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러 무기지원·중재외교 카드 놓고 고심할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2일 러시아 국빈 방문은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는 시 주석이 지난 10일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뒤 첫 외국 방문으로 러시아를 찾는 '상징성'에 주목하며 두 나라의 대대적인 협력 강화 합의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3일 끝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계기에 시 주석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 등은 미국에 잇달아 각을 세우며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시 주석은 양회 기간 한 회의석상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이 우리(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포위·탄압을 시행해 우리 경제에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을 안겨줬다"고 공개 발언하며 이례적으로 미국을 실명으로 비난했다.
중국은 올해초만 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대화 채널 재가동을 추진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초 불거진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과 미국의 잇단 중국 기업 제재,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등으로 최근 미국을 향한 태도가 부쩍 강경해진 모습이다. 2월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렇듯 미중관계가 표류하는 양상 속에 시 주석이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바꾸기 위해 전략협력을 강화해온 파트너(푸틴 대통령)를 만나러 간다는 점에서 '반미'가 이번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우선적인 코드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또한 두 정상은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를 포함한 양국간 교역 확대와 위안화 결제 확대 등 경제와 관련한 협력 강화에 합의할 것이 유력시된다. 양국간 군사훈련 강화와 유엔에서의 협력 강화 등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미국 등 서방이 고도로 견제하는 대 러시아 무기 제공에까지 중국이 발을 내디딜 것인지 여부다.
국빈 초청이라는 융숭한 대접을 하며 시 주석을 초청한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적 지원을 간절히 바랄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의 무기 지원 요청에 응할 경우 중국은 미국, 유럽과의 관계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무기 지원과 관련한 러시아의 희망에 일정 부분 부응하더라도 노골적으로 대러 살상용 무기 지원을 발표하고 나서기보다는 무기의 부품으로 쓰일 수 있는 민·군 겸용 물자를 민간 기업 간 거래 형식으로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무기 지원 여부와 함께 또 하나의 관심사는 시 주석의 우크라 전쟁 중재 외교다.
중국은 전쟁 당사자 간 직접 대화 조기 개시와 핵무기 사용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입장문을 지난달 24일 개전 1주년을 맞아 발표하며 정전 협상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할 의지를 밝혔다. 이런 와중에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시 주석이 러시아 방문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시 주석의 중재 외교 가능성이 부상했다.
시 주석 입장에서 최근 양회를 통해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킨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로 나섬으로써 '1인 체제' 강화와 장기집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안은 다르지만 중국은 최근 중동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정상화를 중재하며 외교적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현재의 전쟁 양상으로 미뤄 시 주석의 중재 외교가 시도되더라도 실질적인 정전 협상 개시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과 잇달아 접촉하며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 주석으로는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시 주석이 이번 방러의 방점을 중러 '반미연대' 강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외교 중 어느 쪽에 찍을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반미연대에 무게를 둘 경우 중재는 힘을 받기 어렵고, 중재에 무게를 둘 경우 대러 무기 지원 문제는 최대한 모호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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