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서 韓기업 존재감 크지만 현지 언론 관심은 한국만큼 높지 않아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이 지난 5일 개막해 8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3년 만에 4일간의 오프라인으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11만5천 명이 방문한 것으로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집계했다.
CTA가 당초 예상했던 10만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축소됐던 지난해 4만5천 명의 2.5배 수준이다.
미국 국내에서만 7만5천여 명, 해외에서 4만 명 이상이 CES를 방문했다.
행사장은 축구장 30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펼쳐졌고, 170여 개 국가에서 모두 3천 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했다.
이미 내년 일정도 나왔다. CES 2024는 내년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내년에 참가할 기업들의 부스 추첨도 이뤄졌다.
주최 측 입장에서 보면 올해 행사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런 '성공'에는 한국의 역할도 컸다. 한국 기업들은 모두 550여 곳이 참여했다. 1천3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LG도 LG전자를 내세웠다. SK는 8개 계열사가 전시에 참여하며 사실상 그룹 차원으로 참가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현대모비스가 부스를 차렸다. HD현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문객을 맞았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에 지방 정부까지 부스를 마련했다. 우리나라 참가 기업 수는 전체 6분의 1 정도이지만, 행사장 곳곳에는 어렵지 않게 한국인을 볼 수 있다. 방문객의 절반가량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제이미 캐플런 CTA 이벤트 커뮤니케이션 부문 부사장은 이번 CES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물씬 커졌다"면서 "혁신 기술을 세계에 전파한다는 CTA의 목표에 한국 기업들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이처럼 한국 기업의 역할이 두드러져 보인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만큼 CES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CES는 기존의 가전 박람회를 넘어 첨단 미래 기술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IT 기술 전시회로 알려져 있다.
실제 CES는 가전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모터쇼를 방불케 하는 미래 자동차가 등장하고, 인공지능과 로봇, 헬스케어 등 미래 삶을 바꿔줄 기술도 소개하는 장소가 됐다.
그러나 정작 현지 언론의 반응은 '심심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대형 이벤트가 열릴 경우 앞다퉈 기사를 쏟아내는 AP와 로이터, AFP 등의 통신사는 개막일 전까지 CES 관련 기사를 거의 송고하지 않았다.
개막일 이후가 된 뒤에야 미국 통신사인 AP의 기사만 간간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현지 유수의 매체들도 주요 기업이 특별한 발표를 할 때만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IT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외국의 대기업들은 CES에 참가하지 않거나 소극적이다.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은 CES에 참가한 적이 없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전시관이 없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가진 또 다른 기업 보링 컴퍼니에서 행사장을 연결하는 지하 통로를 운영할 뿐이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CES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선보인 상품은 주력 상품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 연계된 사업이다.
구글의 자동차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오토',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알렉사(Alexa)를 이용한 아마존의 자동차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이들 기업은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년 9월과 10월 중 정례적으로 자체 행사를 통해 신제품과 신기술을 소개한다.
CES 한 참가자는 "빅테크 기업은 자체 행사에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데 굳이 수많은 기업이 모이는 CES에 기술을 갖고 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만 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최대 기업 중 하나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팔고 있는 도요타와 혼다도 정작 CES에 참가하지 않는다.
소니가 매년 참가하지만, CES가 원래 가전 전시회이고 소니도 주력이 가전이었다는 점을 참작하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매년 참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나마 해외 기업 중에서는 유럽의 BMW와 벤츠 등이 눈에 띄는 정도다.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고, CES는 미국에서 큰 행사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과 언론만 CES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CES 참가자는 "현지 기업들이 CES에 참가하지 않고 현지 매체에서 CES 기사를 많이 다루지 않는 이유에 대해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한 시민은 "이번 CES에 나흘 동안 10만 명 넘게 온다고 하는데, 행사 바로 전 주말에 이곳에서 열린 풋볼 경기에 단 2시간 만에 6만5천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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