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현대차그룹, 삼성SDI-GM, 북미 합작법인 설립
▶ LG엔솔도 현대차와 협력 추진…’美 IRA 대응’ 포석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단독으로 해외에 진출하던 사업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북미를 중심으로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 형태로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슈퍼 을'로 위상이 강화된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해외 공장 건설에 드는 비용을 완성차 업체와 공동 부담해 투자비를 경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포드와 현대차 북미 JV 외에도 다양한 고객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앞서 지난달 말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의 투자 총액은 6조5천억원 규모다.
지난 3월에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회동하면서 볼보와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됐고,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측 인사가 SK온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며 투자 관련 협력을 얘기 중인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SDI[006400]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해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JV를 설립하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달 중순 현대차[005380]와 북미 JV 설립을 공식화하고 투자 규모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북미 지역 내 가장 많은 공장을 건설·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 발표 이후 우호적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에서 다수 고객사로부터 추가적인 공급 및 사업 협력 요청이 증가하고 있어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팽창하는 전기차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완성차 업체와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장해야 하는 배터리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완성차-배터리 업체의 전략적 합종연횡이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배터리 기술을 일부 공유받을 수 있고, 배터리 업체는 수주 물량을 선점하고 완성차 업체와 공장 건설비 등을 분담해 투자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윈-윈'(win-win)인 셈이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김양섭 재무부문장은 자금 조달에 대해 "대부분 정책 자금이나 파트너와의 에쿼티 등으로 가능해 실제로 부담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3'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GM과는 3공장까지 충분히 했으니 4공장까지는 필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증설 추진을 안한 것"이라며 "4공장까지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도 작년 4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북미 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배터리 업체들은 일반적인 완성차-부품업체 간 '갑을' 관계를 벗어난 상태다. 배터리 업체에 러브콜이 쏟아지며 배터리사가 합작 상대를 고르는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 시대로 전환했다.
IRA에 대응하는 효과도 있다.
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조항에 따라 합작법인은 1kWh(킬로와트시)당 셀 기준 35달러(모듈 1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북미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도 전기차 세액공제(CTC)에 따라 차량 1대당 최대 7천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주정부 차원에서도 인센티브 등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걸며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는 실정이다.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전략산업이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에 맞춰 설계하기 때문에 중간에 배터리를 바꾸기 쉽지 않아 초기 투자와 수주가 중요하다는 것이 배터리 업계의 얘기다.
투자 적기를 놓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격하게 축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가) 기술 유출 우려에도 합작법인을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투자비 때문"이라며 "한국의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을 지키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규모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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