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경제·사회 조화 이뤄야 ‘지속가능발전’…종합적 관점서 정책 펴
▶ ICT 접목 홍수예보·물관리 등 기술 축적…녹색산업 수출 다각화 추진
한화진 환경부 장관세상이 바뀌면 환경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탄소 중립과 순환경제 등 환경 가치를 지키면서도 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환경보호’와‘개발’의 조화로운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자타 공인 환경 전문가로서 평소‘현실과 유리된 규제 일변도의 환경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해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후변화전문위원,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실 환경비서관,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 소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행정가로서 경험도 쌓아왔다. 실제 한 장관 취임 이후 환경부는 해묵은 논란 거리였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 등에서 달라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만난 한 장관은“‘지속가능발전’이란 결국 환경·경제·사회의 조화를 통해 가능해진다”며“종합적 관점에서 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이념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 정책을 만들 것”이라며 “특히 저탄소 사회구조로 가기 위해 환경 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R&D) 과제를 꾸준히 발굴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녹색 산업의 기술 고도화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기본계획안을 계기로 더 커졌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탄소 중립, 녹색 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보다 40% 줄이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고 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주관하지만 우리나라의 중장기 환경 정책 방향을 규정하기 때문에 환경부가 깊이 관여한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띈 것은 산업 부문 탄소 감축 목표치를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NDC보다 3.1%포인트 낮춘 11.4%로 제시한 대목이다. 반면 에너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에서의 탄소 감축 목표치는 높였다.
한 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가능한 NDC 목표치가 5%에 그친다는 얘기도 계속 나왔다”며 “(이번에 내놓은 산업계 탄소 감축 목표치인) 11.4%도 모든 여력을 총동원해서 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한 장관은 “우리의 전략은 (탈탄소와 관련해) 책임 있는 실천과 질서 있는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녹색 성장 기술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전적으로 민간 기업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꼭 필요한 R&D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는 탈탄소 부문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는 CCUS 부문에서 R&D 과제 발굴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녹색 산업 기술 고도화가 중요하다는 게 한 장관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2021년부터 환경부 과제로 선정된 초순수(超純水) 사업을 예로 들었다. 한 장관은 “초순수는 불순물이 0%에 가까운 물로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를 세정할 때 쓴다”며 “우리나라에는 관련 기술이 없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 등 해외 소수 기업에 의존해왔는데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SK실트론 2공장에 초순수 플랜트를 꾸린 뒤 이곳에서 생산한 초순수를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수출이 어렵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무려 6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한 장관은 녹색 산업 수출을 통해 힘을 보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 환경 R&D의 역사가 30년이 된다”며 “특히 산업 발전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이는 상하수도·폐기물·매립지·바이오메탄 등의 기술 경쟁력 축적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올해 가능한 녹색 산업 수출 목표로 20조 원을 제시한 상태다.
한 장관은 주력 수출 시장으로 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 등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에 강점을 보유해 환경 기술을 디지털 역량과 연계하기 유리하다”며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홍수 예보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물 관리 기술 등을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들 지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지역으로 녹색산업 진출을 다각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 지원도 한결 밀착되고 있다. 한 장관은 “올 1월 해외 진출 기업과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녹색산업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며 “특히 기업·프로젝트별로 의견을 청취하는 ‘1 대 1 전략회의’ 방식으로 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영업 비밀 노출을 염려해 다른 업체들과 함께 해외 진출 애로를 공유하길 꺼리는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장관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도 현실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 그래서 현장에서 적용이 어려운 규제,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기업들을 만나보면 화학물 관리 규제 등과 관련한 우려가 많다”며 “정부가 그간 이런 요구를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기업 목소리를 더 들어보고 손 볼 부분이 있다면 이해 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해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 분야의 뜨거운 감자는 보조금과 관련한 것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무기로 해외 제조 기업의 자국 유치, 국내 기업의 육성 등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수송 부문 NDC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를 연평균 50만 대 이상 보급해야 돼 보조금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는 기술 혁신 유도, 안전과 이용자 편의 향상, 보급 가속화에 초점을 둬 보조금 정책을 개편했는데 앞으로 전기차 보급, 산업 여건 등을 분석해 정책 운영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해서는 “중소·중견기업들이 CBAM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산정·보고·검증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컨설팅·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심각한 가뭄은 한 장관의 고민 중 하나다. 다만 가뭄 극복 과정에서 해수 담수화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우리 기술로 세계 최초로 진수한 자항식 해수 담수화 선박 ‘드림즈호’ 얘기다. 드림즈호는 전남 완도군 소안도 등에 긴급 투입돼 급수가 어려운 도서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우에는 2013년 설치한 해수 담수화 설비를 통해 하루 최대 3만 톤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상황이다. 한 장관은 “해수 담수화 사업이 전남 지역 가뭄 대응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성을 좀 좋게 할 수 있는,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해수 담수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리=심우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