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강진 ‘아비규환’ 현장
▶ 폭설·혹한으로 생존자 ‘골든타임’ 놓쳐…숨진 산모 탯줄연결 신생아 극적 구조
히로시마 원자탄 32개 규모 맞먹는 위력
7일(현지시간) 규모 7.8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 카흐라맨마라스 지역 건물 붕괴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한 여성을 구출하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6일 튀르키예에서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해 튀르키예와 인접국 시리아에서 7일(현지시간) 밤 현재 8,100여 명 넘게 숨진 것을 비롯해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 파괴력에 맞먹는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건물들이 대거 붕괴되고 많은 주민들이 매몰되면서 사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와 시리아 현지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다. 외신 보도를 중심으로‘아비규환’의 참사 현장을 재구성했다.
■사망자 2만명 넘을 듯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일 밤 현재 8,100명을 넘어섰다.
구조 당국과 민간 구호단체 등은 영점을 오르내리는 추위와 악천후 속에 지진 발생 이틀째인 7일에도 필사적인 생존자 수색과 구조를 이어 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도 사망자가 수천명 단위로 계속 늘 것이라며,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니세프(UNICEF)는 수천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진 발생 이래 두 번째 밤에 들어서면서 구조대는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생존자를 찾기 위한 수색·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진으로 도로가 파괴된데다가 폭설이 오는 등 악천후도 겹쳐 구조와 구호 작업이 늦어지고 있으며 추위로 생존자들의 ‘골든타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당국의 대응이 늦고 부족하다고 분노와 절망을 표현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하타이 주 주민 오스만 칸 타닌미스는 “깨어나 보니 지옥이었다”라며 “대응할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 구조대가 오지 않고 있고 올 수도 없다. 모든 게 파괴됐다”고 말했다.
■숨소리 놓칠까…침묵의 구조현장
“쉿, 모두 조용히 하세요. 그래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강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동남부 디야르바키르의 주택 현장에서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넘도록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은 건물 잔해 주변으로 몰려들어 구조대원들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구조대원들은 그런 그들에게 구조를 도우려면 최대한 조용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물 아래 깔린 사람들의 구조 요청, 신음이나 숨소리라도 들으려면 아주 작은 소음조차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는 아직도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디야르바키르시 공무원인 이스마일 펜디크는 “우리는 기도할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산모와 탯줄 연결 신생아 구조
지난 6일 튀르키예 국경 인근의 작은 도시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신생아를 구조했다. 이 아이가 구조된 시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이었다.
발견 당시 여아의 탯줄은 숨진 어머니와 이어진 상태였다. 다행스럽게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은 신생아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이 신생아의 구조 장면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해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NBC 방송은 지진 당일 튀르키예 동부 말라티아 지역의 피해 상황을 살피던 현지 방송국 취재진이 규모 7.5의 강력한 여진을 맞아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담긴 생방송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 영상은 마이크를 든 A 하베르 방송국 소속 유크셀 아클란 기자와 취재팀원 및 구조대원들이 거리 한가운데서 천천히 걸어 이동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굉음이 들려오고, 이에 다 같이 혼비백산해 공터를 향해 달려간다.
마구 흔들리며 길바닥만 찍던 카메라가 다시 차분히 방향을 돌려 거리를 비추자 방금 무너져내린 건물 위로 희뿌연 먼지가 두껍게 깔리며 시야는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 있다.
다시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던 기자는 골목에서 엄마와 함께 걸어 나오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달려가 아이를 번쩍 안아 들어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다.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 샨르우르파주의 붕괴한 건물 아래에서 22시간에 걸친 구조 작업 끝에 한 여성이 생환했다.
이 여성은 구조 전까지 상체가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탓에 다리만 밖으로 나와 널브러진 상태였다.
구조대는 산소와 수액을 투여하며 긴 시간 여성이 체력을 잃지 않도록 힘썼고, 거대 크레인까지 동원한 끝에 겨우 구출에 성공했다.
현장에서 속속 낭보가 전해지고는 있지만, 잔해더미가 언제 추가로 붕괴할지 모르는 데다 여진 가능성도 큰 탓에 구조 작업은 계속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구조대와 구호물자가 튀르키예에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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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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