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수빈 인터뷰 /사진=스타뉴
무거운 소재를 다룬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는 배우 정수빈에게 큰 과제였다. 작품 출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고 임신, 유산에 대해 연기를 할 때도 신중함이 필요했다. 이에 매 순간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던 정수빈은 작품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냈다.
최근 정수빈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 스타뉴스 사옥에서 지난 1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극본 류보리, 연출 김문교)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롤리'는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던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 분) 아내 김혜주(김현주 분)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딜레마 멜로다.
극 중 정수빈은 미스터리한 소녀 김수빈 역을 연기했다. 김수빈은 남중도와 김혜주 부부의 아들 남지훈(정택현 분)이 사망한 후, 남지훈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부부를 찾아간 인물로 등장했다.
당초 김수빈 역에는 배우 김새론이 캐스팅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김새론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작품에서 하차하며 정수빈이 뒤늦게 작품에 투입됐다.
이와 관련해 정수빈은 "부담감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부담감 이전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컸던 거 같다.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임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투입된 후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었다고. 정수빈은 "1~8부 대본을 주셨는데 촬영을 들어가기까지 1~2주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며 "또 김수빈 역을 이해하려면 많은 서사를 이해해야 했다"고 밝혔다.
정수빈은 빠르고 정확하게 김수빈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에서 김수빈은 임신했지만 결국 유산을 하고야 말았다. 또 남지훈의 아이가 아닌 전 남자친구 아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수빈은 "김수빈의 임신, 유산 시기 등을 이해해야 했다. 그런 시기들을 알아야 해서 한국사 연도를 정리하는 것처럼 타임라인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언뜻 빌런처럼 보이지만 김수빈은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전 남자친구에게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자신을 낳아 준 친모에게 외면받은 아픈 과거도 있다. 그런 그는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배려해 주는 김혜주에게 점차 마음을 열었다. 이에 김수빈은 김혜주의 편을 자처, 남중도의 숨겨진 성범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처음 정수빈의 눈에는 김수빈이 비가 내리는 길에 놓인 새끼 고양이처럼 보였다고 했다. 정수빈은 김수빈에 대해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비가 그친 이후에 김수빈이 따듯해지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마음을 열고 나아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인물이라 안쓰러웠다. 그런 친구의 선한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또 그런 마음이 열리는 과정, 또 그러면서 성장하는 과정도 담고 싶었다"며 "작품을 할 땐 나 혼자 김수빈을 위로했지만, 작품이 끝나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김수빈이 되길 바랐다. 사랑을 받는 게 서툰 인물이지만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소중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김수빈이 겪는 임신과 유산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산부인과에 방문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그는 "큰 아픔, 서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연기하다 보니 유산도 함부로 해석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그동안 임신, 유산에 대해서 무지했다. 정말 많은 분이 유산 겪고 있는 걸 몰랐다. 그들이 아픔을 숨겨 왔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겪은 아픔을 함부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을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고, 깊게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산부인과에서는 임신, 유산 후 변하는 신체적인 수치 등을 알 수 있었다. 또 유튜브를 통해 유산의 아픔을 고백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산부인과에서는 수치를 배웠다면 유튜브에선 심리적인 부분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아픔을 지닌 김수빈을 연기하며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정수빈은 "아픈 서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연기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그런 친구들은 그 아픔을 이겨내고 결말엔 행복에 도달하더라. 이번에 김수빈을 연기하면서도 힘든 걸 털어내는 당당함을 배웠다"고 전했다.
정수빈은 '트롤리'에서 김현주, 박희순, 김무열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과 호흡하며 그가 고민해 온 연기에 대한 해답도 찾았다.
극 중 김현주는 책 수선사이자 국회의원의 아내 김혜주 역을, 박희순은 3선 출마를 앞둔 국회의원 남중도 역을 각각 맡아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무열은 남중도의 보좌관 장우재 역을 연기했다.
정수빈은 배려심 가득했던 김현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김수빈이 김혜주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이 잘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김현주가 좋은 선배였다. 내가 애써 하는 연기가 어쩌면 거짓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들에 김현주 선배가 진심을 보여 주셔서 나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김혜주가 좋은 어른이라는 걸 오롯이 그려낼 수 있었다. 선배를 통해서 진심으로 통하는 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순과 호흡한 소감도 전했다. 정수빈은 박희순의 전작인 영화 '경관의 피',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을 언급하며 "전작에서 무서운 느낌이셨다. 그래서 '어떡하지' 하며 걱정했는데 정말 착하시다. 연기를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기를 오래 하면 익숙해지고 나태해지면서 많은 것을 놓칠 거 같은데 지금도 여전히 신인 같으시더라. 대본을 볼 때도, 연기를 할 때도 선배들의 집중력이 보였다. 나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를 사랑할 수 있을 거란 걸 배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무열을 향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그는 "'배우로서 어떻게 표현하고 담아내는 게 진심일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김무열 선배가 해답을 알려 주셨다. 진심이 표현되는 창구가 눈이라는 걸 알게 됐다. 눈이 가진 힘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셨다. 그런 해답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수빈은 현장에서 찾은 해답과 배움을 또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그 작품을 통해 배운 게 크다. 앞으로 나도 어쩌면 좋은 배움의 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쉬움이 있다면 차곡차곡 채워서 언젠가는 크고 완전한 배움의 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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