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기술 무기화 가속
▶ 중, 수출통제 항목 139개로 조정… ‘희토류 자석’ 네오디뮴 등 추가
기술우위 태양광·라이다까지 통제, 주요 공급망 대중 의존도 확대 노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일본을 겨냥해 희토류 기술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희토류 기술뿐 아니라 수출 금지 대상 항목을 더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한국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배터리 규제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팃포탯(tit-for-tat)’ 전략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에 더해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태양광과 라이다 규제 등 대응 범위를 확대하고 강도도 높이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이 양국간 협력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중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면 가만히 있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조업 등 산업기술 수출 규제 목록인 ‘중국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을 발표하고 연내 이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수출 금지·제한 항목 32개를 삭제하고 36개는 수정하는 한편 7개는 신규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출 금지 24개, 수출 제한 115개 등 총 139개 항목으로 재조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1월 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2월 23일 수줴팅 상무부 대변인은 “개정안과 관련해 각계 각층의 피드백을 받아 공개적으로 의견 수렴을 완료했다”며 “관련 부서와 협력해 합리적인 내용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금지 항목으로 고성능 자석인 ‘네오디뮴’과 ‘사마륨코발트’ 등의 제조 기술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고성능 희토류 자석은 전기자동차나 풍력발전용 모터 등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항공기·로봇을 비롯해 휴대폰·에어컨 등의 가전제품까지 모터의 사용 범위는 광대하다. 이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공급에 제한을 받게 되면 일반 국민의 생활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중국 84%, 일본 15%이고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중국 90% 이상, 일본 10% 이하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중국이 기술 수출을 금지하면 미국과 유럽은 신규 진입이 어려워져 중국에 완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일본의 시장점유율도 빼앗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자국 기술을 무기화하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개정안은 수출 금지·제한에 대해 국가 안보, 사회 공익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자석 제조 기술 수출 금지는 주요 공급망의 대중(對中)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라며 “핵심 기술을 국내에서 봉쇄하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비장의 카드로 삼을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희토류 분야 외에도 자국의 핵심 기술 우위를 강조하며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경우 입게 될 피해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이다와 태양광 관련 기술이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발사해 그 빛이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분석해 거리와 물체의 형상을 파악하는 장치로,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전기차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자율주행으로 진화하기 위해 라이다 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중국이 2030년까지 차량용 라이다 수요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 국가인 중국은 실리콘웨이퍼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태양광 제품의 80% 이상을 만들어낸다.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법을 통해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으나 지난달부터 수입을 재개했을 정도다. 태양광 부품 수입이 중단되면서 미국 곳곳에서 태양광 설치 프로젝트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의 수출을 제한한 후 중국의 수출 금지·제한 관련 개정이 잦아진 것도 기술 패권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의 수출 제한·금지 품목은 2001년 처음 제정돼 2008년 한 차례 수정됐다. 이후 변동이 없다가 2020년에 이어 다시 올해 개정이 진행 중이다. 미국이 2019년 안보상의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수출을 전면 통제한 후 중국도 수출 금지와 제한 품목을 계속 조정하는 상황이다. 일종의 보복성 조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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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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