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개 핵탄두 만들 핵물질 확보한 북한, 5년 내 151~242개 핵무기 보유 전망
▶ 기존 대응 넘어 다양한 수단 고려 필요…북핵 위협은 한-미 공동위협 강조해야
커지는 북핵 위협… 현실적 대안은첫째, 자신들은 이제 단순히 핵무기를 보유한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력 국가’이므로 비핵화와 같은 요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남북한 관계에서 북한은 분명한 전략적 우위에 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핵협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메시지를 허장성세(虛張聲勢)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간한 ‘북핵 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제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기준으로 이미 67~116개의 핵탄두를 만들 핵물질을 확보했고 2027년까지는 151~24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거론되는 다양한 핵무장 방안, 그리고 한계
북한의 핵 위협이 미래의 악몽이 아닌 분명하고도 현실적인 위협이 된 만큼 기존의 대응을 넘어 다양한 수단들에 대한 열린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재래 전력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고 핵무기는 핵무기를 통해서만 억제될 수 있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미국의 핵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상시 배치하자는 대안과 자체 핵무장론이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은 즉응성, 핵 갈등의 확전(escalation) 차단, 그리고 국제 규범과 동맹 관계 등 다양한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실효성을 지닌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즉각적인 응징·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김정은이 무모한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 및 러시아의 개입과 반발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반도에서의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글로벌 중추 국가’의 의무와 ‘신뢰’라는 한미 동맹의 기본정신을 지켜야 대응의 안정성과 정당성이 높아진다.
유사시 미국의 핵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저위력 핵무기를 통해 억제력을 확보하자는 대안은 국제 규범과 동맹 관계에는 부합하지만 즉응성과 확전 위험 면에서 약점을 지닌다. 핵잠수함 발사 핵무기는 북한 핵무기와는 20~30분의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시간이면 북한이 워싱턴을 상대로 추가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거나 러시아와 중국이 짐짓 평화를 강조하면서 우리의 자제를 촉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핵잠수함의 활동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 기도로 오인할 소지도 있다. 자체 핵무기 개발은 즉응성을 충족할 수는 있어도 중국·러시아의 반발, ‘핵확산금지조약(NPT)’이라는 국제 규범의 훼손과 직결된다. 결심만 하면 1년 이내 자체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분석도 있지만 실제로는 탄두 설계와 투발 수단 확보까지 최소 3~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현재적 위협에 대한 즉응성도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자체 핵 보유는 어떤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미국의 대한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깔고 있고 믿지 못할 동맹 파트너와 동거의 귀착점은 결국 뻔하다. 일각에서 “미국이 리옹이나 함부르크를 위해 뉴욕이나 디트로이트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프랑스 드골식의 논리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프랑스는 NPT 출범(1970년) 이전인 1960년 이미 핵실험에 성공했다.
■전술핵 재배치가 유리한 이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이러한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을 가장 잘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이다. 북한의 공격에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적 반발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들도 전술핵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 것이며 NPT의 훼손 위험도 적고 무엇보다 위협에 공동 대처라는 동맹 정신에 부합한다.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도 세 가지의 세부 대안이 가능하다. 첫째는 우선 미국 핵잠수함에 의한 대북 억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한미 간의 작전 계획에 반영하고 미군 핵자산(전술핵 포함)의 배치와 운용 경험을 연습·훈련을 통해 축적하는 것이다. 둘째, 한반도 내에 전술핵을 상시 재배치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기지에 우선 전술핵을 배치하고 유사시 긴급 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마지막 대안이 상시 배치이고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재배치’이다.
위의 세 가지 대안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고 시간과 여건, 그리고 북한 핵 위협 및 한반도 비핵화 여건에 따라 탄력적인 조정이 가능하고 첫 번째 대안에서 출발해 세 번째 대안으로 이행하는 단계적 접근도 고려가 가능하다. 전술핵 재배치와 함께 ‘핵 공유(Nuclear Sharing)’가 이뤄질 수 있다면 더욱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전술핵 재배치가 타격 수단의 확보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는 플랫폼(전투기 등) 공유와 함께 핵전력 운용 관련 기획과 정책 수립에 있어서의 협의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종적 핵 사용권자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라는 ‘단일 권한(Sole Authority)’ 원칙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다.
■국내외적 여건 조성, 지금부터 시작해야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공약, 즉 ‘핵우산’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통해 한국을 방위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했고 핵무기까지 동원할 수 있음을 명문화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 내 기류는 여전히 긍정적이 아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상징되는 대한 안보 공약은 확실하고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북핵 불용 의지를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화의 기미도 감지된다. 올해 6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미 관계 14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측 참가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 협박을 보고 우려하는 동맹국들을 다독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전술핵 재배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이 결국은 주한미군과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는 공동의 위협임을 강조하고 전술핵 재배치에 따르는 정치·경제적 비용과 부담을 한국이 함께 나눠 짊어질 수 있다는 뜻도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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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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