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랑하는 시인 롱펠로우(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1882)의 ‘인생찬가(A Psalm of Life)’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슬픈 사연으로 나에게 말하지 말라/"인생은 한낱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영혼은 죽는게 아니고 잠드는 것이니,/만물의 본질은 겉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인생은 참된 것! 인생은 진지한 것!/ 무덤이 우리의 종착역이 될 수 없으니,/"너희는 원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이말은 영혼에 대한 말은 아니다. 이하 생략]
지난 28일 금요일 오후 형제처럼 친한 지인의 젊은 아드님이 흙으로 돌아갔다. ‘롱펠로우’는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니 슬픈 사연으로 말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슬픈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가 말하듯, 차라리 한낱 꿈이라면 좋겠다. 죽는게 아니고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더욱 좋겠다.
지인의 아드님은 17세 부터 신장(Kidney)에 문제가 발생하여 한 번 이식 받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무려 세 번의 신장 이식을 받았다. 행운의 여신이 세 번이나 찾아 왔는데도 불구하고 건강 상태가 급속히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지만 회생하지 못하고 결국 51세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꿈도 펴보지 못하고 34년의 긴 세월을 병상에서 지냈다. 신장병 환자로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도전할 법도 하다. 결혼도 못했다. 길이 약 10cm, 무게 약 150g의 강낭콩 모양의 조그마한 장기가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처참하게 만들어 버렸다.
긴 기간 집에서 병 수발 했던 부모는 어느덧 팔순 노인이 되었다. 집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구름이 끼어 있었다. 소풍왔다 일찍 떠난 젊은 인생이 비참하고 애통하다!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노부부는 그 사이 더 쇠약해지고 기력이 없다. 무슨 정신으로 밥맛 입맛이 있겠는가? 정말 안타깝고 불안하다.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그분들께 제발 대답 좀 해줘.
아들이 떠난 집에는 노부모만 남아 계셔서 집에서 끓인 국을 챙겨 아내와 같이 찾아가 새벽 2시까지 함께 지내다가 돌아왔다. 함께 있으면서 대화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오전 11시에 음식을 가지고 다시 찾아가서 좀 도와 드렸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병원 의사로 부터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은 이후 부모는 식사를 거의 하지 못 한다. 아버지는 울기만 한다. 팔순 아버지의 슬피 우는 모습은 눈 뜨고 차마 볼 수 가 없다. 그렇지만 죽은 자 보다는 산 자가 더 중요하다. 산 자는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고 버텨야 한다. 건강하게 버티어 슬픔을 극복해야 산다. 끼니 때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기력 회복에 좋다는 우거지갈비탕을 만들어 가기로 결정하였다. 굳은 의지로 슬픔을 이겨내고 건강을 잃지 않고 활력을 찾기를 간절히 기도 하면서 우거지갈비탕을 끓였다. “인생은 참된 것, 인생은 진지한 것.” 그래서 ‘인생 찬가’인가 보다.
장례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올인하여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 고인의 가족과 함께 장례식장에 가서 식장안에 진열되어 있는 견본실에서 목재관(棺, coffin)과 목재유골함도 골랐다. 추도 미사 일정도 잡혔다. 미사 후 바로 화장을 하여 산에 뿌려 주기로 결정 되었다.
장례식장 안에 진열된 다양한 관과 유골함의 견본을 보면서 잘났던 못났던 인간은 누구나 저 관으로 들어 갈텐데 독불장군처럼 잘 살겠다고 아등바등 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창밖에 흩날리고 굴러다니는 가을 낙엽과 오버랩 되면서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함의 묘한 감정을 느꼈다.
오늘은 인생찬가와 함께 조건없는 사랑찬가도 부르고 싶다.
사랑은 주는 것. 사랑은 아름다운 것. 사랑은 조건도, 저울도, 보상도, 바램도 필요 없다. 사랑은 베풀고 또 베푸는 것.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난 고인이 아픔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기를 마음속 깊이 빌고 또 빈다. 고인이 아깝고 슬프도다!
<
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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