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김학의 출국금지 위법하나 도피 막기 위한 것”
▶ ‘불법 출금’ 수사 중단 배경으론 “여러 요인 작용”
이규원만 일부 유죄·선고유예…검찰 “항소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오른쪽),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건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지만,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대검찰청이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부당하게 막았다는 혐의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이규원(사법연수원 36기·46) 검사와 이광철(36기·51)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24·55)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수사 무마 혐의를 받은 이성윤(23기·61) 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검사와 이 전 비서관, 차 전 연구위원 사건을 먼저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당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며 "사후 김 전 차관의 범죄혐의가 드러났더라도 출국금지의 적법성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화 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출국금지는 판례가 없어 검사들에게도 생소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법조인들마저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만큼 법률적 판단이 쉽지 않았다"며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도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검사 등이 김 전 차관의 해외 도피를 차단했을 뿐 "개인적 이익이나 청탁 등 불법적인 이익을 실현하려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들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받은 혐의, 이 서류를 은닉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불법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전 비서관과 차 전 연구위원은 기소된 다른 혐의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아온 이성윤 고검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들의 진술과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의 석연치 않은 대응만 두고 보면 피고인이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통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밝혀지기도 했다"며 "안양지청 지휘부가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명시적으로 대검에 문의하지 않았고, 수사 필요성을 재차 개진하지도 않았으며 이의제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데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반부패강력부장의 직권을 남용해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비서관은 선고 직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태산이 명동(鳴動·떠들썩하게 움직임)했는데 쥐가 한두 마리 나온 형국"이라며 "사필귀정의 상식적 판단을 내려주신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차 전 연구위원 역시 "흐린 구름 사이에서 잠시 빛을 잃은 진실과 상식이 정의의 법정에서 다시 환하게 빛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재판부 판단을 존중하나 일부 유죄가 선고된 부분은 항소심에서 더욱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이 고검장은 "'윤석열 정치검찰'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특정 세력이나 사익을 위해 수사하고 기소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검사 등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 하자 불법으로 금지한 혐의로 2021년 4월 기소됐다.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 검사는 이미 무혐의 처분한 김 전 차관의 과거 사건번호를 넣어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사후 승인 요청서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의 내사 번호를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이었던 차 전 연구위원은 이 검사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불법임을 알고도 이를 사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출입국본부 공무원을 통해 2019년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177차례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규제 정보 등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도 받았다.
당시 청와대에 재직 중이던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차 전 연구위원과 이 검사 사이를 조율하며 출국금지 전반을 주도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이 검사 등이 출국금지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정황이 이미 같은 해에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포착됐으나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 고검장이 수사를 무마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들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재판부는 긴급 출국 금지의 위법성, 안양지청의 수사가 부당하게 중단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킨 공직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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