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예산 처리 직후’로 선회… 野 ‘경호처 제외·기간단축’ 양보
▶ 내일 계획서 채택으로 국조 돌입… ‘기간연장·증인채택’ 곳곳 뇌관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여야가 23일(이하 한국시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하면서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지게 됐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국정조사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20일 만이자, 조사계획서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극적 타결이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수차례 주재한 협상 테이블에서 기 싸움만 반복하던 여야는 서로 한발씩 양보한 끝에 접점을 찾았다.
◇ '與 선회'에 협상 급물살…'경호처 제외' 野도 한발 양보
줄다리기 협상에 급물살이 인 것은 국민의힘이 이날 '예산안 처리 후 국조 실시'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초 여당은 국정조사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강제력이 없는 국정조사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려우니 경찰 수사 이후에나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야 3당이 특위 명단을 자체적으로 꾸린 데 이어 '24일 본회의 처리'를 고수하며 압박을 가했고, 계획서 의결의 '키'를 쥔 김 의장의 잇따른 명단 제출 요구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국정조사 실시에 긍정적인 여론도 기존 입장을 철회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치 진상규명을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최근 유가족들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야 간 물밑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도 내용을 공유하며 사전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도 기존 입장에서 대폭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경호처와 법무부를 대상기관에서 제외하는 한편 조사 기간을 당초 60일에서 김 의장의 중재 하에 45일로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야 3당 단독 강행이라는 일각의 비판 여론은 물론 진상규명 작업도 결국 '반쪽'에 그칠 것이라는 현실적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장에 나올 주요 증인들이 대부분 정부 측 인사라는 점에서 여당이 참여하지 않는 국정조사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다만 계획서를 예정대로 24일 본회의에서 채택하는 것은 물론 설득 끝에 여당을 '합류' 시킨 것은 적잖은 소득이라는 자평도 나온다.
◇ 국조 닻 올렸지만…'기간 연장·증인 채택' 쟁점 수두룩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리게 됐지만 주요 쟁점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해 험로가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조사 기간 연장 문제와 국정조사장에 세울 증인과 자료제출 범위 등를 놓고는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는 합의문에서 조사 기간을 '11월 24일부터 45일간으로 하되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고 적었지만, 연장 여부를 두고는 속내가 다른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45일 안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 연장은 예외적이고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논의할 수 있다"며 기간 연장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24일부터 국정조사에 돌입하되 김 의장의 애초 중재안대로 설 연휴 이전에 완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합의문에도 담은 만큼, 정부 측의 협조가 미진할 경우 본회의 의결로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원래 우리는 60일을 주장했지만, 의장 중재로 일단 기간을 45일로 정리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원내 대변인은 더 나아가 "45일로 줄이면서 연장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이 들어간 것이다. 당연히 연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조사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에 오를 증인 명단과 정부 측의 세부 자료 제출을 두고도 첨예한 기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 대상 기관은 열거하면서도 증인이나 자료제출과 관련한 내용을 뺀 것도 협상 타결 직전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1시간 전인 오후 3시께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면서 "관련 법률을 보면 사생활 침해 목적이나 재판에 관여하려는 목적으로는 국정조사를 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야당은) 해당 자료를 요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국정감사·조사에 관한 법률 8조를 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여당의 입장은 해당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원만한 국정조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정조사 무용론에 시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기관과 단체, 개인 등은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조사계획서에 추가로 담을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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