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크 피터슨 브리검영대 명예교수
▶ ‘우물 밖 개구리’자처하는 한국사 전문가 , 주미대한제국공사관서 초청 특강도
마크 피터슨 교수(76)는 브리검영대에서 아시아·인류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이사장,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로 은퇴했다. 최근‘우물 밖의 개구리 연구소’를 설립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피터슨 교수가 지난 17일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지식이 좁고 편협한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라고 부른다. 간혹 한인사회에서도 다양성이 강조되는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밖에 모르고 자기 주장만 강한 사람들을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우물 밖을 보기 전에는 우물 안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물 밖 개구리’를 자처하는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한국 역사를 가르쳐온 한국사 전문가로서 “한국의 역사 교육은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우물 밖으로 나와 제대로 된 역사를 바라보자”고 말했다.
지난 17일 워싱턴 DC를 방문한 피터슨 교수는 본보와 인터뷰하면서 “한국의 잘못된 역사 인식,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온 가운데 최근 유튜브 채널(우물 밖 개구리)을 운영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를 책으로 묶어 출판했는데 벌써 3쇄까지 찍을 만큼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좋아했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한국 역사 비참·우울하지 않다
▲한국인에게 가장 알리고 싶은 것은 한국의 역사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비참하거나 우울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우리는 약소국이고 식민지 기간도 길었다’고 한다. 이는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식민사관이 뿌리를 내렸고 역사 교육도 그렇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외세의 침략을 많이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결코 많은 게 아니다. 중세 시대에 왕조는 길어야 100~200년이었는데 신라 1천년, 조선은 500년을 버텼다. 한국은 침략을 당해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한국에 김·이·박씨가 많은 이유
▲한국인의 성씨 가운데 유독 김·이·박이 많다. 그러나 아무도 왜 그런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외국인이 보기에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한국의 성씨는 250개 있지만 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무려 25만개의 성씨가 있다. 이는 한국이 얼마나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였는가를 입증하는 사례다. 김·이·박은 모두 왕족의 성씨로 다른 나라의 경우 새 왕조가 들어서면 기존 왕조를 멸족시키지만 한국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바뀌면서 죽은 사람은 최영, 정몽주 정도다. 결국 평화적으로 정권이 바뀌는 세계사에서도 보기 힘든 매우 특별한 점이다.
-조선은 평등사회였다
▲유교 사상은 한국 문화의 기둥이다. 유교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 초기의 문헌들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유교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초기 유교는 남녀 모두에게 재산을 평등하게 분배했으며 부계뿐만 아니라 모계의 전통이 유지되고 족보에도 남녀가 함께 기록됐다. 가부장제나 여성차별 등과 같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유교의 부정적인 측면은 모두 17세기 이후에 변질된 것들이다. ‘흥부전’은 불평등한 장자상속을 비판한 것이며 ‘심청전’은 여성 차별을 지적하는 저항문학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한국 시조 알리기 나서
▲미국 학교에서는 일본의 하이쿠를 가르친다. 한국인도 아니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하이쿠보다 아름다운 한국의 시조가 있는데 왜 가르치지 않는가”라고 분개하며 시조 알리기에 나섰다.
시카고에서 세종문화원과 연계해 시조 백일장을 열게 됐으며 지금은 매년 1천여명이 참가할 만큼 큰 대회가 됐다. 학생들의 시조 작품을 볼 때면 가슴 뭉클하고 감탄이 절로 난다. 외국인인 내가 봐도 이렇게 좋은데 정작 한국에서는 시조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과의 인연
▲1965년 선교활동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사를 전공하게 됐고 한국이름도 ‘피터슨’과 발음이 비슷한 ‘배도선’(裵道善)이라고 지었다.
60년대 한국은 내 고향 솔트레이크 시티보다 훨씬 못했다. 당시 서울에 있는 고층빌딩은 명동에 있던 상업은행 건물 하나였지만 지금은 다른 어떤 대도시보다 성장, 발전했다. 한평생 한국을 연구하며 직접 눈으로 목격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왜곡됐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조선 왕조가 부패로 인해 망했다고 하지만 이는 친일파 위정자들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여전한 식민사관, 패배적인 역사관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하고 활동할 것이다. 처음에는 일부 학자들의 반발도 많았지만 지금은 응원하고 동조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도 아주 즐겁게 운영하고 있다.
<
유제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