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핵실험 준비 알고 있다…미국이 하면 우리도 할 것”
▶ “서방이 전쟁 일으키고 확전 획책…국민 대다수가 우리 지지해”
“서방 제재 실패…러 경제 생각보다 견고”…참전용사 지원 제안 공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첫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또한 미국이 핵실험을 준비 중임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똑같이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울러 그는 개전과 확전의 책임을 모두 서방에 전가하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러시아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서방에 맞서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뉴스타트 중단 선언…복귀 조건으로 영·프 핵무기 통제 거론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의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며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조약에 따른 사찰을 허락받지 못했다"며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사찰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새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 중이고 일부 미국 인사들이 전면적 핵무기 시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국방부와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이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핵전력의 91.3%가 최신 시스템으로 무장했다면서, 모든 군부대가 이런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를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러시아는 뉴스타트 논의에 복귀하기 전에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고를 어떻게 고려할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감축하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이 골자다.
조약은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말 조약 이행을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러시아가 회의 전날 연기를 통보한 뒤 관련 대화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 "서방, 확전 획책하지만 우리를 패배시키지 못해"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과 관련한 서방의 책임론을 거듭 주장했다. 서방이 전쟁을 획책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에 맞서 국익과 평화, 세계 질서를 수호하고 있다는 요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전부터 서방과 무기 공급에 대해 의논했다"면서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전쟁 직전인 2021년 12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안전보장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했으나, 서방이 이를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서방이 지역 분쟁을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하려 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확전의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돈바스에서 "학살"을 일으키려고 준비했으며 다음 단계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공격을 획책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우리 영토로부터 이들 위협을 더 멀리 밀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어렵고 결정적인 시기를 거치고 있다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돈바스 방어를 위한 우리 작전을 지지한다. 우리를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경제 제재 인플레 자초…러, 재정적 자원 확보돼 있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 전쟁'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서방은 우리 경제를 패배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초했다. 러시아의 경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는 안보와 발전을 보장할 모든 재정적 자원을 갖고 있다"며 "기업들은 공급망을 재건했고 러시아는 다른 국가와 새로운 결제시스템 및 재정구조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을 지원하는 게 우리 책임"이라며 "특별 국가기금이 참전 용사와 전사자를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위한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말하는 등 전쟁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유지하고 사회 안정을 기하기 위한 대책에도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에 나선 것은 2021년 4월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연설은 현지시간 정오에 시작해 2시간가량 이어졌다.
러시아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매년 국정연설을 통해 국가 정세와 국내외 주요 정책 방향을 발표해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정연설을 취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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