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나의 첫 칼럼 제목이 ‘새해 다짐’이었다. 검은 호랑이(흑호)의 해를 맞아 했던 다짐이 삶의 우선순위에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을 찾아보는 노력을 포함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서 작년에 그 노력을 얼마만큼이나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래도 팬데믹을 벗어 나면서 고국 방문을 할 수 있어 몇 년 만에 옛 친구들을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못 만나 본 친구가 더 많아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도 수십년 동안 연락을 못 했던 친구나 은인을 찾기도 했다.
흑호의 해를 지나고 나니 찾아 온 게 흑토끼(계묘)의 해다. 그리고 새해에는 정말 어떤 다짐을 해야 하나 고심 중이다. 그러면서 지난 연말에 미국인 교육자 한 명과 대화를 하며 자조 섞인 말들을 했던 게 떠올랐다. 그 교육자는 지금은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으로부터는 은퇴했지만 과거에 여러 해 동안 나와 중요한 교육정책들을 논의했었다. 내가 여러가지 교육 현안을 놓고 고민하던 모습도 가까이에서 보았던 사람이다.
그에게 내가 이렇게 얘기했다. “2019년말 내가 교육위원회에서 은퇴하기까지 로컬정부 차원이지만 25년 간 겸직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너무 조심스럽게 발언했던 것 같다. 자제하지 말고 마음에 있는 말 다 하고 감정도 솔직하게 드러냈어야 했나 보다. 그랬다면 25년이 지난 후의 결과가 지금 보다 조금 더 만족스러웠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자못 후회가 된다.”
그 교육자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이해하는 듯했다. 내 말이 페어팩스에서 소수인종 커뮤니티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논의할 때 왜 중요한 대화 파트너로 한인 커뮤니티나 아시안 커뮤니티가 우선적으로 등장하지 않느냐는 푸념 중 나왔기 때문이다. “언제 우리가 흑인 커뮤니티를 대변한다는 NAACP를 빼 놓은 적이 있느냐. 그런데 흑인 보다 훨씬 더 인구 비율이 높은 아시안이나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겨우 마지 못해 끼워지거나 아예 고려 대상이 되지 않지 않느냐.”
20년 이상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내가 누누이 강조해 왔던 것 중 하나가 아시안계 고위직 교육공무원 배출에 있어서의 공정성이었다. 학생들 가운데 20% 정도가 아시안 학생들이라면, 우리가 그 비율에 맞추어 할당제를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고위 교육 공직자 자리에는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은 아시안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내가 으레 그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이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먼 상태임을 볼 때 내가 화도 내고 목소리도 좀 더 높여 주장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숫자의 교장, 교감도 배출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장이나 교육청 국장급들도 나올 수 있지 않았겠나 자문해 본다.
그리고 그런 고위직 교육자들 배출이 교육계로의 커리어를 고려해 볼 수 있는 한인 젊은이들에게 긍정적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얘기를 듣던 미국인 교육자는, 내가 그랬다고 뭐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내가 그랬었다면 교육감을 위시해 다른 고위 실무자들로부터 제대로 존경을 받지 못하고 내 말을 듣는 척은 했을지 몰라도 효과적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회의 석상에서 그렇게 소리를 높였던 교육위원들이 거둔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교육위원들의 태도를 동료 교육위원들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러한 대화를 기억하며 그래도 새해의 다짐으로 후회할 일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너무 여러가지로 조심스럽게 살펴보기만 하면서 실천에 옮기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먼저 연락을 해야 할 곳도 하고, 너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그러지 말아야겠다. 내년 이맘때 올 한 해를 돌이켜 보았을 때 너무 후회할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그러기에는 한 살씩 더 먹어 가는 나이가 실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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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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