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함 등 3국 이지스구축함 동원…표적정보 공유, 절차 숙달
▶ 합참 “한미일 대응체계 더욱 확고…앞으로 3국 협력 더 많아 질것”
日 ‘다케시마의날’ 행사…美 인태사령부 훈련장소 ‘일본해’ 표기 빈축
앞쪽부터 세종대왕함, 배리함, 아타고함 [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약 4개월 만에 독도에서 먼 거리의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다.
22일(이하 한국시간)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 한국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7천600t급),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배리함(DDG 52·6천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이지스구축함 아타고함(DDG 177·7천700t급)이 참가했다.
합참은 훈련이 탄도미사일 표적 정보를 공유하고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며 "한미일은 이번 훈련을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대응 체계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협력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은 이날 오전 9시께 시작해 약 5시간가량 이어졌다. 장소는 지난 10월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 때와 비슷하며, 당시 훈련은 독도에서 약 185㎞, 일본 본토에서 약 120㎞ 떨어진 곳에서 했다.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을 한국과 일본이 탐지·추적하면 이를 전술데이터링크를 통해 각각 미측에 전달하고 미국이 이를 다시 상대국에 공유해주며 가상 요격하는 절차를 밟았다.
한일 간 직접 정보 공유는 없었다고 합참 관계자가 전했다.
훈련에 참여한 아타고급은 지난해 10월 한미일이 같은 훈련을 펼쳤을 때 참가한 공고급보다 신형으로, 레이더 성능이 공고급에 비해 뛰어나고 체계 개량을 거쳐 통합 대공·미사일 방어체계(IAMD) 능력을 갖췄다.
아타고급 1번함인 아타고함은 2007년 3월 해자대 제3호위대군 소속으로 취역했다.
이날 한미일은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 7함대사령부에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 칼 토머스 7함대사령관, 사이토 아키라 일본 자위함대사령관이 참가하는 한미일 해상 지휘관 회의도 열었다.
이번 훈련과 지휘관 회의는 북한의 지난 18일 ICBM 화성-15형 1발 발사와 20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600㎜급 초대형 방사포 2발 발사 등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합참은 지난 20일 북한의 SRBM 발사 직후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대응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혀 한미일 훈련을 예고한 바 있다.
ICBM과 SRBM 중에서도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응할 만한 사안은 사거리가 긴 ICBM인 만큼 이날 훈련도 ICBM 대응에 중점을 두고 시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ICBM 발사 때 '기습 발사 훈련'이라고 주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 주도로 대북 적대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핑계를 댔고, SRBM 발사 후에는 김여정의 입을 통해 "미국 전략적 타격 수단들의 움직임"을 이유로 들었다.
김여정은 지난 19일 담화에서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미사일 방어훈련을 트집 잡으며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22일(현지시간) 오전 열리는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도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는 핑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핵을 포함한 전력으로 동맹국을 미 본토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호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함으로써 적대국이 공격하지 못 하게 한다는 것으로 과거 '핵우산' 용어를 군사적으로 구체화한 개념이다.
이번 DSC TTX에서는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상정한 연습이 이뤄지고 한미 대표단이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기지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한이 '자위권 침해'나 '미 전략자산 움직임' 등을 거론하며 반발하리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미일은 지난해 10월 6일에도 동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 방어훈련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9월 말부터 탄도미사일 도발 빈도를 높이다가 훈련 이틀 전인 10월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 일본 열도를 넘겨 4천500㎞를 날린 상황이었다.
이때 훈련에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천t급)를 포함한 항모강습단 예하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DDG 65·6천900t급)이 참여했다.
한국 세종대왕함과 해자대 공고급 4번 함인 이지스 구축함 초카이함(DDG 176·7천500t급)도 참여했다. 앞서 9월 30일에는 한미일 대잠전 훈련도 있었다.
한편 공교롭게도 이날은 일본이 시마네현 주최의 소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를 열어 고위급 인사를 참석시켰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는 등 한일 양국이 얼굴을 붉혔지만, 북한 도발에 대응해 최근 강화되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이날 훈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훈련 장소를 독도 인근 공해상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군사적 작전은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하고 각 국간 협력하에 응급성과 긴급성을 고려해 하기 때문에 오늘 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훈련 장소 표기는 엇갈렸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훈련 소식을 전하며 "일본해(Sea of Japan)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다"고 표현해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태사령부는 지난해 9월 26일 동해상 한미연합훈련 장소를 '동해'(East Sea)로 표기했다가 이후 일본의 항의로 '한국과 일본 사이 수역', '한반도 동쪽 수역' 등으로 고쳤다.
한미일이 9월 30일 시행한 동해 공해상 대잠전 훈련은 장소가 '한반도 동쪽 수역', '한국과 일본 근처 바다'였다고 현재 사령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10월 6일 동해 공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에 대해서는 처음에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이후 '한국과 일본 사이 수역'으로 변경했다. 미 국방부 등의 표기에는 이 훈련 장소가 '일본해'로 남아 있는 경우가 발견된다.
군은 이번에도 한미 간 훈련과 달리 한미일 훈련은 '연합훈련'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군은 통상 국가 간에 모여서 하는 훈련에 '연합' 단어를 붙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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