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모른 체 지나가기 어려운 것이 선물이다. 가족, 친지 등 늘 가까이 지내는 사람뿐 아니라 우체부, 신문 배달원, 정원사 등 지난 일년간 여러 도움을 받았던 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것이 세밑 풍습이기 때문이다.
연말 선물은 돌려 막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다양한 향의 손 비누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물품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가격 부담이 적고, 담긴 용기의 디자인들도 깔끔하다. 하지만 선물 받은 액체 비누를 집에 두고 다 쓰려면 일년 내내 손만 씻고 다녀야 할 형편이다. 준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곧장 다른 집으로 향하기도 한다. 선물의 리사이클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인 선물도 많다. 직장 동료 간이나, 특히 남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한 병 들고가기에 무난하다. 캘리포니아산 와인 중에 소매가 10달러 내외인 것도 나무랄 데 없는 풍미를 자랑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 가격 대의 좋은 와인을 고르려면 어느 정도 와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
구글에서 와인 이름을 치면 금세 가격이 나오기 때문에 너무 저가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망설여 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코스트코 상표의 댓병(매그넘) 사이즈 카버네소비뇽 등은 가격(7달러99센트)에 비해 맛이 훌륭하지만 연말 선물용으로는 좀 그렇다.
상대에게 맞으면서도 색다른 선물을 준비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시간이 날 때 거라지 세일을 다니며 눈에 띄는 싼 그릇 등을 연말 선물용으로 미리 사 놓는 주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연말 선물을 일년 내내 준비하는 것이다. 올해는 늦었으니 다음 해나 참고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박물관에 갈 기회가 있을 때 기념품 점을 들러 보면 아이디어가 떠 오르더라는 사람도 있다. 다른 데서는 구경하기 힘든 소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LA라면 카운티 뮤지엄(LACMA )이나 게티 센터, DC라면 스미스 소니언 등의 기념품 목록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 기념품은 다른 곳보다 가격이 세고, 프린트된 디자인이나 그림이 독특하다고 해도 그 셔츠의 재질까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등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말이면 온라인에 올라오는 신상품 기프트 정보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아이디어 상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요즘 트렌드를 쫓아가는 특이한 제품들이 많다. 큰 신문이나 소비자 잡지 등 신뢰할 만에 매체에 소개된 제품이라면 눈 여겨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CNN도 얼마전 사이트를 통해 근사한 선물용품 29가지(29 Coolest Gifts)를 소개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모두 별 다섯이나 네 개 반짜리로 나와 있다. 제품마다 달린 수 천 개의 평가를 종합한 결과라고 한다. 가격은 대부분 60달러 이하, 아직 온 라인을 통해서만 소개된 제품들로 구입 후 한 달안에 반품이 가능하다는 말도 달아 놓았다.
별별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다. 건강 용품, 주방 제품, 장난감, 애완동물용품, 생활용품 등 다양하기도 하다. 200만개 이상 팔렸다는 히트 상품도 보인다. 안경 닦이 인데 연방 항공우주국(NASA)에서 초고회상도 광학기기를 청소할 때 사용된 테크놀로지 제품이라는 소개가 붙어 있다.
은퇴 후 잦은 해외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휴대용 통역기를 선물할 수도 있겠다. 43개 국어의 통역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라티노 이웃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휴대폰의 통역기능이 있으나 내 손안에 전문 통역사가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신상품의 문제는 검증이 축적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간 외국식당에서 모르는 음식을 주문했을 때 실패할 수 있다. 남에게 선물하기 전에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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