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식 레스토랑 체인 ‘가부키’ 조앤 이 대표
▶ 뉴스위크 ‘가장 사랑하는 스시 레스토랑 체인’ 선정…91년 패사디나 창업 후 ‘부창부수’ 경영 협력 주효
한국에도 라면 체인 진출… 미래 셰프 양성 사업도, HansikUSA 웹으로 주류사회에 한식 알리기도 앞장
조앤 이 대표가 본보를 방문해 일식 레스토랑 체인‘가부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 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국 청강문화산업대에서 미래 셰프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이빗 이(오른쪽) 회장과 조앤 이 대표.
창업자의 90%는 실패를 경험한다는 요식업계에서 일식 레스토랑‘가부키’는 성공신화의 한 상징으로 꼽히고 있다. 가부키의 성공신화는 거침없는 성장에서 잘 드러나 있다. 지난 1991년 패사디나에 1호점을 연 뒤 32년 만에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등으로 영토를 넓혀가며 총 15개 매장으로 늘렸고, 외형 매출도 연 1억 달러에 직원 수도 1,100명에 달하는 대형 체인으로 성장했다. 요식업계에선 가부키의 성장을 놓고‘일식계의 미다스의 손’,‘일식계의 치즈케익 팩토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이제 여기에 수식어구 하나가 추가됐다. ‘2023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스시 레스토랑 체인’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매년 선정하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레스토랑’ 중 스시 부문에 가부키가 선정됐다. 이번 뉴스위크 상은 음식의 맛, 청결 상태, 위생 수준과 코로나 대처 능력, 투명성, 매장 위치, 환경, 접근성, 서비스 품질, 종업원 대우 등 9개 부문을 3만8,500명의 고객과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 것으로 가부키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앤 이 가부키 대표는 “미 전역에서 선택된 것은 한인 요식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기쁘다”면서 “사실 이번 뉴스위크 상을 받은 공로는 데이빗 이 창업자이자 회장에게 돌리고 싶다”고 했다.
32년 동안 가부키의 성장세 속에는 뭔가 다른 비법이 있을까 해서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조앤 대표는 “잘 되는 남자 뒤에 괜찮은 여자가 있듯이 남편인 데이빗 이 회장이 잘 이끄는 대로 잘 따라간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30년을 함께 일하면서 서로 다툰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앤 이 대표에게 부창부수는 명확한 업무 분장이라는 경영적 의미가 더 강하다. 데이빗 이 회장이 입지 조건을 고려해 매장 위치를 선정하고 매장 내부를 디자인하는 일을 마치고 나면 조앤 이 대표가 나서게 된다. 조앤 이 대표는 “데이빗 회장이 오픈 준비를 하고 나면 그때부터 주방을 세팅하고 오퍼레이션 팀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는 일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부와 외부의 일들을 서로 나누어 하다 보니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협력하게 된 것이 가부키의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1991년 조앤 이 대표는 당시 패사디나에서 가부키를 첫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이빗 이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조앤 이 대표는 “사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 제대로 음식 만드는 법도 몰랐다”며 “적자 운영으로 6개월을 보낸 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부부는 직접 주방으로 들어가 레시피를 개발했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요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 사이 LA 폭동을 겪으면서 식당 문을 닫을 뻔했지만 부창부수의 부부가 들인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1호 점을 오픈한 지 9년 만에 우드랜드힐스에 2호점을 내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가부키의 거침없는 행보가 시작되면서 현재의 가부키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가부키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활동이 셧다운되면서 요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되는 전화위복의 행운이 가부키에게 찾아왔다. 그동안 외형 성장의 추구로 규모가 방만해지면서 인력관리 문제가 대두됐던 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부키의 몸집을 자연스럽게 줄이게 된 것이다.
조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원 감축에 나섰고 PPP론을 받아 어느 정도 매장 운영을 하면서 부채 청산과 함께 긴축 경영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인력 감축과 함께 적자가 심한 비즈니스를 정리해 사업 모델의 재편했다. 이 당시 어바인과 할리웃점, 그리고 달라스 2개 지점 등 적자 매장과 안테나샵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부키에게는 인력 감축과 비즈니스 재편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준 셈이다.
가부키 매장 규모가 큰 것도 코로나19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5,000~6,000스퀘어피트 규모의 가부키 매장은 6피트 거리 유지를 할 수 있을 만큼 넉넉했고, 야외 패티오는 코로나19 시기에 적절한 영업 수단으로 작용했다.
조앤 대표는 “매장마다 야외 패티오를 두는 것에 대해 데이빗 이 회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코로나 사태 때 덕이 됐다”며 “데이빗 회장이 그려 놓은 그림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들어 맞으면서 가부키가 ‘제2의 창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앤 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요식업계에 많은 지각 변동이 있는 가운데서 가부키의 고유한 차별성을 유지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가족단위 모임에 적합하도록 넓고 안락하고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 크기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300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메뉴로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일식 레스토랑을 지향하고 있다. 조앤 이 대표는 “다양한 메뉴에 넓은 가격대로 문턱을 낮춰 ‘일식계의 치즈케익 팩토리’로 자리매김을 하고 싶다”고 했다.
조앤 이 대표와 데이빗 이 회장의 행보는 가부키의 성장에만 머물지 않고 그 너머로까지 펼쳐지고 있다. 한식을 주류사회에 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 데이빗 이 회장은 3년 전부터 ‘HansikUSA’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조앤 대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실력 있는 한식 요리사와 맛집을 발굴해 주류사회에 알리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데이빗 회장 수입의 반은 새로운 음식 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앤 이 대표는 한식 사업에 대한 콜라보 결과물로 새로운 한식당이 이르면 여름 정도에 오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을 확장하는 것도 가부키의 미래 행보에 또 다른 축이다. 조앤 대표는 팬데믹 기간 중에 생선 유통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물류난으로 일식 레스토랑의 대표적인 생선인 연어 공급에 애를 먹으면서 아예 ‘모아존’이라는 자체 유통업체를 설립했다.
조앤 대표는 “가부키는 다양한 어종과 야채 사용이 많다 보니 유통업체가 필요했다”며 “가부키에서 독립한 식당 업주들이 모아존의 주 고객이 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유통업의 취급 상품과 이용 식당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앤 대표와 데이빗 회장의 활동 영역은 비단 미국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식 라면 판매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도 진출한 것이다. 조앤 대표는 “한국의 대형 마켓인 이마트와 손잡고 매장 내 야마타 일본 라면매장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15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이천에 위치한 청강문화산업대학교의 한식 전문 요리학교와 협업해 미래 셰프 양성 사업도 가부키의 미래 행보 중 하나다. 가부키는 3년 전부터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한식 전문 요리를 전공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식당 창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을 꿈꾸는 한인 학생들을 가부키에서 일하면서 경력과 함께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조앤 이 대표는 가부키 성장의 밑바탕에는 한인타운과 한인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앤 이 대표는 “한인타운 내에서 이름없이 열심히 하는 한인 셰프들을 발굴해 인재 양성을 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싶고 가부키가 일정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래의 일이지만 셰프 발굴을 위한 재단 설립을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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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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