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한인 이민 120주년 대기획 한인 이민선 겔릭호의 항로를 가다
▶ 남진우 요트클럽 회장 등 원정대 내달 25일 LA 출항 하와이-괌-부산-인천 선조들 기리며 역횡단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이민 선조들이 지나 온 항로를 거슬러 태평양 횡단에 나서는‘미주 한인요트클럽’ 남진우 회장이 11일 미디어 스폰서인 한국일보 배너를 들고 자신의 요트‘이그나텔라’ 선상에서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상혁 기자]
1903년 1월13일. 조선왕조 말기 대한제국 시절 102명의 한국인을 태운 미국 상선 겔릭호가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한지 21일만에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
올해로 120주년을 맞는 미주 한인이민사의 시발점이었다. 그중 일부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나날을 견뎌내면서 하와이에 남았고 일부는 새 삶을 찾아 LA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이민의 삶을 시작한 한인 이민 선조들의 이민사는 파란과 질곡의 가시밭길과 감격과 환희의 길을 걸으며 써온 드라마틱한 불멸의 대서사다.
올해 뜻깊은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자랑스러운 이민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고난과 희망의 여정을 되새기고 기억하기 위해 이민선 겔릭호의 길을 거슬러 항해에 나서는 담대한 도전이 펼져진다.
미주 한국일보는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겔릭호 항해의 길을 다시 밟는 미주 한인요트클럽 남진우 회장을 비롯한 항해팀을 후원하며 그들의 대장정과 함께 한다.
“강에서 산란한 연어는 치어 상태에서 강에 살다가 바다로 내려갑니다. 한동안 바다에서 살던 연어는 알을 낳을 때 태어난 곳으로 거슬러 돌아오죠.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아마도 제게는 거역할 수 없는 ‘회귀본능’이나 ‘귀소본능’이 있는 듯 싶습니다.”
‘미주 한인요트클럽’ 회장 남진우(62)씨가 이끄는 3인의 원정대가 2월 말쯤 이그나텔라 요트에 몸을 싣고 LA인근 마리나 델레이를 출발, 이민 선조들이 미국 상선에 몸을 실었던 인천까지 대항해에 나선다. 총 항해 거리 8만여 마일에 두달 반 정도가 소요되는 말 그대로 ‘대장정’이다. 미주 한인으로는 1990년 당시 UCLA 재학생이었던 강동석씨에 이어 두번째 태평양 횡단 도전이다.
요트 제작업체 타야냐에서 만든 이그나텔라는 길이 37피트, 중량 3만2,000파운드 대항해용(blue water) 선박이다.
남씨는 한반도 평화무드가 한창이던 지난 2017년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태평양 횡단을 처음으로 계획했다. 이후 한반도 상황이 냉각되면서 미 시민권자의 북한 여행이 금지되자 계획을 접어야 했다.
2017년 계획은 무산됐지만 태평양 횡단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 이민 120주년에 맞춰 재도전하기로 결심했다.
5만달러의 사비를 들여 돛과 엔진, 배 밑바닥 등을 교체했다. 풍력 발전기와 솔라 발전기도 새로 달았다. 단독항해는 아무래도 무리일 듯 싶어 함께 원정에 나설 한인들을 찾아나섰다.
남 회장을 비롯한 원정대는 일단 출발일을 2월25일 토요일로 잡았다. 항해에 앞서 꼼꼼히 챙겨야 할 준비사항이 많지만 늦어도 3월4일에는 출항할 예정이다.
일단 요트가 정박해 있는 마리나델레이를 떠나 바하 캘리포니아 끝자락에 위치한 로스 카보스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이후 서쪽으로 항로를 돌려 한인 이민사가 시작됐던 하와이로 향한다. 여기까지 거리가 대략 2,400마일이다.
하와이에 도착하면 한인 이민자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사탕수수 농장도 방문하고, 한인 이민사와 관련된 여러 사적지도 둘러볼 계획이다. 하와이에서 3,900마일 정도 떨어진 괌이나 사이판 중 한 곳도 들리기로 했다.
마지막은 최종 종착지인 인천으로가는 항해다. 괌이나 사이판에서 인천까지는 1,800마일 거리. 어차피 오키나와 해협을 지나쳐야 하기 때문에 정박까진 못하더라도 고베항 근처까지는 가보려 한다.
남 회장은 “한국에선 먼저 부산항에 입항한다”며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 감회가 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남해안 다도해를 둘러보며 서해안을 따라 서서히 북상, 최종 목적지인 인천항에 도착하면 두달 반에 걸친 대장정은 마침표를 찍게 된다.
한달 반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준비해야 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먼저 함께 항해에 나서는 일행이 요트를 지금보다는 훨씬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야간항해와 악천후에 대비한 트레이닝은 필수다.
항해 중 외부와 수시로 교신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우수한 통신장비도 추가 구입해야 한다. 요트에 이미 켄우드 무전 시스템이 장착돼 있지만 위성전화도 새로 구입해야 하고 선박과 선박, 선박과 육상간 자동 송수신 장치인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바닷물을 정수해 식수로 사용하는 워터 메이커도 준비할 계획이다.
남 회장과 원정대원들이 사비를 모아 꽤 많은 준비를 했지만 출발이 가까워 질수록 예산이 빠듯하기만 하다. 남 회장은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한편 기부금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에 조만간 계좌를 열어 원정 취지에 동감하는 개인 혹은 사업체에 후원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02명의 한인들로 첫 발을 내디딘 한인 이민사는 별빛조차 없는 막막한 어둠 속에도 뚜벅뚜벅 전진해 오늘의 눈부신 한인사회로 이어졌다. 남진우 회장은 ”지난 1990년 한인으론 최초로 단독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강동석씨의 용감한 도전에 큰 자극을 받아 우리도 도전에 나서게 됐다“면서 ”120년 한인 이민 역사 속에 축적된 이민 후손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고국에 널리 전하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
노세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