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아름답고 화려하게 빛을 발하던 별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녀의 이름은 ‘지나 롤로브리지다’. 그녀가 출연한 65편의 영화 중 국내 팬들이 잊지못하는 영화가 있다. ‘노틀담의 곱추 ‘ 그리고 ‘시바의 여왕’이다. 시바의 여왕은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어김없이 국내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보여주는 단골 메뉴이다. 따라서 우린 그녀를 시바의 여왕으로 기억하고 있다. 1927년 이탈리아 로마 근교에서 태어났고 그 후 모델로 활동하던 중 1947년 미스 이탈리아 선발대회에서 참가하여 3위에 입상하자 영화계에서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화계에 입문한 후 10년간의 무명 생활을 하던 중 당대의 톱스타였던 ‘버트 랑카스터’와 ‘토니 커티스’가 등장하는 영화 ‘공중 트라페제’에 출연한 이후 그녀는 일약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고 국내 팬들도 처음으로 그녀와 상면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녀의 이름은 우리에게 정확하게 발음하는 데 오랜 시간이 요구되었다. 이어서 출연한 영화 ‘ 곱추’는 그녀를 다시 평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나 롤로브리지다를 얘기할 때는 ‘노틀담의 곱추’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 이전은 단순한 미모와 육체파로 평가되었지만, 그 후에는 연기를 겸비한 실력파로 인정받았다. 이 영화에는 개성이 넘치는 성격배우인 ‘안소니 퀸’이 곱추역인 ‘콰지모도’를 연기했고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집시역인 ‘에스메랄다’역을 담당했다. 잘록한 허리, 육감적인 몸매와 남자의 혼을 흔드는 자태, 붉은 장미를 무색할 정도의 도전적인 입술에 두 남자인 곱추와 신부는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죄악의 문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모든 것이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안소니 퀸’은 국내 팬들이 모두 진짜 곱추인 줄 알았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해냈으며, 나중에 그가 출연한 영화 ‘나발론 요새’ 를 보고서야 그가 곱추가 아닌 것을 알고 감탄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대문호 ‘빅토르유고’의 원작 소설을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두고두고 회자하는 당대의 걸작품으로 남겨지고 있다.
이 영화로 인해 그녀의 주가는 상상외로 뛰어올라 3년 후 제작된 영화 ‘솔로몬과 시바 여왕’에서는 제작자로 참여하게 된다.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은 촬영 직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연 배우로 예정된 ‘타이론 파워’와 ‘율 브린너’가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타이론 파워’가 대본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사인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분양분 66% 정도 진행되었을 때 갑자기 ‘타이론 파워’가 심장 마비로 사망하자 급히 그의 친구 ‘율 브린너’에게 통사정하여 겨우 촬영을 마쳤다. 이에 따라 스페인에서의 촬영기간이 상당히 지연되었지만, 촬영 예정 금액인 육백만 불을 초과하지 않게 되어 그 후 많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이 로케이션을 스페인을 가장 선호하는 촬영지로 주목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70년 이후 ‘지나’는 차츰 영화와는 멀어지고 사진작가와 화장품회사 중역으로 일하기도 했다. 사업가로서 성숙한 그녀는 인생의 굴곡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지혜도 겸비했다. ‘지나 롤로브리지다 ‘ 는 자신이 감독하고 각본까지 쓴 1975년 다큐멘터리 영화 ‘Ritratto did Fidel’를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하여 호평받았다. 이 영화는 그녀가 쿠바 대통령 ‘피델 카스트로’와 단독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는 그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녀는 수많은 미남 배우와 함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한 인터뷰에서 ‘험프리 보가트’, ‘마르셀로 마스트로야니’, ‘ 쟝 루이 트랑디냥’, ‘록 허드슨’, ‘ 이브 몽탕’ 등 중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는 누구였냐?”란 질문에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대답했다 . “ 록 허드슨이다” 그만큼 그녀는 록 허드슨을 좋아했고 친구처럼 친근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그녀는 미술과 조각을 전공했지만, 실수로 영화배우가 되었다고 웃으면서 얘기한다. 어느 날 인터뷰 도중 그녀의 생활신조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답은 그녀는 “성공이라는 것은 정상에 오를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올 때가 있는 법이다. 그것은 어쩌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정상에 있을 때나 정상에서 내려왔을 때나 나는 여전히 변함없는 나일 뿐이다.”라고 했다. 당신의 철학에 경의를 표하고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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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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