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65대 차량으로 포트수단까지 육로 탈출…EU “1천명 이상 대피”
▶ 한국인 28명 사우디 제다 무사히 도착…수단인들 육로 피란도 이어져
수단 군벌 간의 무력 충돌이 주춤했던 사흘간의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 휴전'(21∼23일)이 종료된 후에도 각국의 필사적인 자국민 또는 외교관 철수가 이어졌다.
수도 하르툼 한국대사관에 집결해 있던 한국인 28명도 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무사히 도착했다.
24일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차드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단 내 외교관을 포함한 자국민 철수 작전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한국도 수도 하르툼의 대사관에 집결해 있던 국민 28명을 버스 편으로 하르툼에서 동북쪽으로 800㎞ 넘게 떨어진 포트수단의 안전지역까지 무사히 대피시켰다.
포트수단 공항에 대기 중이던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건너간 이들은 2명을 제외한 26명이 군수송기로 갈아타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수단에 거주하던 일본인과 가족 등 45명도 자위대 항공기를 타고 인근 국가 지부티로 대피 중이라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날도 군용기를 이용해 700여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스위스, 폴란드, 헝가리, 일본 국적자들도 포함됐다.
네덜란드 군용기도 이날 여러 국적의 피란민을 태우고 수단에서 인근 요르단으로 향했다고 네덜란드 외무부가 밝혔다.
전날 하르툼에서 홍해 도시 포트수단으로 출발한 유엔의 대규모 철수 차량 행렬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65대의 차량으로 구성된 유엔의 대피 행렬에는 직원과 가족 등 700여명이 함께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안전한 대피를 도운 수단의 양측 군벌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즉각 전투를 멈추고 모든 민간인을 전투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폴커 페르테스 주수단 유엔 특사를 비롯한 일부는 수단에 남아 기존 임무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유엔은 밝혔다.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의 충돌이 격화한 서부 다르푸르에서도 외국인과 수단 국민을 인근 차드와 남수단 등으로 대피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잡했지만, 성공적으로 철수 작전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의 EU 시민이 수단에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시민들을 탈출시킨 프랑스에 특별히 감사한다. 그리고 각국의 시민들을 데리고 나온 많은 국가의 노력에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탈출 과정에서 공격받은 사례는 카타르 대사관 직원, 프랑스 민간인 등 2건이며, 1명이 총상을 입었다.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의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신속지원군(RSF)의 무력 충돌이 열흘째 이어지면서 수단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수도 하르툼에서는 수돗물과 전기가 끊기고 병원도 대부분 문을 닫아 '인도주의적 재난'과 버금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특히 오랜 단전으로 인터넷마저 불안정해지면서 소셜미디어로 탈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드 휴전 종료 후 정부군과 RSF 간 분쟁이 격화해 본격적인 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단인들의 피란 행렬도 잇따르고 있다.
주로 하늘길과 뱃길을 이용해 수단을 떠난 외국인들과 달리 수단인들은 대부분 육로를 통해 인접국인 차드와 이집트, 남수단 등지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유엔과 WFP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후 현재까지 서쪽 접경국 차드로 2만명, 남쪽 남수단으로 1만명의 피란민이 국경을 넘었고, 북쪽 이집트로도 피란민이 몰리고 있다.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쿠데타로 30년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고 2021년에는 과도 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이들은 민정이양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반목하기 시작했고, RSF의 정부군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 끝에 지난 15일 무력 충돌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최소 400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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