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대학생 살린 장학금 이제 후배들에게 갚아야죠”
김주휘(오른쪽)씨는 남편 리처드 유씨와 함께 자신처럼 어려운 형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자 ‘유 패밀리 재단’을 만들었다.
“정말 가난했던 대학생 시절 장학금이 없었더라면 학업을 끝마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장학금이 저를 살린 셈이죠. 그때 받은 고마움이 너무 커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젊은 학생들을 돕는 어른이 되자고 했던 다짐을 이제 실천하려 합니다.”
‘유 패밀리 파운데이션(You Family Foundation)’의 공동 창립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주휘(미국명 패이 유)씨의 말이다. 그는 올해 34세의 6년차 주부다. 지난 2005년 한국에서 고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에 이민 온 주휘씨는 미국 적응과정 때문에 또래보다 3년 늦은 2010년 고교를 졸업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꿈이었던 주휘씨는 동부의 명문 사립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사립대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고교 졸업 후 몇년 동안 투잡, 쓰리잡, 포잡을 뛰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주휘씨는 회상했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뛰고, 오전 5시 새벽기도에 참석한 다음 오전과 오후에 각기 다른 일터로 출근하는 고된 생활이 계속됐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모아도 등록금이 비싼 동부 사립대 학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입학허가를 받은 존스홉킨스 대학을 포기하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2016년 UCLA 음대에 만학도로 편입했다. 다행히 UCLA 학교 장학금과 외부 장학재단에서 받은 장학금은 주휘씨가 음대 학비와 레슨비를 감당하기에 충분했다. 주휘씨는 “우리 같은 고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이렇게 소중하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머리를 스쳤다”고 전했다.
주휘씨는 대학생 시절 한 모임에서 인연을 맺게 된 USC 출신의 리처드 유(29)씨와 지난 2017년 결혼했다. 주휘씨는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을 지도하는 강사로, 남편은 프리랜서 웹개발자로 일하면서 풍족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마련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자신과 비슷한 형편의 학생들이 학비 걱정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결심이 떠올랐다.
“지난해 이맘 때쯤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더 늦기 전에 장학재단을 만들어 보자구요.” 늘 주휘씨의 결정을 존중했던 ‘착한’ 남편 리처드 유씨는 이번에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 들였다.
이들 부부가 세운 재단 이름이 남편의 성을 딴 ‘유 패밀리 재단’이다. 주휘씨는 남편과 함께 재단의 공동 창립자다. 이들의 뜻에 동감한 친구 이정범·첼시 김씨 부부가 재단 이사로 합류해 큰 힘이 됐다.
드디어 지난 1일부터 이들 부부의 첫 장학사업이 시작됐다. 남가주에 거주하는 2023년 가을학기 대학 입학예정자(편입생 포함)로서 한국어와 영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들이 지원 대상이다.
주휘씨는 “장학금 신청 당시 경험으로 보면 너무 지원 요건이 복잡하면 지원 자체가 망설여지더라”면서 “그래서 가을학기에 입학하는 신입생과 편입생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요건을 단순화 시켰다”고 설명했다.
신청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신청방법은 재단 웹사이트(youfamilyfoundation.org/#/scholarship)에서 양식을 내려 받아 작성한 서류를 이메일(youfamilyfoundation@gmail.com)로 보내면 된다.
지원자 중에서 장학금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4명을 뽑아 500달러씩의 장학금을 수여할 계획이다. 주휘씨는 “요즘처럼 대학 등록금이 비싼 상황에 500달러가 적은 돈일 수도 있지만 이 장학금이 더 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학기금이 더 쌓이면 앞으론 더 많은 학생들에게 더 큰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휘씨는 약속했다. 애나하임에 있는 ‘드웰링 플레이스’ 교회를 섬기는 주휘씨는 신학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음악을 활용한 목회가 효과적인 선교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UCLA와 USC가 풋볼이나 농구 시합을 할 때 어떻게 응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시합이 있는 그날은 각방을 쓰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항상 뜻을 같이하는 신앙인”이라고 활짝 웃었다. 문의 (213)249-3799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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