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 한 해도 남한 못지않은 시련의 한 해였을 것이다. 상습적인 식량난, 점증하는 민심 동요 등으로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고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정보를 분석해 보면 북한은 극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북한은 최근 들어 내부 단속에 초강수를 쓰고 있다. 지난 5월경 청진지역의 고등학생들이 남한의 영화, 6관왕 수상작 ‘오징어 게임’ 비디오를 감상한 것이 적발돼 공개처형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국경 지역에서도 중국 밀매업자들과 비디오 거래를 하던 청년들이 적발돼 공개 처형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한은 수년 동안 코로나19 전염병 차단을 구실로 외부세계와의 교류를 철저히 봉쇄해 오고 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 차단보다는 민주, 자유 풍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당국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남한의 각종 비디오 소통에 철퇴를 내린 바 있다.
“물 먹은 담벼락은 쉬 무너진다”는 북한 당국의 인민들에 대한 경고문구이다.
최근에 와서는 청바지가 미국의 상징이라며 착용을 금지하고 심지어는 남한의 생활언어, ‘남친’, ‘여친’, ‘오빠’ 등등을 사용하는 경우 적발되면 즉석에서 체포 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인민생활 세부사항에까지 억압하며 조여들고 있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민심 동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초조해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단면이다. 남한의 학생, 젊은 층에서도 김정은은 ‘핵수저’라고 조롱하며 비호감도가 매우 높다는 전언이다.
북한 정권은 지금 국제 조류에서 벗어나 나 홀로 자기의 노선을 견지하며 체제를 유지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독자 노선 고립의 길을 걸어온 결과가 뭔가. 국가적 빈곤과 인민 억압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김정은 정권을 압도하려는 어떤 세력과도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수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북한은 중국이 보내오는 구호 식량과 생활필수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올해 식량 부족은 300여만 인민이 굶어 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당시 40만 톤의 2배인 8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산하고 있다. 또 하이텍 전문가들을 풀어 한국, 미국 등 세계 각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체들로부터 해킹(사기, 절도), 갈취해 오는 자금으로 핵무기나 미사일 기타 무기 제조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통들에 의하면 그들의 연간 해킹 액수는 수백억 달러를 상회한다. ‘노동은 선’이며 ‘자본은 악’이라는 관념이 골수에 박힌 북한으로서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금융기관 해킹(도적질), 탈취쯤은 오히려 건전한 투쟁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그들의 기본 이념이다.
이처럼 절박한 북한 입장에서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은 울고 싶은 북한의 뺨을 때려 주는 격이 되어 버렸다. 이번 3국 합동 군사훈련은 김정은이 ICBM 다탄두 미사일 실험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주었고 내부로는 인민들에게 단결을 강조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한미일 3국 합동 군사훈련에 대응이라며 북한은 해상 군사 분계선까지 장사포 등 포탄사격을 마구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과잉대응으로 남북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남한의 야당과 진보좌파 세력의 호응을 얻으려는 의도로도 읽혀진다. 남한 내부의 일부 주사파와 친북 세력을 응원함으로써 강경우파인 윤석열 정권과의 내부 분열을 증폭시켜 보자는 의도가 짐작된다. 아마도 북한은 핵 정책에 온건하고 고분고분 꿩 먹고 알 먹던 남한의 좌파 진보정권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을 성싶다.
북한의 모든 움직임, 일거수일투족은 치밀한 각본, 기획 하에 진행된다. 김정은이 화성 17호 미사일 발사장에 딸 주애와 이설주, 김여정을 데리고 나온 것 또한 심리전술의 하나였다.
전 세계가 자신을 핵 공갈이나 치고 미사일 전쟁 놀음이나 준비하는 악마로 모략하는 대신 평범한 가장이고 평화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보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남한의 북한 전문가들이 9살짜리 딸 김주애가 ‘후계자’ 일지 모른다며 법석을 떨고 미 국무성에 논평까지 요구했다가 “우리는 북한의 육아법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조롱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9.19 남북 군사 합의’는 북측이 전화 통신선을 모조리 끊고 군사합동 사무소 건물을 파괴하는 등 짓밟아 이미 백지화가 돼 버렸는데 남측이 이제 와서 폐기를 주장하는 등 어이없는 아이디어가 혀를 차게 만든다. 남한의 대북정책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장난만 요란하다.
남북 그리고 미국 사이의 대화 통로 자체가 꽉 막혀 있다. 무슨 일인가.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극한 상황이라는 얘기 아닌가. 일선 정보, ‘휴민트’ 접촉마저 완전 단절 상태로 알려졌다. 대화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도 ‘대북특사’ 파견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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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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