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서 달맞이축제·공연 풍성…관광지엔 한복 차림 나들이객들
▶ 날 저물자 달집 태우며 무사안녕 기원…당국, 산불방지 비상 근무
정월대보름인 5일(한국시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올 한해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달집 태우기와 강강술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월대보름인 5일(이하 한국시간) 한동안 기세를 올리던 추위가 주춤하며 포근한 날씨를 보이자 세시풍속을 체험하고 민속놀이를 즐기는 축제와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며 방역 완화가 더해져 대보름 행사들이 대면 행사로 진행됨에 따라 모처럼 전국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날이 저문 뒤에는 올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가 이어지며 겨울밤을 환하게 밝혔다.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새해 안녕을 기원하는 월령 기원제가 열렸다. 기원제를 지낸 뒤 달이 뜨는 시간인 오후 5시 20분이 되자 달집태우기가 시작됐다.
활활 타오르는 달집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여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 공연을 펼쳤다.
경북 청도군 청도천 둔치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달집태우기가 치러졌다.
솔가지 255t과 지주목 등을 이용해 만든 높이 15m의 달집이 행사 참석자들의 소원을 안고 타들어 갔다.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을 찾은 가족, 연인들은 손을 꼭 잡고 저마다 소원을 적은 종이가 엮인 달집이 타는 것을 지켜봤다.
이밖에 충남 부여 백마강 테마파크 일대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든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대구 금호강 산격대교 둔치에서는 라인로켓과 점화봉을 이용한 독특한 점화 퍼포먼스로 달집태우기가 진행됐다.
대전시민천문대에서는 보름달 사진 촬영하기 행사, 제주별빛누리공원에서는 맑은 날씨 속 휘영청 떠오른 달이 선명히 보이는 가운데 정월대보름 관측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날 낮에는 민속놀이 경연과 체험, 복조리 만들기 등 세시풍속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축제가 열렸다.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에서는 영화 '왕의남자'에 출연한 권원태 명인의 줄타기 공연이 열리고 보름달과 토끼 볏집공예 등이 전시돼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강원 양구군은 국민체육센터 일원에서 '제21회 국토정중앙 달맞이축제'를 열었다. 달맞이와 민속놀이 경연, 주민 기원 제례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향토 음식점, 민속놀이 체험, 복조리 만들기, 새해 운세보기 등 먹거리와 놀거리가 풍성했다.
춘천시 공지천 다목적 광장에도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 윷놀이와 투호 던지기,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등 민속놀이를 하며 달맞이 행사를 즐겼다.
이문호(37) 씨는 "컴퓨터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 밖에서 전통 놀이를 하며 재밌어하니 저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며 "가족들과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춘천을 찾은 관광객들도 땅콩 부럼을 깨고 떡메치기를 하며 한국의 문화를 체험했다.
영월군과 평창군, 철원군도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대면행사를 열고 제례와 민속놀이 등을 선보였다.
전북도립국악원은 남원시 인월면에서 정월대보름 특별공연 '지리산아 달을 올려라'를 마련했고 장수군과 장수문화원은 읍내 일대에서 '장수가야, 대보름 밝히다' 행사를 개최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주민들은 마한 시대부터 유래된 대보름 세시풍속인 탑신제를 지냈다. 이 행사는 마을 입구 수문신 역할을 하는 높이 5m, 둘레 10m의 돌탑(충북도 민속문화재 1호)에 제를 올리는 민속신앙으로, 주민들은 건강과 풍년을 기원했다.
경남 합천군 화양리 묘산면에서는 천연기념물 '합천 화양리 소나무' 앞에서 당산제가 열렸다. 당산제는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지역 의례다.
제주에서도 마을 단위 행사가 이어졌다.
서귀포시 서홍동 소공원에서는 마을회가 마련한 정월대보름 행사, 동홍동 문부로공원에서는 마을회가 준비한 정월대보름 맞이 주민 화합의 날 행사가 각각 열려 주민들이 민속놀이를 즐기고 소원등 달기, 소망지 쓰기 등을 했다.
이 밖에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봄달·봄날에 뜬 달' 행사가 열렸고 경기 의왕시에서는 주민센터와 사회단체가 주관한 윷놀이 대회가 열리는 등 무사안녕과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자리가 여러 지역에서 이어졌다.
주요 관광지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나들이객들이 몰렸다.
전북 전주한옥마을 인근 태조로와 은행로 등 주요 거리는 전통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날씨가 풀려 외투를 걸치지 않고 거니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주 청남대에는 오후 1시 30분까지 700여 명이 입장해 본관과 대통령기념관 등 시설을 둘러보거나 여러 대통령길을 따라 대청호반의 빼어난 풍광을 즐겼다.
속리산국립공원에도 같은 시간 3천여 명이 찾아 세조길 등을 산책하거나 등산으로 건강을 다졌다.
충남 공주 계룡산 국립공원 동학사와 갑사, 수통골에는 7천여 명이 찾아 막바지 겨울 정취를 만끽했다.
대전 도심 속 테마공원인 오월드를 찾은 가족·친구·연인 등 2천여 명은 놀이기구를 타거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강원 동해안에는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려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찾아 물놀이를 즐겼다. 낮 기온이 10도까지 오른 강릉시 안목해변에서는 모터보트를 타는 이들이 많았다.
울산대공원과 태화강 국가정원, 경주보문관광단지 보문호 주변과 대구 수성못, 강화도 마니산과 전등사 등에도 나들이객이 삼삼오오 모여 산책과 등산을 즐겼다.
한편 대기가 건조한 지역이 많은 탓에 이날 달집태우기 행사로 인한 산불 가능성이 있어 산림 당국은 비상 근무하고 있다.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강풍 예비특보가 발효된 강원도는 동해안 정월대보름 행사장을 중심으로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강원도 산불방지센터는 상황대응실을 24시간 유지하고 비상 근무조를 추가 편성해 기동 단속을 벌이는 한편 산불 위험 지역에서 풍등을 날리는 등 불법 행위에 엄정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충남도 소방본부도 6일까지 특별 경계근무를 하기로 하고 이 기간 도내 10곳의 정월대보름 행사장에 소방공무원·의용소방대원과 장비를 배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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