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 튀르키예 여성, 132시간 만에 구조…2·3세 아기도 잇따라 생존
▶ 치안 문제로 일부 외국 구호팀 활동 중단…한국 구호대, 1명 추가 구조
▶ 에르도안 “약탈 행위 엄단”…시리아 방문 WHO 총장 “이재민 건강 우려”
튀르키예 강진 구조 현장 [로이터=사진제공]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이 강타한 지 엿새째로 접어들면서 양국의 사망자 집계가 2만5천명을 넘어섰다.
'72시간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지만, 11일(현지시간)에도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이 이어지면서 현장의 구조 인력들은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흐라만마라슈 주의 도시 엘비스탄에서 20대 여성이 매몰 132시간 만에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주(州)의 작은 도시 이슬라히예에서는 3세 여아가 131시간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고, 하타이주(州)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에서는 건물 잔해 속에 있던 두 살배기 아기가 128시간 만에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주 도시 누르다으에서는 매몰됐었던 일가족 다섯 명이 한꺼번에 구조돼 주변에 감동을 줬다.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아파트 건물에서 70세 여성이 122시간 만에 구조됐다.
안타키아에선 세 형제가 나란히 무너진 5층짜리 아파트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 구조대는 9시간 이상 아파트 잔해를 파 내려가 형제들을 차례로 꺼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현지 방송에 여전히 많은 생존자가 건물 더미에 묻혀있다고 주장하면서 더 많은 구조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조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장비 부족과 영하권의 날씨 등은 구조 작업은 더디게 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진앙과 가까운 도시 카라만마라슈를 찾은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취재진에 "이번 지진은 100년 만의 최악의 참사"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날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만2천327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리아 측 집계를 합한 양국의 지진 사망자는 2만5천880명에 이른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망자 (1만8천500명)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AFAD는 구조 인력 12만1천128명과 굴착기, 불도저 등 차량 1만2천244대, 항공기 150대, 선박 22척, 심리치료사 1천606명이 지진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 안타키아 지역에서 60대 여성을 추가로 구조했다. 현재까지 한국 구호대가 구조한 인원은 6명이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일부 구조팀은 불안한 현지 치안 상황으로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구조작업’…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사망자 2만5천명 넘어 [로이터=사진제공]
오스트리아 군 당국은 이날 현지 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구조팀 82명을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국적 2개의 구조팀도 안전상의 이유로 이날부터 구조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 구호팀 관계자는 "슬픔이 서서히 분노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튀르키예 당국이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빈집을 털거나 상점 문을 깨고 들어가 물품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방송 보도가 나왔다. 건물에서 훔친 물품을 들고 나가는 사람을 포착한 영상이 온라인 공간에 퍼지기도 했다.
경찰은 지진 피해를 본 8개 주에서 약탈범 48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지진 피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등 뒤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범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강진은 100년도 넘은 오랜 갈등으로 끊겼던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간 국경마저 열리게 했다.
세르다르 클르츠 전 주미 튀르키예 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100t에 달하는 식량과 의약품, 물 등을 실은 화물차 5대가 아르메니아의 알리칸 국경 지점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시리아 교통부는 이날까지 총 57대 항공기가 구호물품을 싣고 다마스쿠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집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시리아 지진 피해 현장을 찾아 보건부 장관과 대응·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알레포 공항을 통해 의약품 37t이 전달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내일(12일)도 긴급 구호 물품 30t이 이 공항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최소 87만명이 식량 부족으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고 있어 구조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던 시리아 서북부 지역에는 유엔의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 14대가 바브 알하와 육로를 통해 들어갔다.
유엔은 원활한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을 통과하는 육로를 추가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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