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2m27로 2위… “세계선수권·AG선 최상의 상태로”
▶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트로피 탐 나…올해는 꼭 파이널시리즈 진출할 것”
우상혁이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 출전해 바를 넘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 도하 대회를 2위로 마치고 아쉬운 표정을 짓자, 김도균 코치는 "우리 너무 배가 불렀나 보다. 다시 헝그리 정신으로 뛰자"고 웃으며 말했다.
우상혁도 특유의 미소로 "다시 즐기면서,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우상혁은 6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수하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2m27을 넘어, 2m32를 뛴 주본 해리슨(24·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역 최고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31·카타르)은 2m24로 3위를 했다.
올해 처음 출전한 실외 경기에서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 출전에 필요한 자격 포인트 7점과 상금 6천달러(약 800만원)를 챙겼다. 1위 해리슨은 8점과 상금 1만달러(약 1천330만원)을 받았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서 2위에 오른 건, 엄청난 성과다.
그러나 지난해 바로 이 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2m33을 뛰어 1위를 차지하고, 2022 세계실내선수권대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에 오른 우상혁의 이력을 떠올리면 올해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도균 코치는 "국내 경기가 아닌,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위를 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국제 대회에서 1위를 장담하고 뛰었나"라며 "즐겁게 훈련하고, 결과를 인정하며, 다시 즐겁게 훈련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우상혁을 격려했다.
김 코치의 마음을 이해한 우상혁도 경기 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항상 우승을 목표로 대회를 치른다. 하지만, 1위를 하지 못해도 동기부여가 된다"며 "모든 선수가 우승하려고 노력하지만, 1등은 한 명이다. 더 열심히 노력해 다시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우상혁은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뛰었다.
지난해 10월 발뒤꿈치 통증을 느꼈던 우상혁은 부상에서는 거의 회복했지만, 재발을 우려해 지난 시즌만큼 강하게 발을 구르지 못했다.
김도균 코치는 "제주도 훈련 중에 지면 반발력을 측정했는데, 지난해만큼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발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며 "지금은 발 상태를 90% 정도 회복했는데, 우상혁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같다. 실전 감각도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실내·실외 2m3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우상혁과 김 코치는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했다.
우상혁은 "2m32에 세 번 도전해 실패하며 발견한 문제점을 고쳐 나가겠다"며 "첫 경기부터 2m40을 넘을 수는 없다. 오늘 2m27을 넘었으니, 다음엔 2m30을 넘고, 2m33, 2m35에 도전하겠다. 그렇게 기록을 높여가며 한국 신기록(실내외 통합 2m36) 달성을 노릴 것"이라고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우상혁은 7일 오후에 귀국해 9일 예천에서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겸한 KBS배에 출전한다.
다음은 우상혁과의 일문일답이다.
--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실외 시즌을 시작했다.
▲ 기록은 아쉽지만, 그래도 시상대에 올랐다. 계속 포디엄에 오르면, 가장 높은 곳에도 설 수 있지 않겠나. 첫 경기부터 2m40을 넘을 수는 없다. 오늘 2m27을 넘었으니, 다음엔 2m30을 넘고, 2m33, 2m35에 도전하겠다. 그렇게 기록을 높여가며 한국 신기록 달성을 노릴 것이다.
--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출전하는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위를 한 것도 대단한 성과다. 그런데 이제 우승을 놓치면, 팬들이 아쉬워한다. 우상혁을 보며 한국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 그런가. (웃음) 항상 우승을 목표로 대회를 치른다. 하지만, 1위를 하지 못해도 동기부여가 된다. 모든 선수가 우승하려고 노력하지만, 1등은 한 명이다. 더 열심히 노력해, 다시 우승을 노리겠다.
-- 부상 후유증이 방해가 된 걸까.
▲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때 발목과 발뒤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장 좋았을 때가 100이면 지금은 90 정도로는 회복했는데,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 같다. 도약을 위해 발을 구를 때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졌다. 제주도에서 훈련할 때와 다른 느낌으로 점프했다. 오늘 2m32에 도전해 세 차례 실패할 때 발견한 문제점을 고쳐 나가겠다.
-- 첫 경기에서는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
▲ 그런 징크스를 빨리 떨쳐내려고 한다. 훈련할 때처럼 경기하면 기록은 잘 나온다. 나도 늘 '훈련할 때처럼 하자'고 마음먹는데, 첫 경기에서는 잘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오늘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훈련할 때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항상 1등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계속 상위권에 있는 건 중요하다. 우승을 놓쳐서 아쉽지만, 상위권에서 경기를 마친 건 다행이다.
-- 지난해 도하 대회에 이어 올해도 '현역 최고' 바르심을 꺾었다.
▲ '저런 선수도 질 때가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웃음) 하지만, 바르심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8월에 열리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르심이 오늘과 같은 몸 상태로 출전할 리가 없다. 바르심은 세계선수권 3연패를 한 선수다. 역대 어떤 높이뛰기 선수보다 큰 대회를 자주 치렀고, 우승도 많이 했다. 메이저대회에서는 분명히 다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것이다. 나도 바르심과 우승을 놓고 경쟁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하겠다.
-- 해리슨의 경기력이 돋보였다.
▲ 해리슨은 지난해에 시즌 초에 부진했지만,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에서 2위(2m34)에 오르는 등 후반부에는 좋은 기록을 냈다. 해리슨은 젊은 선수다. 많은 종목이 그렇지만, 높이뛰기는 경험이 중요하다. 나도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2m35로 4위) 이후 많은 대회에 출전하면서,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과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땄다. 해리슨이 아직 메이저대회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곧 큰 경기에서도 시상대에 오를 것 같다. 물론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내가 해리슨을 이기고 싶다. 꼭 이겨야 한다.
-- 지난해에는 다이아몬드리그 개별 경기에 3차례만 출전해 1점 차로 파이널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 2022년 유일하게 아쉬운 게, 파이널시리즈 진출 실패였다. 올해에는 다이아몬드리그에 되도록 많이 출전해 파이널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다. 다이아몬드리그 개별 시리즈에서 우승해도 메달을 받지 않는다. 파이널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다이아몬드리그 트로피를 받는다. 그 트로피가 정말 예쁘다. 꼭 손에 넣고 싶다.
-- 스파이크도 계속 수정하고 있다는데.
▲ 푸마와 상의하고 있다. 새 스파이크에도 적응하는 중이다. 오늘 도하에 강한 바람이 불어서 많은 선수가 초반에 탈락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올해 첫 실외 경기는 무난하게 치른 것 같다. 스파이크, 경기 감각 등 모든 것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 바로 귀국해 9일 예천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겸한 KBS배를 치른다.
▲ 출국할 때 '우울한 기분으로 돌아오지 않겠다. 웃으며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 오늘 도하 경기장에 한국 팬이 많이 오셨다. 정말 감사했다. 한국에 계신 팬들께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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