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홍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김세홍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성빈센트병원 제공]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발생한 암 환자는 25만여 명이었다. 최근 5년간 암 진단을 받은 환자 생존율은 71.5%로 좋아졌다. 암 치료법 발전으로 암 환자 생존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암성 통증 치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암성 통증은 전체 암 환자의 50%, 진행성 암 환자의 70% 이상이 겪어야 하는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흔한 암 증상이다. 하지만 절반가량이 적절한 통증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세홍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은“암으로 인한 통증은 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거나 혹은 기저 질환이 악화돼 발생한다”며“그런데 환자나 보호자들은 암성 통증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암성 통증은 초기부터 적절한 약물이나 시술을 시행하면 90%에게서 난치성 통증으로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암성 통증을 설명하자면.
암성 통증은 암 환자가 암으로 인해 느끼는 모든 통증을 말한다. 암환자에게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암세포가 뼈나 신경ㆍ장기 등을 손상했을 때 생기기도 하고,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의 치료를 받으면서 부작용으로 암성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암으로 인한 합병증이나 기타 동반 질환에 의한 암성 통증이 생길 때도 많다. 암성 통증은 우리가 흔히 겪는 일반적인 통증과 비교해 통증 강도가 높으며 한 번 발생한 통증은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환자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키게 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진행성 암 환자의 70% 정도가 암성 통증을 겪고 이 중 50~60%의 환자가 적절한 통증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성 통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암성 통증을 가라앉히는 치료제로는 마약성과 비마약성 진통제가 있다. 마약성 진통제(코데인, 트라마돌, 모르핀, 옥시코돈, 하이드로몰폰, 펜타닐 등)는 환자마다 개인별 적정 용량이 다르므로 개인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
마약성 진통제는 복용 후 2~3시간 뒤에 약효가 천천히 나타나 12시간 정도 지속되는 ‘서방형(徐放形) 진통제’와 약효가 1시간 뒤 빠르게 발현돼 최대 4시간 정도 유지되는 ‘속효성(速效性) 진통제’로 나눌 수 있다.
암성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암 환자는 서방형 진통제를 일정 시간에 규칙적으로 계속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진통제를 아플 때만 복용하거나 통증이 없다고 약을 중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갑자기 나타나는 돌발 통증이 있을 때에는 속효성 진통제를 추가적으로 복용하는 게 적절하다.
의료진은 적절한 용량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통해 증상 조절 및 부작용에 대한 관리까지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마약성 진통제로 충분히 통증이 조절되지 않거나, 심한 부작용이 생기면 보조 약제를 병용하거나 척추신경차단술ㆍ중추신경조절술 같은 통증 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진통제 투여량을 높여도 괜찮은지.
일반적으로 적절히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했을 때에는 중독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한 용량을 제한 없이 늘려 사용할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음 사용하거나 복용 용량을 늘리면 부작용으로 변비ㆍ구역질ㆍ구토ㆍ졸림 등이 생길 수 있지만 이 같은 부작용은 대부분 며칠 후 사라지거나, 조절 가능한 것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하면 된다.
-암성 통증을 조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암성 통증을 제대로 조절하거나 치료하지 않으면 면역력 감소, 암세포 증식 촉진 등 암 환자 생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암 환자에게 발생한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우울감ㆍ분노ㆍ수면 부족ㆍ가족 내 갈등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암 투병을 하면서 발생하는 암성 통증을 조기에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암성 통증은 암 환자가 겪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암성 통증을 잘 조절하면 90% 이상 좋아질 수 있다. 암성 통증 치료는 환자 상태ㆍ약물 부작용 등을 고려한 맞춤화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암성 통증은 견디고 참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증상이다. 따라서 암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암성 통증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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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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