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 군사적 실효성보다 ‘간보기’ 의도, 미국서 적잖은 논란 불러 성공 평가…시 주석의 인지·승인 여부에 주목도
▶ 정찰풍선 2차 대전 후 사용 중단, 낮은 고도서 저속비행 긴 체공시간…“세밀한 영상수집에 장점” 시각도
정찰용 풍선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난 1월 28일 정찰용으로 추정되는 중국 풍선이 미국 북부 몬태나주 미군기지 상공을 지나 미 본토를 횡단 비행하고 있다는 미 국방부 발표 이후, 불과 2주 남짓 사이에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졌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탐지발표 직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전격 연기된 후, 미 의회의 행정부와 군에 대한 질타, 그리고 초당적 대중 비난과 규탄 결의가 있었다. 수일 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에서 최초 식별됐던 풍선이 격추되었고, 캐나다 북부와 미 휴런호 상공에서 유사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미 공군의 격추가 두 차례 더 있었다. 또 최초 격추된 풍선 잔해에 대한 미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과거에도 중국이 5대륙 40여 개 국가에 풍선을 보냈다는 발표가 나왔고, 일본 방위성도 지난 4년간 수차례 중국 풍선의 자국 영공 침범 사실을 밝히며 대중 항의와 재발방지 요청을 하였다.
처음 다소 저자세로 나왔던 중국도 풍선 격추 후 태도를 180도 바꿔 미국이 과잉반응을 했다는 비난은 물론 중국 역시 미국 정찰풍선에 의해 10여 차례 영공을 침범당했다고 맞불 대응으로 나오고 있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생각했던 정찰풍선 파장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무기체계의 초정밀화, 초고속화, 스텔스화 등을 향한 경쟁이 치열한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느닷없이 왜 구시대적 유물로 보이는 정찰용 풍선을 사용하였을까?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감시 정찰망을 갖춘 미국 영공에까지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에 걸쳐 그런 기구를 보내 정찰을 시도했을까?
사실 현재 군사강국들이 실전에 배치하여 운용하고 있는 첨단 감시정찰 자산은 매우 다양하고 고성능 탐지 및 식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공위성, 항공기, 선박, 첩보요원 등 매우 광범위한 플랫폼에 광학, 전자, 음향 등을 활용한 다양한 탐지센서들을 장착하고 전략, 작전, 전술 등 여러 수준과 범위에 걸쳐 매우 상세하고 정확한 신호정보(SIGINT), 지리정보(GEOINT), 계측 및 신호정보(MASINT), 공공정보(PAI), 인적정보(HUMINT)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분석·전파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미국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역시 유사한 고성능의 첨단 정찰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굳이 정찰용 풍선을 사용한 의도는 무엇일까? 정찰용 풍선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사용된 이래 미국 남북전쟁, 1차 대전 시 독일군, 2차 대전 시 미군 등이 사용한 바 있었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난 후부터는 낮은 군사적 효용도로 인해 사용이 거의 중단되었고, 대신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정밀하고 높은 해상도를 가진 정찰감시 장비들이 고성능의 유무인 항공기나 위성에 장착 또는 탑재되는 것이 당연한 추세이다. 그런데 왜 풍선일까? 물론 중국 정부가 민간 기상관측용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에 근거하여 추정은 해볼 수 있다.
정찰풍선은 대개 고도 24~37㎞ 사이를 비행하기 때문에 160~2,000㎞로 비행하는 저고도 인공위성보다는 낮은 고도에서 저속으로 정찰비행을 할 수 있어 더욱 세밀한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또한 특정지역 상공에 비교적 길게 체공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통신을 포함한 지상의 신호정보 수집에도 더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발사와 회수 비용이 저렴하여 가성비 측면에서도 매우 큰 이점을 갖는다. 하지만 장착 가능한 정찰 및 송출 장비의 한계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육안 탐지도 가능해 발각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 사례처럼 발각 시 노골적 영공 침입이 탄로 나서 외교적 역풍을 맞게 되는 단점들이 있다.
그래서 중국이 풍선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의외의 기발한 정찰기구를 이용하여 미 본토 영공을 기습적으로 유린함으로써 미국 정부와 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미국의 여론 분열까지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좀 더 거시적으로는 소위 ‘간보기’ 또는 점진적 기정사실화 전략으로 불리는 ‘회색지대(grey-zone)’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이 군사적 실효성보다는 미국의 외교·군사적 대응을 테스트해보려 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시각들에서 본다면 미국 조야에서 풍선 격추시기와 과거 사례 탐지여부를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발생한 것은 중국의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이나 중국 통치체제의 약점을 지적하는 소리도 나온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이번 정찰풍선 운용에 대한 시 주석의 인지 또는 승인 여부를 둘러싸고 제기된 논란에서 비롯되었다. 즉, 코로나19 사태 안정과 경제적 어려움 극복 등 국내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인데다 블링컨 장관 방중으로 대미 관계개선의 기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시 주석이 알았다면 미국을 강하게 자극할 것이 자명한 도발을 승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미국의 강한 반발을 중국 당국이 예상하지 못하고 오판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또 다른 한편에선 시 주석이 비록 정찰풍선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이번 특정 임무에 대해서는 몰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어느 쪽이건 그것은 시 주석의 권력 장악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거나, 현 통치 체계상 당 지도부와 군부 간 상호 조율에 문제점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못지않게 중국도 내부 통치체계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이미지상 타격을 입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국제정세와 관련해서 가장 우선적 우려는 미중 대립의 격화이다. 양국관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와 같이 군사적 문제로까지 마찰이나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전반적 국제정세에 여러 가지 비생산적 사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사적 충돌은 설령 소규모나 저강도로 시작되었어도 자칫 큰 분쟁으로 비화될 개연성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우려가 된다. 다행히 이번 풍선이 무해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15일 백악관 발표는 사태의 진전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안보전문가들 지적처럼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우발적 사태 발생에 대비한 미중 간 공식적 위기관리시스템의 구축은 반드시 그리고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안보에도 큰 함의를 지닌다. 우선 1차적으로는 지난해 말 겪은 무인기와 함께 북한 정찰풍선의 영공 침입 사태에 대한 확고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탐지와 식별은 무인기에 비해 쉬울 수도 있지만, 격추에는 유사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헬기나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기나 대공포로는 고도 문제로, 그리고 미사일은 표적식별 문제로 격추가 쉽지 않다. 무인기처럼 격추에 따른 지상의 인적·물적 피해를 고려하다 적절한 격추시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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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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