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역할 환영 표명하며 일단 주시…국제사회 영향력 잠식 우려도
▶ “중동, 美에 군사적 의존 높아” vs “바이든 실책으로 美 소외돼”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까지 중재의 손을 뻗치면서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키우자 미국 내부에서 복잡한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견제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과제였고,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이를 위해 서방을 비롯한 민주 진영을 묶는 전략적 연대가 가속화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자체는 특별할 일이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중국의 외교 전략이 아프리카와 태평양도서국 등 저발전국을 중심으로 경제 원조와 함께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중동에 발판을 마련한 것을 포함해 세계 질서를 좌우할 사안에 직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계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경쟁은 추구하되 갈등은 피하고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으면 협조하며 '제2의 냉전'은 피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해 온 바이든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반응으로 일관하며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4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이란과 사우디의 화해를 중재한 중국을 놓고 세계 질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숨가쁜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며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특별할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0일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정상화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중국의 역할을 평가절하하면서도 "누가 테이블에 앉았는지에 상관없이 협상 자체가 지속가능하다면, 우리는 종국적으로 이를 환영한다"는 무미건조한 평가를 내놓았다.
예멘 문제를 포함한 오랜 대립의 폭력 사태를 종식하고 역내 평화 해법을 모색했다는 차원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미국으로선 자신들은 배제된 채 중국이 주도한 3자 논의 구도 자체를 마냥 반길 수도 없는 미묘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다.
개별 사안을 놓고 확대해석할 필요가 현재로선 없는데다 이 자체가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반체제 언론인 살해 배후로 지목하며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후 급격히 소원해지긴 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화약고인 중동에서 군사적으로 오래 얽힌 불가분의 동맹이라는 점도 이 같은 시각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은 "이번 중재로 중국이 중동 문제에 발을 뻗을 기회를 얻었을지는 몰라도, 영향력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며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에 군사적으로 긴밀히 엮여 있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이란은 안정적인 외교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견고하게 쌓아올린 군사적 진지의 벽이 쉽사리 허물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방문에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통해 중재를 모색중인 상황에 대해서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방문 기내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접촉하는 것을 권장해 왔다"며 "중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관점에 대해서도 직접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태도를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잠식해들어가는 데 대한 일종의 역설적 위기 의식의 반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의 평가 절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번 중재를 계기로 올해 안에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및 이란과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이 중동으로까지 영향력을 점차 넓히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눈뜨고 지켜보는 형국인 셈이다.
이미 공화당을 중심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으로 사우디와 중국의 밀착 관계가 형성됐고, 이것이 걸프에서 미국의 소외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중재에 따른 긍정적 영향에 대해선 그 자체로 평가하되 이에 따른 미국의 외교적 대응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트 조던 전 주사우디미국대사는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사우디 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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