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면서 쉽게 살아가는 사람 없다. 잘 살아 보기위해 남의 나라에 사는 사람은 내 나라, 내 고향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비하면 비교 안 되게 힘들게 살아간다. 태어난 곳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민자들의 힘든 개척시기가 있다. 부모를 따라와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이 내가 새로이 선택한 나라에 가서 개척의 역사를 쓴다. 자발적인 미지의 개척이다.
사탕수수 밭으로 시작된 우리 선배들의 이민사는 힘든 삶의 시작이다. 견디고 이겨서 즐겁게 살아가든, 되돌아가든, 내 자유지만 한 가지씩은 한을 갖고 살아간다. 따지고 보면 어디서 사나 삶이 고생이지만, 뉴욕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가서 사는 친구는 뉴욕 쪽을 보고 오줌도 안 눈다고 한다. 힘들게 군대생활 한 사람한테 들어보는 얘기를 먹고 살기 위해서 살던 곳을 그렇게 얘기한다.
친구 아버지는 너무나 고국에 가고 싶어서 일 끝나면 집에 안 오시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에 가서 비행기 쳐다보며 망향을 달랬다고 한다. 결국 말년에는 돌아갈 수 있어도 안 돌아가시고 자식들 있는 옆에서 살다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기찻길 옆에 살던 어떤 사람은 긴 운송차량이 지나갈 때 HANJIN 마크가 보이며 지나간단다.
그 속으로 빠져들어 그 걸 타고 돌아가는 꿈을 꾸면서 힘든 세월을 남의 나라에서 견디며 살았단다. 위험한 동네방탄 유리 속에서 마누라한테 일 맡겨놓고 운동하러 간 후 권총강도가 들어왔는데도 다음 날 여전히 골프 치러 가는 용감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대부분이 술 한 잔에 시름 잊어가며 세월을 그렇게 이겨내며 살았다. 느낌이 강한 사람은 표현도 강하다. 미국에서 사는 사람은 죽으면 천당에 가야 한다고 한다. 얼마나 뼈에 사무쳤으면,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으면, 그런 생각을 할까.
L.A에 사는 친구는 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 갔는데 누워있는 분을 보고 나도 저 상태로 누워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단다. 눈 오는 날은 천장 뚫고 들어오는 도둑놈 지키려고 총들고 가게에서 자고 먹고 하며 지금을 일군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나도 마찬가지다.
빨리 돈 벌어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저녁엔 술 마시고 소파에서 잠들고. 지금 생각하면 일하고 술 마시고 잠잔 생각뿐이다. 돈도 많이 벌어 봤고, 상상하기 힘든 돈 날려도 봤지만, 세월이 내 몸과 마음을 다르게 만들어놓아 지금은 돌아가 살 수가 없다. 어머니와 같이 살던 나라는 회상하는 나라가 됐고 자식이 사는 나라가 내 나라가 됐다. 사랑이 깊었는데, 지금은 저절로 사랑도 식어 버렸다.
이런 건 약과다. 흑인 동네서 장사 하다가 총 맞아 남편 잃고 과부되어 홀로 살아가는 아는 사람도 있고 총 맞고 살아나서 같이 골프 치는 사람도 몇 분이 있다. 이 사람은 오른 손가락이 반이 없어졌는데 잘 친다.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가 매일 만석으로 태우고 다니니 여기 사는 사람들이 맨날 한국에 다니는 줄 아는데 나 같이 한국에 부모님이 계셨고 형제가 있는 특별한 사람 빼고는 오가지 못 하고 마음으로 잊고 지내다보니 가지도 않고 가고 싶지도 않단다. 세월이 변화시킨 경우다. 적응도 되고 감정이 무뎌져 버렸다.
오랜 세월 버릇이 돼서 시끄러운 곳 싫어져서 안 나가는 친구도 있다. 주위에 20년, 30년 동안 안 나가는 사람. 미국 와서 35년만에 처음 나간 사람. 내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 다니는 사람만 다니고 주재원이나 여기저기 살만한 곳, 찾아다니는 사람이나 맨날 비행기 타지 열심히 생활하는 사람은 비행기를 거의 안 탄다. 오죽하면 교회에서 옷 입은 걸 보고 몇 년 도에 미국 온 사람인 줄을 알까. 미국에 이민 온 해로 머리도 정지 돼 있다고 한다.
미국사람도 아니고, 한국사람도 아니고, 무슨 말 하는지 모르는 게 많다. 노래고 뭐고 온통 미국말이 섞여있는데도. 맑은 공기, 맑은 물이 내 삶을 윤택하게는 해줘도 편안하게는 못 해준다. 잘 꾸며진 아파트에서 살면서 정수기, 공기정화기 틀어놓고 서울에서 제주도 해산물 택배로 받아먹으면서 눈치 안 보고 내 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생활인가. 남의 나라에서 눈치 보며 사는 동포들. 이미 원주민과 싸워서 이기고 잘 만들어 놓은 나라에 일찍 온 사람들과 동등하게 떳떳하게 질서 지켜가며 훌륭한 의식을 지켜가는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내가 이 나라에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에 뿌듯한 일꾼으로 살아가야한다.
새로운 말로 대충 말하고 눈치껏 알아들으며 새로운 삶을 잘 견디어나도 힘들게 싸우며 한 노릇했다는 긍지와 자부심 갖고 살아야 한다.
이제는 지내온 세월은 추억으로 즐기며 한 쪽은 땅이 넓으니 가격 싼 재미 있는 운동이라고 매일 골프 치며 살아가는 것을 부러워 할 것 없고, 다른 쪽은 눈 뜨면 나와서 공짜 지하철 타고 여기저기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는 친구 부러워 할 것 없이 서로 다른 환경에 감사히 살아가며 해외에 살고 있는 친구들 고생 이해해 주면서 감사히 살아가면 잘 마무리 돼는 멋있는 삶 아닐까. 한 생 살아가는 게 다르고 사는 곳 또한 같을 수가 없다.
마지막 남은 세월 조심히 마무리 해야 새로운 곳에 새롭게 맑고, 밝은 빛,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만큼 살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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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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