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이민자의 후손으로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에서 출생한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스페니쉬로 부른 ‘돈데 보이’(Donde Voy, 난 어디로 가야하나)에는, 라티노 불법 이민자들의 애환이 서글프게 담겼다. 티시 이노호사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와 아쿠스틱 기타의 묵직한 저음이 처연하게 화음을 이루면 라티노 도시빈민들의 불인별곡(不忍別曲)같은 노래가 된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미국에서의 불체자의 삶, 온갖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벌어 헤어진 ‘노비아’(Novia, 애인)와 가족들이 하루 빨리 재회하고 싶어하는 그리움과 회한이 오롯이 담겨있다.
‘돈데 보이’의 영어 버전은 ‘티어스’(Tears)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사면령 245(i) 조항을 허락했었던 빌 클린턴이 대통령 재임시절, 백악관 콘서트에서 돈데 보이가 불려진 적도 있었다. 타이완의 ‘조안 바에즈’로 불리는 ‘치유’(Chyi Yu)가 불러 아시아권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한국에선 TV 드라마 ‘배반의 장미’ 주제곡으로 사용되면서 대표적인 스페니쉬 번안곡으로 사랑받았다.
‘동터오는 새벽이 나를 깨우고 밝은 하루가 시작되어도 나를 이민국에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내 마음에 느끼는 고통은 사랑으로 인하여 받은 상처랍니다. 내가 보내 드리는 돈으로 그대가 내 곁에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야만하나요? 나는 사막을 헤매는 도망자처럼 혼자가 되어 버렸답니다.’ (Donde voy, Esperanza es mi destinacion, Solo estoy, Por el monte profugo me voy 돈데 보이 에스뻬란사 에스 미 데스띠나시온, 쏠로 에스또이 뽀르 엘 몬떼 프로푸고 메 보이)
2000년 초반엔 매년 170만 명 이상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대부분이 체포되어 멕시코로 강제 추방됐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국경수비를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업주를 무겁게 책벌하면서 밀입국 시도율을 현격하게 감소시켰다.
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철옹성같은 담을 쌓아 밀입국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천명했다. 미 서부 태평양 연안 샌디에고로부터 텍사스 주 멕시코만 사이 3,360km 국경 중, 1,170Km에 높이 3m 의 철벽을 세울 수 있었지만, 연임에 실패하면서 절반 이상의 국경엔 공사가 중단된 채 밀입국자들의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했던 2020년 초, 타이틀 42(Title 42) 행정 명령을 발휘하여 불법이민자들의 밀입국과 팬데믹 확산을 통제하는 강력한 이민정책을 실행하기도 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서 이것 역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텍사스 주 그랙 애버트(Greg Abbott) 주지사에 의하면, 바이든 정권의 느슨한 불법 이민정책 이후, 2021년 173만명, 22년 237만명의 밀입국자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입국했고, 23년 1월 중순 현재, 73만명이 텍사스 주 국경을 넘어 제 집처럼 활보하고 있다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국경을 장악하고 있는 멕시코 마약, 인신매매 카르텔은 밀입국자들의 저승사자 같다. 밀입국 알선 수수료로 한 사람당 2만달러를 징수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미국의 청소년들을 비참한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사악한 마약 ‘펜타닐’ 밀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약단속국 DEA은 “2021년 압수한 펜타닐이 1만 파운드, 22년 14000 파운드, 23년 1월 중순에 벌써 4822 파운드가 밀수되었다, 속수무책으로 급증하고 있어 국가적 위기다”라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발각되지 않은 채, 밀매 유통된 부지기수의 펜타닐, 코카인, 헤로인, 엠페타민이 소리없이 미국 시민을 중독시키며 살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밀입국 수수료 18,000달러를 코요테 마피아에게 지불하고, 과테말라에서 알링톤에 도착한 윌리엄(30세)이 미국에서 첫번째 겨울을 맞이했다.
경제적 고통, 만연한 부정부패, 살벌한 범죄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서 고금리 은행 빚을 얻어 미국에 도착했지만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황무지를 건너며 새빨갛게 그을은 얼굴로 셜링턴 노동시장에 나와 서성거려 보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잡지 못해 속이 까맣게 타고 있다.
도시선교: (703) 62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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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 목사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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