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로 새로운 패션시대를 열었던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Dame Mary Quant)가 4월13일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아니, 이 사람이 아직 살아있었어?’ 하고 새삼스러웠던 것은 40년도 전인 졸업반때 언론사 상식 시험문제에 나왔던 이름이었다.
“미니스커트의 선구자는?” 사지선다형 답 중에 당연히 “메리 퀀트“가 정답이었다. 시험전에 공부한 상식집에 나왔던 그녀는 혁신가, 도전정신, 창의력의 아이콘이다. 파리 패션계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을 때 1960년대 런던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만든 디자이너다.
메리 퀀트는 1934년 런던에서 교사의 딸로 태어나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의상실에 들어가 옷 패턴 만드는 법부터 익혔다. 1955년 킹스 로드에 바자(Bazaar) 부티크를 오픈하자 이곳은 트렌디 한 젊은이들의 핫스팟이 되었다.
스윙잉 식스티즈(Swinging sixties: 활기찬 1960년대 중후반, 모던함을 강조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런던 청년들 중심으로 예술, 음악, 패션 분야가 활성화됐다.)의 뛰어난 혁신가로 통하는 그녀는 미니스커트로 여성들을 해방시켰다.
남성복 원단을 사용해서 여성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드레스, 핫팬츠도 세상에 내보였다. 웨트 룩(Wet Look: PVC같은 광택 소재와 레인 부츠 등으로 코디한 룩)도 히트시켰다.
두 번째로 부티크를 오픈하면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췄고 기성복 산업의 기반이 되었다. 뱅 헤어스타일,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대표되는 메리 퀀트 스타일은 지금도 매니아층이 제법 많다.
이 19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분쟁, 월남전, 중국의 문화혁명 등 온 세계가 이념과 이권 분쟁에 휘둘렸다. 베트남 전에 젊은이들이 파병되고 반전 운동이 일어나고 히피 문화가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청소년이 되었고 이들은 부모 세대와의 차별화를 원하면서 세대차가 생기기 시작했고 여성해방운동이 활발했다.
그 당시 우리가 좋아하는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과 비틀즈가 있었고 1965년 인간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위를 걸었다. 전 세계의 공통된 관심은 우주, 은색가죽 플라스틱 비닐과 같은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스페이스 룩’도 인기였다. 히피룩, 밀리터리룩, 테니스룩, 사파리룩, 비틀즈룩 등 다양한 트렌드가 공존했다.
미니스커트를 최초로 창조한 사람은 프랑스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라로 알려지나 메리 퀀트가 대중화시켰다. 미니스커트라는 이름도 없던 당시, 메리 퀀트는 자신이 좋아한 자동차 브랜드 ‘미니(Mini)’의 이름을 따서 미니스커트라는 명칭을 만들었다.
그러나, 처음 무릎 위로 올라온 짧은 스커트는 충격적이었다. 보수적인 런던 시민들은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옷차림에 놀랐고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우산으로 매장 쇼윈도를 두드리며 “부도덕하다,”, “역겹다.” 고 외쳤다.
그러나 점차 10대들이 이 옷을 사 입기 시작했고 “더 짧게, 더 짧게‘"를 외쳤다. 요즘 연예인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걸치는 ‘하의실종 패션’ 이라는 것이 바로 이 미니의 후손일 것이다.
보수적이고 원칙적인 이 시대에 미니스커트를 대중화 시킨 메리 퀀트의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높이 사고 싶다.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도전정신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추구하며 어려운 사업일수록 불굴의 의지를 보인다, 도전한다는 말 자체가 자신의 능력 범위를 한 단계 뛰어오르는 것이고 이루려는 목표가 쉽게 정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은 달라진다. 조직문화에서의 원만한 인간관계, 책임감, 성실성의 시절을 지나 협동성, 사명감, 책임감 등 집단주의 덕목을 요구한 시절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는 국제화, 정보화에 의해 창의성, 전문성, 도전의식이 강조되고 있다.
패션의 대명사에 샤넬, 디올, 메리 퀀트 세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선다. 오랫동안 잊었던 이름, 메리 퀀트의 별세 소식에 한 시대가 지나간 느낌이다. 더불어 나의 젊음도 영영 지났구나 싶어 어째 좀, 기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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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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