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 긴축 장기화 시사
▶ 우선순위 ‘인플레 진화’ 못박아…속도조절 확대해석 여지 차단, 금융시장 주요지표 침체 시그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일 FOMC 정례회의 후 금리 인상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2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틀간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며 발표한 성명서에는 그동안 볼 수 없던 내용이 포함됐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과 함께 그동안 긴축적 통화정책이 누적됐다는 점, 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속도 조절의 신호였다. 연준이 이달을 끝으로 0.75%포인트의 자이언트스텝을 중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뉴욕 증시는 곧장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의 환호는 한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기조를 앞으로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다. 마이클 드 패스 시타델 글로벌 수석은 “연준의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시장의 희망은 이번 회의에서 완전히 빗나갔다”고 총평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긴축의 맥락에는 총 세 가지의 질문이 있다. 첫째가 금리 인상 속도이며 둘째는 얼마나 높이 올릴 것인가, 셋째는 결국 얼마나 오랫동안 제한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라며 “속도 측면에서는 분명 역사적으로도 빠른 속도로 움직였기 때문에 이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높이, 그리고 얼마나 오래인가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속도를 늦출) 시간은 다음 회의일 수도, 그다음 회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속도는 이제 금리 인상 폭과 기간의 문제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연준이 최종금리를 더 올리고자 한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물가 등) 각종 지표들이 점점 오르고 있다”며 “강력한 고용시장과 물가지수를 고려하면 우리는 기존 전망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예고했다. 연준은 앞서 9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 중위값으로 4.6%를 제시했지만 최종 목표로 삼는 금리가 그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최소 5%의 기준금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이 속도 조절을 확대해석할 가능성은 단호하게 차단했다. 그는 “인상 중단을 생각하기에는 매우 시기상조(very premature)”라며 “우리가 보기에는 가야 할 길이 더 남았고 금리 인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영역이 아직 더 있다”고 했다. 속도 조절과 인상 중단은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날 회견 이후 월가에서는 금리 인상이 내년에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씨티는 연준이 12월 0.5%포인트에 이어 내년 2월 0.5%포인트, 3월 0.25%포인트, 5월 0.25%포인트로 금리를 올려 최종금리가 5.25~5.5%에 달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 자산관리팀의 거프릿 길은 “연준이 지연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12월 0.5%포인트를 인상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2023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해졌다는 우려도 커졌다.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인 렉스 너팅은 “물가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최근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통상 12~18개월 이후에나 물가 지표에 반영된다”며 “정책의 사각지대가 있음에도 긴축을 이어간다면 경제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수익률 △3개월 현물과 18개월 뒤 3개월물 수익률 등 침체를 판단하는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가 이미 위험 신호를 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주요 곡선의 모든 중요한 측정값이 곧 역전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나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보다 인플레이션 안정이 우선순위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기준금리가 더 올라가고 높은 수준을 오래 유지한다면 경기 침체를 피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경기 침체가 올지, 얼마나 깊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일은 가격 안정성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3일 기준금리를 33년 만에 최대 폭인 0.7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영국 기준금리는 3.0%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1%에 달하자 8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다만 BOE는 “최종금리는 시장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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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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