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만 하던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율리우스 2세 교황이 자신의 재임 중 업적을 빛내기 위해 시스틴 소 성당 천장에 천장화를 그리라고 명령한다. 30층 아파트의 열배나 큰 초대형 천장에 그려야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그림을 그가 좋아하는 조각의 창작을 접고 오랜 세월에 걸쳐 거대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 그의 심정은 복잡했다.
이 엄청난 크기의 그림을 미켈란젤로는 어떻게 그렸을까? 미켈란젤로는 천장 바로 밑까지에 도달하는 사다리 위에서 고개를 젖힌 채 종일 그림을 그렸다. 계속 같은 자세로 그림을 그린 나머지 목과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앓았다. 제대로 앉아서 쉬지도 못하니 무릎에서는 물이 고였다. 또한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감이 눈에 들어가 시력도 나빠졌고, 피부병에 걸려 고통을 받았다. 이런 어려운 제작 환경 속에서도 신앙심이 깊은 그는 하나님에게 의지하며 눈물겨운 노력으로 ‘천지창조’(1508-152)라는 위대한 예술작품을 완성했다.
천지창조는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전의 구약시대를 주제로 하여 성서적으로 표현한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 나는 이 그림 중에서 ’아담의 창조‘를 좋아한다. 하나님을 향한 아담의 손끝이 하나님의 손끝과 닿을 듯 말 듯한 그림의 묘사에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감동을 부른다.
미켈란젤로가 아담의 천지창조를 그린 동기에는 가식적이고 교만한 인간들이 경건하고 참된 신앙인으로 복귀할 것을 하나님에게 간구하는 그의 소망이 담겨 있다. 교황에 의한 천지창조의 제작명령에 생각이 다른 미켈란젤로는 교황에게 간곡하게, “저는 조각가이지 화가가 아닙니다. 역사에 남을 조각만 제작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교황은 그의 제안을 거부하고 어떻게 하면 미켈란젤로에게 천지창조를 그리게 할까를 고민했다. 몇 달 동안을 신하들과 상의한 결과, 좋은 방안을 생각해 냈다.
이탈리아 역사상 3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가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당대 최고의 화가를 꿈꾸며 열정에 불타는 20대의 천재화가 라파엘로는 교황의 명령을 즉각 수락하고 바티칸 성당 속의 서명의 방(1508 -1511)을 3여년의 기간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다.
라파엘로는 야망에 불타는 청년인 반면에 미켈란젤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주며 틀린 명령을 내린 교황에 대한 불만이 컸었다. 라파엘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잘못된 처사에 상심한 나머지 신병을 핑계로 모든 그림 제작 작업을 중단하고 피렌체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교황은 크게 당황했다. 이탈리아의 최고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신하들과 이마를 마주하고 상의한 결과 거금의 돈(한화 8억 정도)을 미켈란젤로에게 하사했다. 가난하고 대가족을 부양하는 그에게는 큰 돈이었다. 내키지 않는 천지창조의 그림 작업이었지만 가족을 위해 교황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켈란젤로는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먼저 성서 해석에 몰두하고 수많은 인물들의 캐릭터를 준비해서 자신이 하나님께 소원하는 소망을 천장화에 담아냈다. 천우신조인가. 잘못된 교황의 처세에 대한 인과응보인가. 라파엘로는 교황의 명령을 완수한 후 37세에 요절하였고, 37세에 ‘천지창조’의 천장화를 완성한 미켈란젤로는 병약했지만 79세까지 천수를 누리고 운명했다.
‘다름’은 여러 가지 경우를 비교할 때 사용하며, ‘틀림’은 옳고 그름을 가릴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피부 색깔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옷을 입는 것도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다름과 틀림이 공존하고 있다. 남의 의견이 다르다고 자신의 의견이 옳고 남의 의견은 무조건 틀린다고 한다면, 이 사회는 불신과 분쟁으로 불행한 사회로 변할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여당 대 야당,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주장한다면 당파전쟁으로 비화하여 국력만 훼손될 뿐이다.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타협하고 원만한 결론을 도출해서 아름다운 공존을 이끌어내어 보다 나은 행복한 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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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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