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서장·상황관리관은 직무유기 추가… ‘윗선’ 수사 확대 가능성
▶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도 수사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태원 참사가 난 용산구의 경찰서·구청·소방서의 기관장이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소방서장은 물론 구청장까지 일제히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이번 참사에 1차 책임이 있는 이들 지역 기관장은 물론 경찰 지휘부와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 지역 기관장들 사전대비·사고대응 적절했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7일(이하 한국시간)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61) 용산구청장,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 뒤에서야 현장에 도착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에 보고를 지연한 데 대해 직무유기 혐의가 추가됐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고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당 보고를 작성한 상황실 직원을 이날 오후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 서장은 사고 발생 15분 전인 오후 10시께 사고 현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가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오후 11시께 차량에 내려서는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CC(폐쇄회로)TV에 찍혔다.
특수본은 상황실과 현장 인력 등 용산서 직원 14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 전 서장의 지휘 책임과 함께 용산서 소속 경찰관들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최 소방서장의 경우 참사 발생 당시 경찰과 공동대응 요청을 주고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특수본은 119 신고에 대한 조치와 구조 활동이 적절했는지를 살펴보고 핼러윈 대비 소방안전대책과 참사 당일 실제 근무 내용 등을 분석해 최 소방서장의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박 구청장의 혐의와 관련해선 이태원 일대 인파 밀집을 제대로 예측하고 유관기관 협의 등 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주무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이 적절한 재난안전관리 조치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참사 사흘전 안전 대책 관련 회의에 박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이 참석하고 당일 구청장으로서 적절히 긴급 조치를 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특수본은 참사 이전 용산구·경찰 등과 간담회에 참석한 상인회(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이들 기관의 사전대비가 적절했는지 물었다.
◇ 특수본, 경찰 지휘부도 수사하나
참사 당일인 10월29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50) 총경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류 총경이 근무장소인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을 벗어나 참사 사실을 지휘부에 제때 보고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경찰 지휘부가 늑장 대응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고 특수본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근무하면서 류 총경에게 사고 발생 84분 뒤 이를 보고한 서울경찰청 상황3팀장을 조만간 소환키로 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법령상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법리적 검토 중"이라고 말해 '윗선' 수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역시 사전대비와 사고 당시 조치를 적절히 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날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았지만 아직 범죄 혐의를 특정해 입건하지는 않았다.
참사 당일 지하철 무정차 통과 여부를 놓고 경찰과 진실공방을 벌이는 이태원역 측의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도 수사대상이다. 특수본은 이태원역장과 용산서 112상황실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화내역을 분석 중이다.
◇ 핼러윈 정보보고서 왜 삭제했나
용산경찰서의 핼러윈 축제 관련 정보보고 문건이 참사 이후 삭제됐고,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과 회유가 이뤄진 정황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용산서 정보관들은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참사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작성된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첩보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는 내부 정보관리 규정에 따라 72시간 안에 삭제된다. 특수본은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도 해당 보고서 파일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회유 작업이 있었다고 보고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다만 해당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그대로 내부망에 등록됐고, 정보과장이 특정 문구를 제외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작성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에는 '많은 인파로 인한 보행자들의 도로 난입, 교통불편 신고, 교통사고 발생 우려' 등 문구가 포함됐지만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같은 표현은 없었다고 특수본은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날까지 각종 매뉴얼 등 현물 611점과 녹취파일 등 전자정보 6천521점, 휴대전화 2대 등 총 7천134점을 압수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참사 현장 인근 CCTV 영상 57개와 SNS 영상 등 78개, 제보 영상 22개 등 총 157개 영상도 1차 분석을 마쳤다.
특수본은 지난달 31일 1차 합동 감식으로 확보한 3D 스캐너 계측과 이날 추가감식 결과, CCTV 영상 자료 등을 토대로 시간대별 군집도 변화 등 위험도를 파악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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