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니, 모히토, 모스코뮬… 대체로 차갑게 만들어 먹기에 칵테일은 여름 음료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 가운데 따뜻한 온도에 적당한 술이 가미되어 요즘처럼 추운 나날에 몸을 데워주는 데 제 몫을 톡톡히 하는 겨울 칵테일을 정리해 보았다. 재료가 간단한 것들 위주로 추렸기에 집에서 만들어 보기에 큰 부담은 없는 한편, 칵테일용 계랑컵인 지거(jigger) 하나 정도는 갖출 것을 권한다. 없어도 칵테일을 그럭저럭 만들어 마실 수는 있지만 계량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1. 멀드와인(mulled wine)워낙 대표적인 겨울 칵테일이어서 뱅쇼, 글루바인, 글뢰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여러 문화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그만큼 만들기도 쉽다. 웬만한 레드와인에 팔각, 정향, 오렌지껍질, 생강, 그리고 계피를 적당히 더하고 설탕으로 단맛을 보태 뭉근히 끓이면 된다. ‘데일리 와인’이라 불리는, 마트에서 이삼만 원대에 팔리는 와인을 산다면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 끓이면 탄닌의 쓴맛이 도드라질 수 있으므로 오크통에 오래 숙성시키지 않은, 어리면서 과일향이 두드러진 레드와인을 고른다. 한편 향신료는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파는 ‘뱅쇼 키트’를 사면 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2. 에그노그겨울의 칵테일이면서 예외인, 즉 기본이 차갑게 마시는 칵테일을 꼽는다면 에그노그(Egg Nog)가 있다. 기원설은 뒤죽박죽인 가운데 역사가 17 혹은 18세기까지는 넉넉하게 거슬러 올라간다. 겨울 가운데서도 특히 크리스마스의 전통 칵테일로, 우유팩에 담긴 기성품이 진열장에 자리를 잡는다. 도수가 높은 술로 요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를 낳지만 날계란의 섭취에 주의한다.
조주법: 계란 4개를 준비해 흰자와 노른자를 가른다. 노른자에 설탕 70그램을 더하고 거품기로 휘저어 완전히 녹인다. 우유 500ml, 크림 250ml, 버번 위스키 90ml와 갓 갈아낸 너트메그 1작은술을 더해 잘 섞는다. 남은 계란 흰자에 설탕 1작은술을 더하고 단단한 뿔이 뾰족하게 올라올 때까지 거품기로 휘저어 공기를 불어넣는다. 이를 미리 만들어 둔 노른자와 설탕 혼합물에 더해 잘 섞은 뒤 잔에 따라 마신다. 따뜻하게 마시고 싶다면 우유와 크림을 냄비에 담고 중불에 올려 끓을락 말락 할 때까지 데운 뒤 노른자와 설탕 혼합물에 섞고 나머지 과정은 동일하게 진행한다. 계란 흰자와 노른자에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므로 기본량을 넉넉하게 잡는 게 좋다.
3. 핫 토디핫 토디(Hot Toddy)는 따뜻한 물에 리큐어(대체로 위스키)와 꿀, 그리고 각종 향신료를 더해 만드는 칵테일이다. 원래 ‘토디’는 야자수의 수액을 발효시켜 만드는 인도의 음료를 일컫는 단어였는데, 현재와 같은 칵테일을 일컫는 기록이 17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편으로는 ‘토드 마비(Todd’s Palsy)’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의 의사 로버트 벤틀리 토드(Robert Bentley Todd, 1809~1860)가 고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술을 더한 따뜻한 음료로써 핫 토디가 감기에 좋다는 평판과도 관련이 있다.
조주법: 200ml들이 유리잔에 끓는 물을 부어 1분간 두었다가 쏟아 버린다. 위스키(스카치, 버번, 라이, 아이리시 등등)와 꿀 ¾큰술(20그램)을 잔에 담고 뜨거운 물로 채운 뒤 잘 저어 섞는다. 위스키 대신 도수가 비슷한 다른 리큐어를, 뜨거운 물 대신 좋아하는 차를 써도 좋다.
4. 어른의 핫초콜릿
겨울이면 누구라도 한 번은 마실 핫초콜릿에 좋아하는 리큐어를 더하면 어른의 칵테일이 된다. 기성품 믹스를 뜨거운 물에 타기만 하면 되지만 한 번쯤은 초콜릿을 직접 녹여서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우유와 다크초콜릿, 설탕에 술만 더하면 될 정도로 매우 간단하고 손쉽다.
