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올해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해로 기록될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종전의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및 대립을 진영 간, 즉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진영 사이의 대결로 전환시킨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진영 간 대립의 성격이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10월22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공식화하면서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언명했고 이에 앞서 10월12일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주된 위협 요인으로 제시하며 현재의 국제정치 상황을 민주주의와 독재정치 간의 체제적 대립으로 묘사했다.
셋째는 이러한 국제정치 상황 변화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이 지속되면서 빈도수나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이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올해 나타난 특징은 빈도와 수위가 크게 증폭돼, 예를 들어 지난 한 달여간에도 북한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11월2일의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40여 회에 걸쳐 전례 없이 다양한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북한의 도발 증가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상황이 임계점에 이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물리학에서는 고체·액체·기체의 세 가지 상 중에서도 액체가 기체로 전이되는 시점으로 국한해 임계점이라고 한다지만 보다 보편적 용어로 사용되는 임계점은 그처럼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모습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시점이나 상황을 통칭한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미중 갈등 격화로 대표되는 현재의 국제 관계를 세력 전이나 신냉전으로 묘사하는 것도 현재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임을 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임계점을 구태여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북한의 도발 증가는 그 배경과 관련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제7차 핵실험을 실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견해도 있지만, 현재의 변화하는 국제정치 상황에 연유된 측면도 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미중 갈등 본격화와 같은 국제정치 상황의 변화가 없었다면 북한이 다량의 미사일 발사에 의한 도발을 감행하기 어렵고, 그에 필요한 자금과 의지도 갖기 어려웠을 것이며, 따라서 현재의 북한 도발을 종전의 행동과 달리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기를 맞아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이를 명확히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이고, 위기는 위기로 제대로 인식할 때 대비된다는 것이다.
올해 8월 작고한 일본의 이나모리 교세라 회장이 2010년 파산한 일본항공을 개혁하기 위해 ‘소선대악 대선비정(小善大惡 大善非情)’이라는 구호를 제시한 바 있다. 섣부른 선심이 오히려 큰 잘못을 초래할 수 있고, 따라서 비록 비정해 보여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대의를 위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현재의 국제 정세에 대비해보면 중국이나 북한에 섣불리 기대하기보다는, 예를 들어 이번의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 및 시 주석이 예전의 협조적 방향으로 돌아설 것이라거나 북한의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 이후에는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보다는, 그들이 제시하는 목표와 행동 방향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해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서로 지향점이 달라도 지속적으로 타협점을 찾기 위한 소통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며, 서로 다름을 애써 무시하면 오판을 낳고 더 큰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2022년을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변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국제 정세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하나가 돼서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갈지를 반추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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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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