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제 은행예금은 전액 보험적용을 받는 것인가?
하지만 연방관리들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지난주 청문회에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또 다시 ‘말 바꾸기’를 이어갔다.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너처 뱅크의 예금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는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 가장 최근의 입장이다.
이보다 하루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예금은 “안전하다”는 그의 발언이 “예금 전액에 대한 보험적용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말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규제당국은 이전에 가동했던 “도구들을 다시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남겨두었다. 어떤 경우에 이런 도구가 재사용될 수 있다는 건가? 더 많은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취하고 있는 감독조치는 어떤 것인가? 모든 예금주는 SVB 혹은 시그너처 은행의 거래인과 동등한 취급을 받게 되는가?
벌써 일주일 넘게 입법자와 언론인 및 투자자들은 이 문제에 관한 당국의 명확한 답변을 찾고 있다. 특히 예금주들은 은행에 맡긴 그들의 예금이 온전히 보호를 받게 될지 여부에 대한 당국의 확답을 원한다.
예금은 “안전하다”는 관리들의 연이은 발언은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은 채 모든 예금을 한도 없이 보호해주겠다는 듯한 어감을 풍긴다. 이렇듯 확정된 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바뀌는 고위관리들의 공개성명에 따라 시장은 그네 뛰듯 큰 폭으로 움직였다. 신속히 해소되지 않는 모호성은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그럼에도 관리들이 명료한 대답을 꺼리는 이유는 무얼까?
사실 연방정부가 모든 예금의 손실보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가시지 않는 두려움이다. 예금보험한도가 없어질 경우 손실위험이 없다는 생각에 은행 매니저들이 예금을 이용해 더 큰 도박을 하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할까 두려워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보험지급액을 커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예금 전액보장을 전제로 산정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연준은 충분한 보험료를 징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보험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보장하는 은행예금 보험 한도액은 의회의 결정에 따라 예금주 1인당 25만 달러로 정해졌다. 특정 기관에 예외를 두려면 (대통령과의 협의를 거친) 연방재무장관의 지원과 FDIC와 연준 이사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SVB와 시그니처 은행 전체 예금의 대략 90%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관리들은 궁리 끝에 ‘조직적 리스크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금융시스템 전체로 위험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전액을 보증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또한 연준은 다른 은행들에도 유동성을 제공했고, 그것으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기를 희망했다.
안타깝게도 희망은 빗나갔다. 다른 소형 혹은 중형 은행 예금이 대량인출사태 발생 때 완전히 보호될 것인지에 관한 가시지 않는 모호성은 퍼스트 리퍼블릭을 비롯한 소형은행 예금주들이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 등 이른바 ‘대마불사’ 은행으로 대거 이동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금주들이 그들의 예금이 완전히 보호된다고 믿는데서 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의 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예금주는 중소형 거래은행에 맡겨둔 예금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고, 따라서 해당 은행의 뱅크런 위험도 줄어든다.
정부가 고의적으로 모호한 접근법을 취하는데서 발생하는 문제는 공식적인 정책의 연이은 재해석에 따른 혼란과 주식시장 변동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전략적인 모호성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최악의 상태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옐런을 비롯한 관리들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중소형 은행의 고객들은 예금 손실 위험을 피해 대량인출을 시도하게 된다. 행정부의 애매한 태도를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한 ‘도박’의 청신호로 해석하는 은행 매니저들의 도덕적 해이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예금대량인출사태인 뱅크런 위험성을 키운다. 예금보증만이 뱅크런을 멈춰 세울 수 있지만 이는 은행의 도박을 부추긴다.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순환문제가 발생한다. 한 개의 문제를 고치면 다른 문제들의 상태가 더 나빠진다. 예컨대 상업부동산 분야에서의 잠재적 채무불이행과 기타 거품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대두된다.
바로 이것이 예금보증을 둘러싼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제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은 모호함이 아니라 명료성이 요구되는 시기다. 행정부는 예금보증 문제에 더욱 분명한 방향성을 제공하도록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 보호대상은 무엇이고 비보호 대상은 또 무엇인지, 예금보증은 어떤 조건아래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적법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안할 때 관리들이 말을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정부의 확실한 입장표명을 통해 금융시장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할 때이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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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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