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면 시들하고~ 몹쓸것 이내 심사, 믿는다 믿어라 변치말자 누가 먼저 말했던가~’
아슬프레한 순정의 대명사 ‘청춘’의 세레나데, 남인수의 ‘청춘고백’의 한 대목이다. 이 나이에 무슨 청춘타령일까만 그 대상만 다를 뿐 매번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유리창에 기대는 순간 드는 상념이다. 한국방문 계획이 잡히면 그 몇 달전부터 들뜨기 시작한 마음은, 시집가서 하나 둘씩 늘어난 아이들을 업고 걸리고 산넘고 물건너 몇년만에 친정가는 기분이 이랬었을까. 형언키 힘든 설레임과 그리움들로 평소보다 마음이 배나 부푼다.
이번 한국방문은 5년만이었다. 또한 이는 20년전 손에 손에 이민 트렁크 하나씩 들고서,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아들 손을 잡고…’ 조국을 떠나왔던 ‘12월 4일’과 공교롭게 겹치는 기간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딱 ‘이민 20년’만에 나가는 셈이기도 하다. 강산이 정말 두번 변했을까?
한국방문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할지라도, 정갈해진 도시와 건물들의 칼라, 조화로운 길, 강남대로의 화려 웅장함, 어디를 가나 휴지하나 없이 깨끗한 도로, 휴지통도 없는데 왜 그럴까.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고 돌아왔다. 어디를 가나 공중화장실의 상태는 천국이 이럴까 싶다. 거미줄처럼 얽혀진 서울지하철의 자산가치와 운영은 이미 상상의 차원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건설된 9호선, 이미 3호선 7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 역’을 만든 일화를 언뜻 듣고보니 그렇다. 9호선이 기존의 두 지하철 3, 7호선의 위아래의 여유가 15cm밖에 안되는 사이를 9호선이 지나도록 해야 하는데, ‘3, 7호선 무정차 공법’으로 건설한 것은 한국만이 가능한 수학이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 홍천-동해안 양양까지의 71km 고속도로는 52km가 터널이다. 터널 비중이 73%이니 하늘 보는 것이 오히려 드물었다. 험준산령 태백산맥 아래로 71km의 4차선 고속도로 터널이라고 보면 맞다. 11km짜리 터널도 있었다. 세계최고의 터널기술 보유국이다.
한편 육상과 지하철의 터널 못지않게 섬과 섬사이를 잇는 교량공사 또한 발군이어서 ‘섬마을 선생’은 이미 전설이 되어 버렸단다.
좌우지간 세계최고의 교량건설 기술보유국이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보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자본과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투자가 재생산되는 게 자본주의 시스템의 선순환 구조이다. 효율적 국토개발과 자산가치를 높여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힌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10여년전 인허가와 착공과정에서 말도 많았던 세계 5번째 높이 ‘롯데월드 타워,’ 예전의 여의도 63빌딩의 2배규모를 넘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그 121층 위에서 내려다 보니 저 발아래 40층 빌딩들이 손에 든 셀폰처럼 작았고, 그 즐비한 고층들 뒤에 납작 엎드려 있는 10층이하 짜리 중층 건물들은 차마 헤아리기 조차 슬프도록 초라해 보였다.
짧은 순간이나마 이 거대한 바벨탑이 마치 내것인양 높이에 따른 우쭐함과 우월감, 빗나간 선민의식에 젖다보니,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가진 진짜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공을 앞두고 건물이 흔들리느니, 석촌호수의 물이 줄어들었다느니 해서 난리였었다.
창업자이자 건물주인 신격호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되어서 건물입구의 벽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 롯데가 최근 어느 지자체장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에 재정적으로 휘청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다소 잠잠한 상태이다. 건물 높이 만큼이나 아슬아슬하고 또 조마조마하다.
노아의 후손들은 다시는 대홍수를 내리지 않겠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홍수를 피하겠다고 바벨탑을 높이 쌓아 올렸다가 신으로 부터 큰벌을 받는다. 그 때까지는 온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었는데, ‘서로 말을 알아 듣지 못하게 하는 벌’을 내려 바벨탑도 무너지고 전세계로 흩어져서 다른 언어를 쓰고 갈등과 전쟁을 일삼게 된다.
롯데타워의 주인은 이제 어느 특정인이나 기업이 아니다. 나라의 상징이요 국민의 자긍심이다. 단체나 기업, 또는 국가와 인류가 ‘소통과 이해’의 부족으로 ‘평화가 깨지려는 순간’ 각자의 영역에서 모든 말과 행동을 중화시켜서 혼돈과 아수라를 막아내야 한다.
모국, 또는 친정방문이나 데이트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신나고 재충전되어 오지 못하고 시들함을 넘어 조마조마한다면 보내는 사람이나 돌아오는 사람이나 피차가 힘들다.
소통이 없으면 어느 한곳이 무너지는 것도 모르게 된다. 121층까지 1분에 도달하는 엘리베이터같은 하의 상달이 없다면 걸어 오를 수 있는 3층 이상은 차라리 시멘트 덩어리 흉물일뿐이다. ‘소통,’ 이 시대의 화두이자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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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위싱턴 민주평통회장,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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