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한다는 것,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 그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결혼을 하고 세월이 흐르면 어느 새 사랑은 아내와 남편의 사이를 머쓱하게 하는 현실로 만들어 놓는다.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의 늪에 빠져 있을 때는 이별이란 단어를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고 그런 생각조차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남녀의 사랑이 어찌 처음과 지금이 꼭 같을 수가 있을까. 사람에 따라 사랑의 깊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 한 남자가 겪은 뼈아픈 사랑의 아픔을 보며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는 뉴욕에 사는 래리라고 하는 직장인이다. 어느 날 래리는 그의 아내 제인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라고 하면서 이혼을 선언하고 이혼서류를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이혼 서류에는 아내에게 지불될 재산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내는 이혼서류를 읽으면서 말없이 울었다.
다음 날 남편이 직장에서 집에 돌아와 식탁위에 써놓은 아내의 편지를 발견했다. “여보,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아요. 다만 한 달만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이혼조건으로 꼭 한 가지만 부탁할게요. 우리가 결혼한 첫날 아침 당신이 출근할 때 나를 안아서 현관까지 갔던 것처럼 한 달간만 그렇게 해줘요.”
남편은 아내의 결혼조건에 동의하고 다소 어색했지만 매일 아내를 안고 현관에 내려놓고 가벼운 키스를 하고 출근을 했다. 어느 날 아침, 아내를 들면 들수록 많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이혼 걱정 때문에 몸이 야위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한 날의 하루 전 날, 래리의 어린 아들이 엄마의 방에 들어와서 “엄마, 엄마를 안고 나갈 시간이에요.” 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를 꼭 껴안아 준다. 이 모습을 본 남편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아내와 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변호사를 만나 이혼소송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케를 샀다. 부케 속에 넣은 쪽지에 “나는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당신을 아침마다 들어 올릴 거야.” 라고 썼다.
마지막 날 아침 래리는 부케를 들고 아내 방에 들어가 “여보, 미안해. 내가 잘못했소. 우리 헤어지지 말자.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라고 소리쳤다. 잠든 듯이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누워 있는 아내는 아무른 반응이 없었다. 아내는 숨져 있었다. 아내의 편지에서 그녀가 위암 말기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시한부 삶을 조용히 받아들였고, 아들과 사랑했던 남편에게 다정한 사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래리는 부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주저앉은 채 그녀를 안고 하염없이 회한의 통곡을 쏟아 놓았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인 줄 알았어요. 가장 절망적일 때 떠오르는 얼굴, 그 기다림으로 하여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기다릴 수 없다면, 사랑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 아무리 내가 당신의 마음속에서 멀리 떠나있어도 나의 마음은 늘 당신 곁에 있었는데. 당신의 마음이 나에게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살았어요. 스스로 와 부딪치는 삶의 무게에 고통스러워한 줄도 모른 채, 나는 나의 일기 속에 당신을 무지개 속에 그려두었지요. 이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편안히 떠나갈 수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해요. 여보. 당신을 사랑해요. 천국에서 천사와 함께 당신을 기다릴게요.”
사랑과 이별의 슬픈 아픔이 담긴 아내의 순애보였다. 사랑은 기쁨과 슬픔, 이별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슬픔의 순간만 기억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자신을 배척한 남편에게 용서와 따뜻한 사랑만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나간 제인. 그녀는 부부가 함께 살고 있을 때 서로 사랑해야 참된 사랑의 가치와 행복을 알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부부가 살면서 서로 미워하며 지내다가 뜻밖의 죽음으로 갈라진 후, 망자를 그리워하며 애통해한들, 죽은 사람의 사랑과 행복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자책과 후회만 남을 뿐. 함께 살아 있을 때 우리 함께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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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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