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참, 국회에 전비검열 보고… “작전용 고속상황전파체계 놔두고 유선 전달”
▶ 합참의장 11시36분에 보고받아…대통령 보고까지 36분 더 걸려
北무인기 월북시간도 함구…영공 뚫렸는데 ‘생색내기’ 검열했나 비판일 듯
지난달 26일 영공 침범한 북한 무인기 항적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26일(이하 한국시간)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군의 작전 수행과 상황 전파, 전력 운용, 훈련 등에서 다수 미흡한 점이 식별됐다고 평가한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군은 이런 미비점을 시인하면서도 문책 범위와 수준은 보고자료에 명시하지 않아 '셀프 검열'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전비검열실은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북한 소형무인기 도발 대응 관련 검열결과'를 국방위에 사전 설명했다.
합참은 보고에서 이번 검열 결과 북한 소형무인기에 대한 위협 인식은 핵과 미사일에 대비해 부족했고, 현재의 북한 무인기 작전수행체계인 '두루미' 체계가 소형무인기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 무인기의 속도를 고려할 때 전체 감시 및 타격 자산을 동시에 투입할 필요가 있으나 두루미 체계에서는 그러한 대응이 제한된다는 합참 전비검열실의 평가에 따른 것이다.
작전 과정에서는 북한 무인기 침범 상황이 1군단에서 지상작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아 상황 전파와 평가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서 1군단이 지작사로 상황을 전달하면서 작전 전파에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고속상황전파체계'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합참 검열 결과를 보면 당시 상황이 방공 전파망인 '고속지령대'와 정보 전파 체계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로도 공유되지 않았으며 오전 11시께 유선전화로 상황이 전달됐다.
수방사는 방공망에 연결돼 있지도 않았다가 뒤늦게 이달 초에야 연결됐다.
또 기술적 한계로 초기 상황판단을 대부분 장비 운영자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파 지연에다 '두루미' 발령 조건도 제때 판단하지 못해 '이상항적'으로 평가 후 발령까지 무려 한 시간 반 가량이 걸렸다.
이러한 미흡한 대응에는 합참의 통제를 받는 '실질적 방공훈련'이 부족했던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훈련에서도 500MD 헬기를 가상 적기로 활용해 소형무인기와 과도하게 차이가 있고, 지상작전사령부와 군단의 훈련 때 공군·항공사 전력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합동훈련 기회가 부족한 것으로 합참은 진단했다.
합참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현실적 제약도 함께 거론했다.
레이더에 하루 평균 민간항공기, 새 떼, 드론 등 수천 개 항적이 포착돼 대응에 현실적 한계가 있고, 현재 보유한 장비로는 제때 탐지가 제한되며, 사거리와 민간 피해 등을 고려할 때 단거리 방공무기에 의한 타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벌컨과 비호(복합)의 사거리를 벗어나 비행하는 소형무인기가 많고, 방공무기로 무인기 타격 작전을 벌일 때에는 공항일대에 비행 중지를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비 검열 결과를 바탕으로 군은 ▲ 소형무인기에 적합한 작전수행체계 정립 ▲ 분기 단위 합동방공훈련 등 실전적 훈련 실시 ▲ 국지방공레이더, 안티드론통합체계, 기동형 드론탐지 재밍시스템, 신형대공포, 공중타격전력 등 대응 전력 조정 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접적지역 탐지체계와 연계한 비물리적 타격체계 신속 보강, 항공전력에 소프트킬 능력 보강, 드론사령부 창설 등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합참의 이날 전비 검열 결과 보고에는 예상과 달리 기존에 이미 드러난 문제점만 나열됐을 뿐 구체적인 징계 대상과 절차 등 문책 계획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이번 전비 검열에서 지적된 문제점은 주로 1군단, 수방사, 공군작전사령부의 대응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문책이 추진된다면 1군단장, 수도방위사령관, 공작사령관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지작사령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군 내부에서는 대응 과정에 심각한 규정 위반이나 실책이 없었고 "지휘관 징계는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당장 검열 결과에 따른 문책성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북한 무인기 5대가 영공을 침범하고 그중 1대는 대통령실 부근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했는데도 군이 '봐주기 검열'로 사태를 어물쩍 넘기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아직 전비 검열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에 문책 대상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합참은 문책안을 국방부에 보고했으며 국방부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문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의원들은 또 북한 무인기가 복귀 과정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시간을 군이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합참의 이날 국회 보고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김승겸 합참의장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보고받은 시간도 11시 36분께로 새롭게 확인됐다. 따라서 합참의 실무진은 이보다 더 이른 시간에 상황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무인기 보고를 받은 시간이 '11시50분'이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간이 '12시 12분'이라고 답변했다.
김 의장의 상황 인지부터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까지 36분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날 사전 보고를 받은 일부 의원들은 "알맹이가 없다", "중요한 내용을 누락했다", "이런 보고는 필요 없다"며 합참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소속 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군 수뇌부의 상황 인지로부터 윤 대통령 보고까지 걸린 시간 등을 보면 북한 무인기가 MDL을 넘어 북으로 돌아간 후에 눈속임을 하려고 '뒷북 작전'을 펼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내일(26일)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열중쉬어' 하나 제대로 못하는 '부동시' 미필 군통수권자와 똥별들...
이 기회에 국방부도 개혁을 해야한다. 20여년간 너무 썩어 문들어졌다. 이래서 어떻게 국방을 책임지며 적과 전투를 치룬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