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를 맞은 북아프리카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무력 충돌이 더욱 격렬해지면서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AFP·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오전 수단 의사연합은 지난 15일부터 사흘째 이어진 군벌 간 교전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97명, 부상자는 365명으로 집계했다.
이 단체는 많은 사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어 사상자 수는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단체는 정부군과 RSF 대원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들을 포함하면 전체 사망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 수를 최소 83명, 부상자 수를 1천126명으로 집계하고, 수도 하르툼의 병원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다친 민간인을 수용하는 9개 병원 중 상당수가 혈액, 수혈 용품, 전문의 부족과 단수, 정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수도 하르툼과 인근 도시 옴두르만에서는 이날 오전 2시간가량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도 진행됐다.
또 한차례 공습이 지나간 후에도 탱크와 장갑차 포격이 이어졌고, 기관총 등이 동원된 시가전도 끊이지 않았다.
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성명을 통해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의 공습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부르한의 군대가 미그기를 동원해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잔인한 작전을 펴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부르한 장군이 주도하는 수단 군사위원회는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RSF를 반란군으로 규정하고 해산 명령을 내렸다.
양측은 전날 부상자 수송 등 인도주의적 통로를 일시적으로 개방하라는 유엔의 제안을 수용해 잠시 교전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하르툼 주민들은 총성과 폭발이 계속 이어졌다고 전했다.
교전은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부 다르푸르와 동부의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국경에서도 정부군과 RSF의 무력 충돌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북다르푸르의 난민 캠프에서는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직원 3명을 잃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수단 내 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중동 최대 항공사 카타르 항공은 수단행 항공편 운영을 중단했다.
WFP는 격전이 벌어진 하르툼 공항에서 유엔인도주의항공서비스(UNHAS항공기가 심각하게 손상되면서 직원들의 이동과 구호 활동도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타르 항공은 하르툼 국제공항 폐쇄로 수단행 항공 노선 운영을 중단했다고 카타르 뉴스 통신이 보도했다. RSF는 하르툼 공항을 장악했다고 주장했으나 정부군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수단 군벌 충돌을 중재하기 위해 국제사회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아프리카 지역 연합체인 정부간개발기구(IGAD)가 가장 적극적이다. IGAD는 휴전 중재를 위해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살바 키이르 남수단 대통령, 이스마일 오마르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을 가능한 한 빨리 수단에 파견할 예정이다.
유엔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 연합(AU), 미국,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즉각적인 휴전과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에서 "수단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군과 RSF 지도자들에게 즉각 적대 행위를 멈추고 위기 해결을 위한 대화 시작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주말 사이 수단의 양측 지도자들과 통화한 것은 물론 AU, 아랍연맹, 주변국들과도 활발히 접촉 중이라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영향력을 가진 모든 이들이 폭력 종식과 질서 복원, (민주적) 정권 이양으로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그 힘을 써달라"고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동맹국들은 수단 사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싸움을 즉시 멈추고 양측이 대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과 함께 입장을 발표한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당장의 미래가 장군들의 손에 달렸다"며 "우리는 이들에게 평화를 앞세우고 싸움을 중지하며 협상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수단이 어느 나라보다 많은 군사 쿠데타와 쿠데타 시도를 경험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정부군 지도자 부르한 장군과 RSF를 이끄는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힘을 합쳐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하는 데 성공했고, 2021년에는 과도 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다.
하지만 RSF를 정부군으로 통합하는 문제 등 통치 방향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의 갈등은 유혈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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