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수십 년래 가장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들러리 서기를 꺼려했다. 취임 후 처음 몇 년간, 드골주의자인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NATO)는 “뇌사”했다며 미국과 별개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개발하는 것이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 11월, 나토를 프랑스와 유럽 안보의 주춧돌로 평가한 그의 발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워싱턴과의 “전략적 친밀관계”를 유럽의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며 이를 위한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크롱뿐 만이 아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포린 어페어지에 서구의 단합을 촉구하는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앞서 독일이 천명한 외교정책 전환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일시적 반응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향해 숄츠는 기고문에서 지금 우리는 “평화시대의 끝머리에 서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방대한 독일군 현대화 작업을 “1955년 이래 가장 뚜렷한 안보정책 변화”라며 독일 외교정책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파격적 변화를 위해 독일은 헌법까지 수정해야 했다.
숄츠가 묘사한 “획기적 지각변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됐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독일의 대대적인 노선 수정은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그들의 일방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유럽과 미국이 확립한 룰에 기반한 질서를 해치고 있고, 이로 인해 힘이 정의가 되는 강대국 사이의 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지금까지 워싱턴은 블라디미르 푸틴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결속시키는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우방국들이 러시아에 강경하게 대응하도록 설득했고, 그 이외의 나라들도 최소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자 지원 대열에 합류하게끔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룰에 기초한 국제 시스템의 재건을 도울 수 있는 서방의 흔치 않은 단합의 순간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눈부신 성공은 미국의 독단적 일방주의와 편협한 국익추구에 위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지출법안에 ‘미국산 구입’ 의무조항을 집어넣고, 미국에서 생산된 그린 테크놀로지에 정부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 경제정책에 담긴 보호주의 정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 모든 조치들은 1940년대 말 이후 워싱턴이 후원해온 국제 시스템의 핵심인 열린 시장과 자유무역 규정에 위배된다. 프랑스 재무장관은 워싱턴이 중국의 정부주도형 산업정책을 모방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질렀다. 한 고위 유럽연합 관리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미-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워싱턴이 EU의 우려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유럽의 고통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 앞으로 둘 사이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20년 전에 비해 천연가스 가격이 7배, 전력요금이 10배나 오르면서 상당수의 유럽 기업들은 미국산 상품과의 경쟁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화학공업과 자동차 제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이 미국과 중국 등으로 더 많은 생산시설을 이전할 경우 독일은 탈산업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한다. 유럽인들은 미국의 위선에 치를 떤다. 유럽의 한 원로 정치인은 “입만 열면 룰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를 가르치려드는 미국인들이 그 같은 질서의 핵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평범한 유럽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유럽 대륙의 경제적 미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장인 중국에 대해 유럽은 미국과 강력하고도 일치된 보조를 맞추지 못하게 된다. 이어 유럽국가들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보호주의에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서기 시작하면 열린 국제질서는 닫히게 된다.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보호주의와 경제 민족주의에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핀잔이 돌아온다. 민주당은 미국인 근로자들을 도와 우익 포퓰리즘을 막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변한다. 이 같은 주장의 허점은 근로계층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가 주로 문화적 이슈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후한 사회보장제도와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근로자들을 과보호한 프랑스와 스웨덴을 보라. 이들 두 나라에서는 주로 이민, 인종, 교육과 같은 이슈에서 동력을 얻는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몇 푼 안 되는 정부 보조금이 오랜 믿음을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순진하기 그지없는 견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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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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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입만갖고 설치는 양반의 헛소리. 트럼프가 메르켈을 만나 첫 발언이 그동안 국방 무임승차 비용 3천억불을 미국에 내라고 했다. 독일은 정말 사악한 얌체 국가. 늘 중공과 러시아에 양다리.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죄는 독일. 이젠 전기차 시대가 돌아오니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거덜날 지경이니 아우성이지만 미국은 계속 살길을 찾아야. 어차피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살벌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미국 우선주의는 철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