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는 올리브, 미국에는 냉담…대서방 ‘갈라치기’ 기조
▶ 러·브라질과 관계 강화하며 ‘미국 1강’에 맞설 동조세력 다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중국을 방문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중국이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에 공식 진입한 이후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쇄 정상외교에 나서며 미국의 포위망 돌파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관계 개선 시도가 벽에 부딪힌 미국과는 외교적으로 냉각기를 가지면서 우호국과의 관계는 강화하고, 껄끄러운 국가들은 최소한 미중 사이에서 중립 코너에 머물게 하기 위해 숨 가쁜 외교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3월 중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 후 시 주석은 지난달 20∼22일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16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의 정상과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5∼7일 방중)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12∼15일 방중)과의 정상외교는 각각 세자릿수 규모의 기업인이 동행한 대규모 국빈 방문 형식으로 진행했다.
또 시 주석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 일정으로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을 역시 국빈으로 초청했다.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일 일본, 14일 독일 외무장관과 각각 회담하는 등 중국에 '어려운 상대'를 맡아 시 주석 외교를 뒷받침했다.
최근 중국 외교의 가장 두드러지는 경향은 유럽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데 대유럽 외교의 방점이 찍혀 있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스페인, 프랑스 정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회담한 결과와 친 부장이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한 결과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을 강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디커플링에 동참하지 말 것을 역설했다.
중국-프랑스 정상회담 계기에 중국 항공사들이 에어버스의 항공기 160대를 사기로 한 것을 포함해 20여 건의 양국 기업 간 계약이 체결된 데서 보듯 중국은 자국 시장을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고, 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유럽에 발신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이 중국을 사실상 러시아 편으로 간주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었던 대유럽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대중국 견제 전선에 균열을 만들려는 노력이 최근 중국 외교에서 두드러진다.
또 하나의 경향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인 러시아, 브라질과의 정상외교에서 보듯 미국 '1강 체제'에 함께 맞설 '우군'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중국은 러시아, 브라질과 정상회담에서 정치적으로 '다자주의 강화'를 내세웠고 경제적으로는 자국 통화에 기반한 무역을 확대키로 함으로써 달러 패권에 맞선 위안화 국제화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런 동조세 확산 노력은 연내 중국에서 개최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과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지난달 중재하고 브라질과의 정상회담 계기에 기후변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중국이 글로벌 현안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확인된다.
또 다른 경향은 미국에 대한 정치적 냉담함과 경제적 접근의 병행 기조다.
지난 2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 와중에 무기한 연기된 이후 중국은 블링컨 방중 재추진을 거부하고 있으며, 미중 정상 간 통화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격추한 '정찰 풍선' 잔해에 대한 분석 결과 발표를 토대로 어떤 추가적인 대중국 공세를 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요인일 수 있지만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기술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고강도 공세를 지켜보면서 중국이 대미 관계 개선에 대한 현실적 한계를 체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대만을 다녀온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을 14일 제재 대상에 올린 것도 중국의 대미 '강대강' 기조를 보여준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중국은 지난달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회동, 지난 11일(미국시간) 이강 인민은행장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회동 등에서 보듯 경제 영역에서만큼은 미국에도 협력적인 기조를 보인다.
'정랭경온(政冷經溫)' 기조하에 정치·외교·군사 영역에서는 미국에 '강대강'으로 맞서되 경제 영역에서 미중간 디커플링 불가 여론을 확산함으로써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전술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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