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1년 한국 22대 총선 6대 변수와 전망
총선 결과 국가 진로와 윤정부 후반기 정국 주도권 좌우
핵심 변수는 선거 대결구도와‘사법리스크’이재명 거취
여야 정책 및 이슈 대결, 2030세대 표심 향배도 막판 변수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의 이념·노선 대결 속에 치러지는 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진로와 미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많다. 현재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체제가 바뀌느냐 여부에 따라 여야 어느 쪽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게 될지 결정된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 제1당과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된다. 윤 대통령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국정 운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특히 여당이 제2당에 머무를 경우 야당의 주도권 장악과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은 1년 11개월에 걸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친윤(親尹) 대 반윤(反尹) 세력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총선 직전의 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와 여야 정당 지지율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3월 5주차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나란히 33%를 기록한 반면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민주당(47.1%)이 국민의힘(37.1%)을 앞서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 직전 2~3개월간의 여야 정당 지지율 추이가 중요하므로 올해 말 이후의 정국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의 주요 변수로는 △대결 구도 △이슈와 정책 △인물과 공천 △선거 제도 △2030세대 지지율 변화 △돌발 변수 등 크게 여섯 가지가 거론된다.
총선의 승부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대결 구도이다. 이번에는 연쇄 사법 리스크에 갇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취가 대결 구도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구도는 여야의 1대1 양강 구도와 △야권 분열에 따른 1+2 △여권 분열로 인한 2+1 △여야 분열로 인한 2+2 대결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여러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는 여야 간 1대1 양강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정의당의 독자 출마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야 간 양강 대결의 가능성을 점쳤다. 배 소장은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은 호남만의 민심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이 자신들만의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조사 관련 데이터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남은 1년간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지지율이 선거를 앞두고 하락세를 보이고 공천 갈등이 증폭될 경우 야권은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세력으로 갈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도 공천 갈등 등으로 친윤 대 반윤으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총선에서 구심점을 가진 집권 세력의 분화보다 야당의 분열 사례가 더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여권의 분당(分黨)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윤 세력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탈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이어 대장동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대표 체제를 총선 때까지 유지할지 여부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이 대표의 거취는 야권 분열 여부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우선 이 대표가 비명계의 대표직 사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총선 때까지 대표직 고수에 집착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배 소장은 “민주당은 지지율 누수를 막기 위해 이 대표의 영향력 아래 총선을 치르려 할 것”이라며 “만일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제3의 인물이 전면에 나서면 민주당은 지지 세력 분산 등으로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놓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대선 2라운드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면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당헌 80조 개정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고 추가 재판이 진행되면서 불리한 정황이 나타날 경우 민주당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 또는 중도 하차 가능성도 열려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늦어도 연말쯤에는 대표를 그만두고 민주당은 비대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표가 연말쯤 사퇴할 경우 민주당은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대신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킬 개연성이 있다.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총선 대결의 핵심 구호는 ‘정권 안정론’ 대 ‘정권 심판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은 ‘방탄 정당’의 족쇄를 벗고 활로 모색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0대 총선 직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한 뒤 김종인 씨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던 것과 유사한 길을 갈 수 있다”며 “이 대표 역시 자신이 백의종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당내 영향력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비명계의 불만 때문에 민주당의 내부 역학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내 전직 총리 중 지역주의 탈피의 상징성을 가진 김부겸 전 총리가 비대위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인기 영합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표심을 자극할 경우 여야 간 정책 대결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의 상반된 정책 노선은 이미 잘 알려진 만큼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 급식 논쟁처럼 정책 이슈가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 여야 중 어느 한쪽이 선심 정책을 내놓으면 다른 당이 유사한 정책으로 맞불을 놓을 것이기 때문에 포퓰리즘 대결은 핵심 변수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야는 노동 개혁과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예산 지원을 놓고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산업 현장의 불법행위 척결과 노조의 투명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 야당은 민주노총 등 기득권 노조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 비판과 노조의 권익 보호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표심이 유동적인 20대와 30대 유권자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 결과 2030세대 남성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여성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총선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선거 제도 개편 논의 결과도 승부에 영향을 준다. 현행 소선거구제+비례대표 혼합 선거 제도를 바꾸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도입 및 권역별 비례대표 증원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로 선거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 밖에 내년 초 총선 직전의 경제 상황과 북한의 도발 등 돌발 변수도 막판에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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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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