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은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넘긴 상태다. 지방간은 흔히 과음해 발생하는‘애주간 질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에 관련돼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80%다. 게다가 환자의 30%에서는 간염, 간경화 및 섬유증 등으로 진행될 수 있고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절대로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근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885만8,42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사망 위험이 67%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심지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노출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비알코올성 지방간, 최근 5년 새 40% 이상 늘어
최근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셨는데도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크게 늘었다.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최근 5년 새 40% 이상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생활 서구화로 고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하거나 운동 부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알코올에 의한 지방간과 비슷하게 지방이 간에 만성적으로 쌓여 생긴다. 대부분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과 관련돼 발생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방치하면 관상동맥이나 뇌혈관 질환에 노출되기 쉽고, 협심증ㆍ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비만이나 내장지방, 잘못된 식생활 특히 탄수화물을 포함해 과도한 칼로리 섭취가 지방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을 앓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간을 앓고 있다.
김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탄수화물이 하루 섭취 칼로리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했다.
◇간 기능ㆍ초음파검사로 간단 진단
지방간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가끔 가벼운 복부 불편감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잦은 피로감 정도만 호소한다. 이 때문에 보통은 혈액검사와 간 기능 검사 등 정기적인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이 간 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났지만 간 기능 검사를 한 적이 없다면 지방간 질환을 의심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지방간은 보통 혈액을 통한 간 기능 검사와 상복부 초음파검사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지방간이 있더라도 초음파검사 결과와 간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나올 때가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조직 검사로 간 내 지방 침착 정도와 염증이나 섬유화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다른 질환과 감별 진단이 가능해 간 전문의와 상담 후 조직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지방간 질환이 조직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간경변증 진행을 보기 위한 간 섬유화 검사도 혈액검사ㆍ영상 검사ㆍ간 섬유화 스캔 검사 같은 좀 더 안전하고 쉬운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간, 간경변증ㆍ간암으로 악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방치하면 3분의 1 정도가 간경변증으로 악화한다. 간경변증은 간세포가 파괴되고 정상 조직이 감소하면서 간 기능이 상실되는 만성질환으로 간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다.
일단 간경변까지 진행됐다면 정상 조직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기에 지방간을 앓고 있다면 간이 더 손상되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중 일부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기 전에 간암에도 노출될 수 있다.
비알코올 지방간이라면 지방간 자체를 치료하는 승인된 약이 없어 이상지질혈증ㆍ당뇨병ㆍ비만 등 관련 위험 요인을 우선적으로 치료한다. 해당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식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간도 호전될 수 있다.
지방간염이라면 비타민 E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을 쓸 수 있지만 부작용 등 안전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여한다. 흔히 사용하는 여러 간 질환 약물은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식이ㆍ운동 요법 등을 통한 체중 감량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인슐린 저항성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 비만이라면 식사ㆍ운동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워 비만 대사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든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든 알코올이나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비교적 원인이 분명하고, 잘 알려진 질병이므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평소 술을 줄이고, 고칼로리 음식 섭취를 조절하면서, 1주일에 3일 이상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가 들고 근육량이 줄면 체내 에너지 소비가 떨어지고 지방간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기에 유산소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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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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