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에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의 새로운 교육목표 수립을 위한 기획팀 회의에 참석했다. 벌써 다섯번 째 종일 회의였는데 나는 오전만 마치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요즈음 여러가지 선거 준비 관련 일로 바빠 정작 본업인 변호사 사무실 일이 제법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기획팀 회의 때 교육감이 모두 발언을 했다. 그 때 참고 자료로 제시했던 것들 중에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팬데믹 기간이 우리 학생들의 생활태도나 사고방식에 끼친 영향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팬데믹이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것은 잘 알려진 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부정적 영향은 학업성취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회성에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집에서 갇혀 있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다른 일로 인한 외부 출입도 덩달아 줄었다. 하다 못해 학생들 사이의 데이트 횟수도 감소했다. 갈수록 더 많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소통하기에 직접 만나야 하는 필요가 줄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건전한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인 건강한 대면 대인 관계수립 경험의 기회도 상당 부분 박탈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증가한 부분은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불안정한 학습과 대인관계 환경은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스마트폰이나 다른 전자기기 사용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스트레스 해소 방편으로 마약에 의존하는 비율이 국가적 위기 수준으로 치달았다.
요즈음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아주 적은 양으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펜타닐 사용이 급증했다고 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2021년에 마약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자그만치 10만명이 넘었는데 그 중 무려 70%가 펜타닐 과용 때문이었다고 한다. 펜타닐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5년에 비해 7.5배가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펜타닐은 헤로인이나 몰핀에 비해 무려 50-100배 정도 강하다고 한다. 2 밀리그램 정도의 아주 적은 용량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건전한 방식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지난 주 내 교육위원 선거 출정식에서 나누었던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떠 올랐다. 나는 1년 여 전에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결정으로 토마스제퍼슨 과학고 체육관이 내 이름으로 명명되는 과분한 영예를 누렸다.
체육관이 어느 특정인의 이름으로 명명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 체육관과 관련된 유명 운동선수나 코치 아니면 체육관을 짓는데 기부금을 내는 등의 큰 공헌을 한 사람의 이름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심지어 운동도 잘 못한다. 미국에 이민 올 때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학교 성적 중 이곳 미국에서 대학에 지원할 때 포함시켰어야만 했던 한국 중학교 3학년 때의 체육 성적은 무려 ‘미’였다. 이 곳 성적으로는 ‘C’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체육 점수를 잘 받으려면 달리기, 턱걸이,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에서 잘 했어야 했다.
그러나 약하고 느린 내가 잘 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미’를 받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이름을 딴 체육관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20년 이상 교육위원으로서 봉사한 노고 뿐 아니라 내가 운동은 못했으나 그 어느 교육위원들 보다도 열심히 운동시합에 찾아가 응원을 했기 때문이다.
응원은 약하고 느려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운동시합 구경을 많이 가게 된 것은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민 와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고 새 친구를 사귀느라 쌓인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고백했다.
운동 시합 관전에 몰입되어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그 시간에는, 새로운 나라에 와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만 하는 데에서 오는 강박감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요즈음도 고등학교 팀들의 운동시합을 종종 찾는다.
우리 각자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신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분명히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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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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