조주법: 우유 750ml를 냄비에 담아 약불에 올려 끓을락 말락 할 때까지 데우고 다크초콜릿 240그램, 설탕 3큰술을 더해 잘 휘저어 준다. 부글부글 끓어 넘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5분 동안 데운 뒤 버번 위스키 60ml를 더해 잘 섞은 뒤 네 개 잔에 나누어 담는다. 숙성된 다크 럼부터 칼루아(커피 리큐어)나 베일리스(크림 리큐어) 등, 술을 기호에 맞춰 아주 폭넓게 대체할 수 있다는 것도 어른의 핫초콜릿의 장점이다. 가래떡처럼 생긴 마시멜로를 동동 띄운 뒤 토치로 지져 살짝 녹여 내면 한결 더 맛있다.
5. 아이리시 커피따뜻한 커피에 술을 더한 칵테일은 많은 문화권에 조금씩 다르게 존재하며 역사도 백 년은 훌쩍 넘긴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에서는 파리제(Phariser)처럼 유리잔에 담고 휘저어 공기를 불어넣은 크림을 얹은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도 커피에 술을 더한 칵테일 글로리아(Gloria)가 유행이었다. 이탈리아에는 에스프레소에 증류주 그라파나 브랜디 등을 더한 코레토(Coretto)가, 멕시코를 비롯한 스페인어권에는 브랜디나 럼, 용설란 증류주 메즈칼로 맛을 낸 카라히요(Carajillo)가 있다. 그런 가운데 아이리시 위스키로 맛을 낸 오늘날의 아이리시 커피는 대략 1950년대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주법: 뜨거운 커피 120ml를 미리 데워둔 잔에 붓는다. 아이리시 위스키 50ml와 설탕 1작은술을 더해 잘 섞은 뒤 거품기나 칵테일 셰이커로 공기를 살짝 불어넣은 크림 50ml를 커피의 표면에 띄운다. 이때 크림이 차가워야 온도의 대조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6. 핫 버터드 럼핫 버터드 럼(Hot Buttered Rum)은 미국 칵테일로 역사가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럼은 많은 독주가 그렇듯 약처럼 쓰였고, 핫 버터드 럼도 그러한 맥락에서 민간요법의 일환으로 자리를 잡았다. 19세기 중반의 선구자격 미국 바텐더 제리 토마스(1830~1885)가 레시피를 정리한 바 있다.
조주법: 대접에 무염버터 110그램, 흑설탕 100그램, 바닐라 추출액, 계피, 정향, 너트멕, 올스파이스 가루 1작은술씩, 소금 1자밤을 담아 잘 이겨 반죽을 만든다. 유리잔 혹은 머그에 숙성된 럼 60ml와 버터 반죽 2큰술씩을 담고 뜨거운 물 180ml를 부어 잘 저어준다.
7. 와세일와세일(Wassail)은 향신료를 더해 끓인(mulled) 사이더, 에일, 와인을 일컫는데, 어원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어로 건강을 기원하는 ‘Ves Heill’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이름 덕분에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국에서는 집집마다 다니며 한 솥 끓인 와세일과 함께 건강을 기원하고 기부금을 걷는 ‘와세일링(Wassailing)’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조주법: 중불에 냄비를 올리고 애플사이더 2L, 오렌지주스 500ml, 레몬즙 125ml, 생강 1쪽, 너트멕 가루 ¼작은술, 정향 12점, 계피 4쪽을 더해 은근한 불에서 20분가량 끓인다. 맛이 전부 어우러졌으면 브랜디나 코냑 등의 술을 원하는 만큼 더하고 잘 저어 잔에 담고 썬 오렌지나 사과 등을 얹어 장식한다.
8. 핌스 윈터 컵핌스(Pimm’s)는 원래 진, 스카치 위스키, 브랜디, 럼, 보드카에 공개되지 않은 허브 등의 재료로 맛을 낸 리큐어이다. 바탕이 되는 술에 따라 1, 2, 3, 4번 등의 번호가 붙어 있는데, 진을 바탕으로 만든 1번이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다. 대개 오이나 레몬, 딸기 등을 더해 펀치(Punch) 혹은 슬링(Sling)을 만들어 마시고 이를 ‘핌스 컵’이라 일컫는다.
조주법: 오이와 생강 각각 2쪽과 민트잎 6점을 칵테일 셰이커에 담고 머들러로 짓이긴다. 핌스 60ml와 레몬즙 30ml를 붓고 얼음을 더한 뒤 셰이커를 15초가량 흔들어 섞어 준다. 얼음을 채운 컵이나 와인잔에 담고 진저비어를 60ml가량 부어준 뒤 오이, 민트, 로즈마리, 딸기, 오렌지 등을 원하는 만큼 잔에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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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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