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 17.6%의 국민들이 그렇게 답했다. 국민 10명중에 2명도 안된다. 물론 가급적 하는 게 좋다(47.4%), 원치 않으면 안해도 된다(35.0%)가 있지만 1996년 같은 조사에서의 36.7%에서 17.6%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61.7%) 이 또한 2006년 조사(84.1%)보다 22.4%나 낮아졌다. (문체부 12/19/22발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
우리 사회가 최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예상했던대로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다(88.6%). 10명중 9명이 그렇게 느낀다. 조사의 신뢰 수준을 감안하면 거의 100%가 그렇게 느낀다고 보면 맞다. 예전처럼 반반이라면 핑게나 연구거리라도 되겠지만 현재 잘나가는 사람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불안감과 심각성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의 양극화문제는 나라의 미래를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겉보기에 서울에서는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생기발랄하고 활기가 넘쳤고 젊음의 거리에는 쌍쌍이 그룹으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서울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청년들의 생활이 천차만별이이요. 벌써 청년세대끼리에서 느끼는 격차가 하늘과 땅만큼이다. 학교생활때는 드러나지 않지만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확연해진다. 지방은 비교조차 불편하다. 시골로 가보면 차마 설명이 필요없다. 거의 태반이 외국출신 젊은이들이다. 미국도 이민자들이 노동의 저변을 담당하지만 그것은 대도시 밀집지역의 이야기다. 지방, 시골일수록 이민자들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미국 백인들뿐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기근과 빈곤, 악덕이 생긴다." 영국 고전파 경제학자 토마스 맬더스 ‘인구론'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인구억제론의 대표적 명제였다. 지금도 그 여세가 지속되는 지역(후진국)이 있으니 한국의 초저출산율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다시피 출산율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세상에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없다.’는 공론마저 시간이 아깝고 두렵다.
지난 16년동안 이의 해결을 위해 연평균 16조원씩 260조원을 투입했는데도 0.8명(2021)이다. 2022년에 0.7명대가 되었고, 2023년에 0.6명대가 될 것이라는 절망적 예상도 하고 있다. 정부도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어떤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2021통계에서 지자체 출산율의 최저인 서울은 0.6명이고, 최고의 세종시 출산은 1.3명으로 서울의 2배다. 동일한 정부정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과 처지다 보니 같은 조사에서 통일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통일을 서두르지 말자(53.3%), 통일할 필요없다(36.6%), 가급적 빨리해야 한다(10.1%)는 답이 나왔다. 가는 곳마다, 시간날 때마다 통일을 해야 민족의 미래가 열리고, 세계 5위의 초강대국에 곧바로 진입하고, 자본의 유입과 일자리가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달나라 이야기로 치부되어 버렸다. 정신 나간 소리인 것이다.
언제까지 1930년대 신파와도 같이 남북한은 서로간에 70여년간을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홍도야 우지마라)만 되풀이할 것인가. 제재와 포용중에서 제재는 얼른 눈에 보이고 화끈해 보인다. 이에 반해서 포용은 실속도 없어 보이고, 설명이 훨씬 더 길어진다. 사랑을 말로만 하다가는 출산율은 물론이고 나라와 민족이 결딴나게 생겼다. 2030년이 되면 인구 5천만명이 무너지고 선진국5030클럽에서 탈락한다.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방법과 법칙’을 연구하는 편이 통일을 설명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또 한번 반성하는 의미를 담아서 정신나간 말을 하자면, 돈이 있어야 사랑이 생기는 게 아니고 사랑을 해야 돈도 생기고 나라도 구한다. 복잡하고 귀찮다고 밥도 굶고, 사랑도 않고, 결혼, 자녀도 모두 포기하고 각자가 서로 미루기만 하면 불원간에 자신조차 부정해 버리게 된다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이 처한 인문학적인 고민이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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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위싱턴 평통회장,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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