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독트린이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연설을 통해 대외 경제정책의 윤곽을 제시했다. 그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을 구호로 내건 바이든 대외정책의 큰 틀과 포괄적인 접근법을 강한 어조로 명료하게 제시했다.
설리반은 대단히 지적인 사상가이자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절대적 입김을 행사하는 능란한 정책결정자이다. 설리번의 연설은 그가 지닌 이 같은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제시한 상당수의 구체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정책안은 적극적으로 추진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접근법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는 미국의 최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력이 절정에 도달했던 종전이후의 반세기를 ‘영광의 시기’로 회고한 그는 ‘지난 30여년에’ 사이에 그처럼 막강했던 미국의 경제가 크게 기울었다는 탄식과 함께 산업기반의 공동화, 생산시설의 해외이전과 고사상태에 빠진 몇몇 주요 산업분야 등 미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을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그는 새로운 접근법의 핵심인 정부보조금, 관세, 금지령과 투자를 개괄적으로 요약하면서 “미국은 경제 건설을 중단한지 오래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설리반의 연설이 나오기 2주 전에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이로운 경제 기록’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기사는 미국 경제의 추락 원년으로 꼽히는 1990년을 출발선으로 삼는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등 새로운 경제 대국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당시 글로벌 GDP에서 미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로 그 이전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G7 전체 생산량에서 미국이 자지하는 비중은 40%에서 58%로 크게 늘어났다. 현재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미국 업체는 총 8개로 1년 전인 1989년의 4개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나머지 6개는 일본 기업이었다.) 게다가 1990년 이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인류역사에 거대한 변화와 진전을 불러온 정보기반 경제를 구축했다.
1990년 당시 미국의 가장 큰 두려움은 세계 경제의 최고 포식자로 떠오른 일본에게 추월을 당하는 것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해 미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17% 이내로 바짝 좁혀졌지만 지금은 54%로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와 첨단 기술업체의 분포도를 들여다보면 미국이 경제의 주요 부문에서 여전히 주도적 위치에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필자의 두 번째 우려는 정부의 대대적인 경제 개입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이다. 설리반은 기술적 우위 유지라든지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가며 특정 분야에 연방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설리반처럼 총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핵심 전략산업을 직접 가려낼만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런 식의 정부개입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업들은 시장에 반응하기보다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데 주력할 것이고, 한번 지급된 보조금은 영구화될 것이며 혁신은 둔화될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유능하기로 정평이 난 일본의 기술 관료들은 일본을 선두국가로 밀어 올리는데 필요한 산업과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에세이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인공지능, 자기부상열차, 극소형 미세기계와 HDTV에 쏟아 부은 일본의 전략적 투자는 “수 백만 달러짜리 실패”로 끝났다.
마지막으로, 설리반은 이런 정책이 ‘미국 제일주의’ 혹은 ‘미국 단독주의’에 기초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정말 그럴까? 바이든 경제정책은 ‘미국산 구매’ 원칙을 곳곳에 박아놓았다. 바이든의 ‘녹색 보조금’에 지원에 따라 일부 유럽기업들은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게는 달가운 소식일지 몰라도 자국 기업의 국내 투자 이탈을 막기 위해 보조금 형식으로 사실상의 뇌물을 제공해야 하는 유럽에게는 심히 언짢은 일이다.
이런 정책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전제주의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예컨대 아이폰은 6개 대륙에 위치한 수십 개국의 부품들로 만들어지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미국이 가져간다.) 게다가 룰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누누이 강조하는 미국이 바이든 독트린을 통해 그 같은 질서의 핵심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신 독트린에 담긴 정책들은 하나같이 열린 무역을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취지와 정신에 위배된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의 위선’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분노에 찬 지적이 봇물을 이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직면한 최대 도전은 중산층 임금이 생계비 상승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관세와 불안정한 산업정책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상품가격이 오르면서 더욱 악화될 것이다. 연방 재무장관을 역임한 워싱턴포스트지의 객원 칼럼리스트 로렌드 H. 서머스는 미국의 철강산업 종사자 6만 명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현명한 일처럼 들릴지 몰라도 이를 위해 철강 가격을 인상한다면 철강재를 사용해 상품을 만드는 600만 명의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바이든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신의 정책이 중산층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산층이 그가 추진하는 정책의 의도된 수혜자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인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는 외교정책은 중산층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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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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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바이든은 사태파악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산층은 더 힘들어 질것이라는 스토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