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에 이어 마이크 펜스의 사저에서도 기밀문서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몇 가지 팩트부터 짚고 넘어가자. 2004년 현재 미국에는 총 75억 쪽 분량의 기밀문서가 존재한다. 2012년에는 3초마다 한건씩 총 9,500만 건의 기록물이 기밀문서로 지정됐다. 하지만 오늘날 얼마나 많은 정보가 기밀로 분류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반면 2019년 기준으로 전체 기밀 정보의 1/3에 해당하는 극비(top secret) 문건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의 수는 400만 명을 웃돈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스캔들은 전현직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이라기보다 민주적인 정부의 위상을 뒤흔들 만큼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정보관리 시스템이다.
물론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정치적인 편견이 끼어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사저로 사용하는 마라라고에서 기밀문서가 대량으로 발견되었을 때만 해도 이를 대충 얼버무리려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처지에 놓이자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 같은 이중 잣대는 부분적으로 정치적 편견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란을 키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법부무의 직접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밀문서 반환을 거부한 트럼프의 태도였다. 이런 차이는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의 기밀분류 시스템으로 보아 정부 고위 관리들의 사저에서 더 많은 기밀문서가 쏟아져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지난 1998년, 당시 상원정보위원회 소속이었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의원(민주-뉴욕)은 “기밀: 미국의 경험”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그는 상원정보위원회가 설치된 1976년 이후 줄곧 소속 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 책에서 모이니한 의원은 미국 정부 내부의 ‘비밀주의 문화’를 개탄했다. 그는 비밀주의가 외교정책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믿였다. 모이니한은 정부의 최대 실책 가운데 많은 부분은 정보 공유를 꺼리고, 정보 분석에 외부의 비판을 차단한데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정보 커뮤니티는 대체로 소련의 위협이라는 한 가지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창설됐다. 그러나 이들은 초반부터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950년대, 이들은 미사일 기술과 배치에 있어 소련이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고 평가했다. 대단히 중요한 정보였지만,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무너져가던 80년대의 소련 경제를 건강하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말, 이들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결론지었지만, 이 역시 잘못된 것이었다.
모이니한은 비밀주의가 규제와 관료적 통제의 한 형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정보가 곧 힘이라고 믿는 정부 인사들은 정보 공유를 원치 않았고 이를 모아 관리하는 정밀한 제도적 장치를 개발했다. 이들은 잘못을 은폐하고, 곤혹스런 상황이나 불법적인 행위를 기밀로 분류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리처드 닉슨의 법무차관은 베트남 전쟁의 와중에 터져 나온 국방부 기밀문서 공개와 관련해 1989년에 작성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개된 기밀문서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만한 실낱같은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비밀문건 분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방대한 분량의 문서를 기밀로 지정하는 1차적인 목적이 국가안보 우려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난처함을 가리기 위한 것임을 곧바로 알아챌 것이다.”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뉴욕 유니버시티 교수이자 닉슨 도서관 관장을 역임한 티모시 나프타리는 “지금 우리는 기밀 문건의 쓰나미를 겪고 있다”며 “수만 건의 이메일, 파워포인트, 온갖 종류의 문건들이 클라우드의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지만 국립문서보관서에서 기밀해제작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수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단일 문건의 기밀해제 요청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담당기관에 접수될 때까지 꼬박 5년이 걸린다. 콜럼비아 대학의 매튜 코넬리는 매년 기밀 정보를 지정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국고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180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비밀해제작업에 투입하는 비용은 1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대다수의 대통령 후보들은 정부 기밀 공개를 약속한다. 하지만 일단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면 대중의 감시와 평가로부터 그들의 행동을 가려주고 실책을 덮어주는 기밀정보 지정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는 불량한 정책결정과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만들어내는 위험한 레시피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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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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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민주당 나팔수 다운 글. 사실 트럼프의 집을 수색할 땐 벌떼처럼 하더니 바이든 집의 비밀문서는 가볍게 처리. 그것도 패륜아,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중공관련 서류를 마구볼 수 있게 했으니 개탄. 반면 트럼프는 FBI가 문서를 금고에 넣으라고 해서 보관했음에도 중간선거에 악용하려고 급습을 했으니 고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